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분석④] 최대 실적 한투證, 사모펀드 전액배상 '승부수'
상태바
[증권사 실적분석④] 최대 실적 한투證, 사모펀드 전액배상 '승부수'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6.23 0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투자증권, 1Q 순익 3506억원 역대 최대치
ROE 10%대 유지... 업계 최고 수준
빅3 IPO·사업다각화가 실적 견인
내부통제 프로세스 개선·강화 예고
"정일문式 디지털·MZ세대 공략 통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한국투자증권 제공
정일문 사장은 1963년생(59세)으로 한국투자증권에 1988년 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사장 자리까지 올라 증권가의 전설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주식발행시장(ECM)부 상무, IB본부장, 기업금융본부와 퇴직연금 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6년부터 개인고객그룹장 겸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9년 1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한국투자증권 제공

한국투자증권이 1분기 최대 순이익을 경신하며 '빅5'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증권가에선 기업공개(IPO), 투자은행(IB) 등으로 사업구조를 다각화한 정일문 사장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카카오뱅크 상장 등으로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하반기에도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3,50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2,958억원의 기록을 갈아치운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1분기 1,339억원의 순손실에서 흑자 전환과 최고 기록을 동시에 달성한 것이다. 매출은 4조6,664억원, 영업이익은 4,236억원이다. 

세부적으로 수탁수수료 수익은 1,299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9% 증가했다. 자산관리수수료는 ELS·DLS 조기 상환과 펀드 판매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20.5% 증가한 895억원을 시현했다. IB부문 역시 ECM Deal 주관과 PF부문 호실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2% 증가한 1,860억원 기록했다. 

정일문 사장은 최근 IPO 주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수합병(M&A) 자문 등에서 탁월한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정일문 사장의 전문 분야인 상장 주관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빅3' IPO를 모두 주관했다. 빅딜 외에도 중소형 규모의 실속있는 IPO들까지 주관하면서 지난해 170억원의 수수료 수익으로 업계 1위에 올랐다.

사진=유안타증권 제공
한국투자증권 주요실적 전망. 사진=유안타증권 제공

지난해 다소 부진했던 운용부문도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2,205억원을 시현했다. 3월 말 기준 발행어음 잔고는 8조3,6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6% 증가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10%대로 업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사모펀드 전액배상으로 ESG경영 '승부수'

지난 16일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8개 부실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원금을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판매사로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적극 나선다는 취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상품 공급과 판매에 있어 내부통제 프로세스 개선·강화도 예고했다.

증권가에선 한국투자증권의 부실 펀드 판매액은 1,584억원이며 이번 결정으로 추가 손실은 약 800억원 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회계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ESG경영 실천에 따른 이득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SK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회계적인 비용을 수반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상품 소비자들에게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글로벌 주요 ESG 평가기관의 사회적(Social) 평가에는 대부분 고객관계(Consumer Relations)가 중요한 항목으로 들어가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결과가 예상돼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21일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처벌 완화를 요구하는 1,059명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사진=사모펀드 공대위 제공
21일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처벌 완화를 요구하는 1,059명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사진=사모펀드 공대위 제공

사모펀드 피해자들도 한국투자증권의 100% 피해 보상 결정을 호평했다. 21일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측은 금융감독원에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제재 철회·완화를 요구하는 1,059명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22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한투증권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그에 화답하는 취지에서 공대위 소속 각 대책위별로 거래계좌 개설, 주거래계좌 바꾸기로 하고 목표 금액을 1,584억원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과 각 대책위 피해회원들도 이에 동조해 당장 CMA계좌 등 한투증권의 각종 상품에 1,584억원을 유치해 주실 것으로 믿고 있으며 구체적인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 "하반기 실적 고공행진 이어갈 것"

한국투자증권은 하반기 해외주식 시장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일문 사장은 앞서 올해 중점 추진 전략으로 △리스크 관리의 일상화 △디지털 혁신의 일상화 △공정 문화를 위한 공개의 일상화를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해외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매매할 수 있는 모바일 앱 미니스탁(ministock)'을 출시했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온라인 금융상품권'은 이미 e커머스도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중개 부문 시장점유율은 2019년 7.96%에서 작년 9.63%로 증가했는데 2030 연령층이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하반기 자산관리부문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3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고자산 고객을 대상으로 특화 서비스 'GWM(Global Wealth Management) 전략담당' 조직을 신설한 바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올해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을 견인할 이슈로 카카오뱅크 상장을 꼽았다. 한국투자증권은 100%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통해 카카오뱅크 지분을 26.97% 보유하고 있다.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 역시 4.6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를 합하면 최대주주인 카카오의 지분 31.62%와 견줄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정일문 사장은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고 안정적인 브로커리지 사업과 고수익의 자산운용 사업을 가미해 국내 금융투자업계를 선도하겠다"면서 "안정적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해외시장과 디지털 금융을 신규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일문 사장은 1963년생(59세)으로 광주진흥고와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서강대 대학원, 고려대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했다. 한국투자증권에 1988년 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사장 자리까지 올라 증권가의 전설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주식발행시장(ECM)부 상무, IB본부장, 기업금융본부와 퇴직연금 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6년부터 개인고객그룹장 겸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9년 1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역대 최대 실적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