[기자수첩] 하다하다 '직원 밥값' 트집잡아 이재용 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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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다하다 '직원 밥값' 트집잡아 이재용 엮나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7.0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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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딴지부터 거는 공정위의 '오버액션'
삼성웰스토리 과징금 2300억원...역대 최대
"경쟁사보다 영업이익률 높다"며 문제 제기
'경쟁력 없는 부실기업'이라며 '시장지배력 강화'?
앞뒤 안 맞는 공정위... 스스로 모순 자초
'총수일가 자금창구' 주장도 근거 모호
사진=시장경제DB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시장경제DB

삼성의 수난은 언제쯤 끝이 보일까. ‘법’의 굴레에 묶여 수년간 시달리고 있는 삼성이 이번에는 ‘밥’으로 또 한번 홍역을 앓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웰스토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를 적발했다며 총 2349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삼성전자 법인과 최지성 전 삼성 부회장을 고발키로 한 것이다.  

지난달 24일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 4개사가 옛 삼성 미래전략실의 지시에 따라, 사내 급식물량 전부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인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줬다고 발표했다. 2015년 9월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를 대비해, 이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이기 위한 실탄 확보 목적으로 웰스토리를 이용했다는 가설(假說)도 제시했다. 공정위는 모직-물산 합병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물산 자회사인 웰스토리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주장까지 곁들였다.  

발표 내용을 보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 사건과 엮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심지어 공정위는 이런 속내를 숨기기는커녕 은연 중에 부각시키려는 모습까지 보였다. 단순한 정황과 추론만으로 웰스토리 이슈를 이 부회장 공판과 연결지은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앞서 공정위 측은 발표자료에서 '삼성물산이 웰스토리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대응 비용'으로 쓰려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적자 부실기업이라며 시장지배력 강화? 
공정위 발표자료, 앞뒤 안 맞아
    

삼성웰스토리 제재 건에 대한 공정위 발표를 살피면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발표자료 자체가 안고 있는 내재적 모순이다. 

공정위는 웰스토리에 대해 "계열회사들의 내부거래를 통한 지원행위 없이는 독자적 생존조차 불투명한 회사"라고 단정지었다. 웰스토리가 비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연평균 15억원  정도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공정위는 동일한 자료에서 "웰스토리는 -3%의 영업이익률을 기준으로 한 수주전략을 통해, 시장지배력 확대에 나섰다"며 전혀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공정위의 발표를 기준으로 하면 삼성웰스토리는 계열사 도움 없이는 생존조차 불투명한 부실 기업이면서 동시에 저가 수주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하려는 시장지배적 기업이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모순된 주장이 동일한 발표자료에 담긴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공정위 발표에 대해서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공정위가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사실관계를 끼워 맞추다 보니 벌어진 실수라는 견해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웰스토리 이용 직원들 만족감 높아...
"저염식에 메뉴도 다양" 

공정위가 웰스토리에 부과한 과징금은 국내 기업을 상대로 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이다. 

삼성 측은 공정위 발표에 적잖게 당황한 모양새다. 삼성은 임직원 복리후생을 위한 경영활동이 '부도덕한 부당지원' 혹은 '불공정한 일감몰아주기 '로 호도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취재 결과 삼성 직원들 사이에서 웰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삼성웰스토리가 구내식당을 위탁 운영 중인 삼성 계열사 A 소속 직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댓글을 보면 건강을 고려한 저염식 위주의 식단, 매일 달라지는 다양한 메뉴 구성, 근무자들의 몸에 밴 친절 등을 호평하는 긍정적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일부 직원이 "맛이 없다"며 부정적 의견을 올리기도 했지만 소수에 그쳤다.

구내식당을 실제 이용하는 직원 만족도가 높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당해 업체와의 계약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상식이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공정위, '총수일가 자금조달창구'라면서 근거 제시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웰스토리의 영업이익률이 타사 대비 높다는 점을 트집 잡았다. 그러면서 총수일가의 핵심 자금조달창구로써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이어붙였다. 공정위 발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당히 민감한 주장을 전개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자금조달창구 역할을 했다면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와의 연결고리가 나타나야 하는데, 이에 대해 공정위는 꿀 먹은 벙어리나 다름없었다.

공정위 조사는 '절차의 공정성' 측면에서도 잡음을 초래하고 있다. 삼성 측은 공정위로부터 '동의의결'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스스로 재발방지·피해회복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전향적 태도를 보인다면, 이를 전제로 그 타당성과 실현가능성 등을 판단해 제재를 의결치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이다. 

공정위 측은 삼성웰스토리의 경우 법이 정한 '동의의결 예외조항'에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 위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해 경쟁질서를 현저히 저해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동의의결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 위반 정도가 명백했다'는 공정위 판단에 대해선 여러 의문이 존재한다. 현재 진행 중인 이 부회장 공판을 의식한 듯 무리하게 적용된 예단과 추론, 기업 실체에 대한 모순된 판단, 위법행위를 인정한 근거의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의문으로 인해 조사의 공정성과 신뢰성 추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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