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는 은행 자율규제 조항... CEO 징계관행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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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는 은행 자율규제 조항... CEO 징계관행 개선해야"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6.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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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은행법학회 세미나... 학계·법조계 성토
전문가들, "CEO징계 남용 부작용 커"
"은행권 내부통제 문제, 기준 불명확"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당국에 개선안 건의할 것"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사진=시장경제DB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사진=시장경제DB

금융권 안팎의 전문가들이 또 한번 내부통제 미흡을 구실로 금융사 CEO를 징계해온 당국 관행에 시정을 요구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올해 안으로 자체 내부통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금융 당국에 건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법학회 주최로 열린 '국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제도 개선방향' 특별 정책세미나에서 금융권 전문가들은 명확한 법적 근거없이 CEO를 징계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주주와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내부통제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금융당국이 제재 근거로 꼽는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기준'은 더욱 모호하다고 반발해왔다.

이날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반발은 이유있다"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시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금융 당국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융회사를 제재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현행 지배구조법 해석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시목 변호사는 "지배구조법은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이를 준수해야 하는 명시적인 의무도 부과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임정하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 역시 "내부 통제는 외부 규제를 내부화한 자율 규제에 해당한다"며 "내부 통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감독 당국이 제재보다 내부 통제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제재는 법적 근거가 명확한 경우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8일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참석자와 귀빈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차상진 은행법학회 총무이사, 이숭희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김시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안수현 은행법학회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임정하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 이호형 은행연합회 전무,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은행법학회 제공
18일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참석자와 귀빈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차상진 은행법학회 총무이사, 이숭희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김시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안수현 은행법학회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임정하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 이호형 은행연합회 전무,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은행법학회 제공

윤승영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호한 내부 통제 기준 대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가이드라인은 △준법 윤리 프로그램 등 범죄 행위를 예방하고 발견하기 위한 기준과 절차의 유무 △내부 통제 시스템의 이행과 효과를 감시하기 위한 감사위원회 지정 여부 △회사 내 내부 통제 및 윤리프로그램에 대한 일상적 운영을 책임질 담당 직원의 유무 등을 골자로 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이 같은 전문가들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올해 하반기 중에 타 금융권과 공동으로 내부 통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금융 당국에 건의하는 것을 추진해보겠다"고 밝혔다. 

김광수 회장은 지난 3월에 이어 이날 세미나에서도 "최근 은행권 내부 통제 시스템에서 발생한 문제는 법령상 기준도 불명확하고 유사 선례도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라며 "명확성 원칙과 예측 가능성 등을 감안해 징계 측면이 아니라 제도 개선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가 법조계·학계의 조언을 바탕으로 금융 당국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로 함에 따라 실제로 당국의 관행이 개선될지를 두고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와 내부 통제 미흡 등을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았고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중 손태승 회장에 대한 행정소송 1심 결과가 빠르면 7월 말 나올 예정이다. 만약 사법당국이 금융사의 손을 들어줄 경우 내부통제 관련 제도 개선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금융권 관계자는 "변수가 많은 금융투자 업계에서 모든 상황을 당국이 다 내다보고 조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당국이) 명확한 사유 없이 금융사고가 있을때마다 CEO를 징계하면서 다른 쪽에서 모험자본을 육성하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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