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톺아보기] '트리오' 神話, 운 다했나... 2018년 홍대시대 열며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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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톺아보기] '트리오' 神話, 운 다했나... 2018년 홍대시대 열며 추락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1.06.0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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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륭양행' 창업주 채몽인 타계 이후 장영신 체제
'트리오' 최초 개발... 생활기업으로 발돋움
채형석 총괄부회장, 항공 힘줬지만 부진 늪
가습기살균제·채승석 프로포폴... 이미지 추락
지분 AK아이에스로 채워... 유화지분 50% 목표
AK아이에스 내부거래 79%... 3년전 대비 24%↑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 사진= 애경그룹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 사진= 애경그룹

애경은 채몽인 창업주가 1945년 대륭양행에서 시작했다. 1954년 인천 송월동 애경사를 인수해 '애경유지공업'을 세운 뒤 꾸준히 영역을 확장하며 성장해왔다. 하지만 2018년 화장품 부문 실적 부진과 가습기 살균제·코로나 악재 등이 겹치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세제 '트리오' 국내 최초 개발... 생활기업 발돋움

애경은 1966년 주방세제 '트리오'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대히트를 쳤다. 이를 통해 생활기업으로 자리를 굳힌 애경은 1970년 채몽인 창업주가 돌연 심장마비로 타계하자 부인인 장영신 회장이 경영을 이어받아 석유 화학사업에도 손을 댄다.

1970년 삼경화성을 세워 석유화학사업에 진출한 애경은 1976년 성우산업, 1979년 애경화학 등을 각각 세워 화학사업을 키웠다. 이후 1982년 영국 유니레버와 기술제휴를 맺고 1985년에 애경산업을 세워 애경유지의 생활용품 사업을 흡수했다.

1993년에는 서울 구로공장 터에 애경백화점 1호점을 열어 유통산업에 진출했다. 그리고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와 애경유화의 합작으로 제주항공을 설립하며 항공사업에 진출했다. 

2013년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가 애경유화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제주항공 지분을 추가 인수하며 제주항공을 자회사로 삼았다. 2007년에는 삼성물산 유통부문(삼성플라자)를 인수해 현재의 AK플라자로 운영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애경은 항공과 뷰티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회사를 물려받은 채형석 총괄 부회장은 항공산업을 주력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애경그룹 홍대 사옥. 사진= 시장경제신문DB
애경그룹 홍대 사옥. 사진= 시장경제신문DB

대표적으로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 참여를 들 수 있다. 2018년 애경그룹은 홍대로 사옥을 옮기고 제2의 도약을 준비했다. 그러면서 항공사 인수를 밝히며 향후 항공운수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마침 아시아나 항공이 매물로 나왔고,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과 인수전을 벌였다. 애경은 항공업 경험이 없는 인수자가 인수하면 안된다며 적극적인 홍보전을 벌였지만 결국 높은 금액을 써낸 현대산업개발에게 아시아나 항공을 넘겨줬다. 

미련을 못버린 애경은 이후 매물로 나온 이스타 항공 인수를 추진했지만 합작사인 제주특별자치구의 반대와 코로나로 인한 항공업 악화로 결국 인수 의사를 철수했다. 이를 놓고 업계는 결과적으로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게 된 결정이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당시 이스타 항공 인수를 추진한 제주항공은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며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와 관련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이후 고꾸라진 실적... 위기의 애경

애경은 항공·화학·유통·뷰티 등 각 주력 분야가 고르게 성장하며 승승장구했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실적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먼저 세제·비누·샴푸·주방세제·화장품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위생용품·세제·탈취제 등 생활용품과 치약·샴푸 등 뷰티·헬스케어 제품 등을 판매하는 애경산업의 부진을 꼽을 수 있다.

애경산업은 2018년 영업이익 792억 달성 이후 2019년 606억원, 2020년 223억원으로 수년째 하락세를 겪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2018년 608억원에서 2019년 416억원, 2020년 114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2018년 792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223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이같은 부진에는 코로나로 인한 뷰티 부문의 악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화장품사업 영업이익은 133억원으로 전년 대비 72.7% 감소했고, 매출액도 38.3%나 쪼그라들었다. 

더불어 애경산업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 1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학계와 피해자들에게 꾸준히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이어져 불매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당시 채동석 애경그룹 부회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본인을 '비서'라고 속인 것이 드러나면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 사진= 시장경제신문DB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 사진= 시장경제신문DB

이와 함께 지난해 애경개발 채승석 전 대표가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기업 이미지를 더욱 실추시켰다. 채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10일 징역 8개월 및 추징금 4,532만원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년 넘는 기간 동안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하고, 지인의 인적사항을 제공해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게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채 전 대표는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회사 경영에서 물러났다.

코로나로 인한 항공산업의 몰락도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13년부터 AK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한 제주항공은 코로나 이전까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17년 AK홀딩스의 사업영역 중 항공운송부문이 화학부문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당기순이익(771억원)을 거뒀다.

2018년까지 흑자를 이어오던 제주항공은 2019년 3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 총 3,358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도 873억원의 영업손실을 이어갔다.

재무구조 개선를 위한 AK플라자의 대대적인 폐점과 개편도 이어졌다. 애경그룹의 첫번째 백화점인 AK구로점이 2019년 8월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이에 앞서 2015년 12월 AK플라자 분당점의 토지와 건물을 4,200억원에 매각 후 '세일앤리즈백'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 AK플라자는 쇼핑몰인 'AK&'을 중심으로 실적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근엔 AK&의 브랜드를 AK플라자로 통합하며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알짜배기는 AK아이에스... 일감몰아주기 여전

애경그룹 지배구조. 디자인= 시장경제신문 디자인팀
애경그룹 지배구조. 디자인= 시장경제신문 디자인팀

애경그룹의 지주사는 AK홀딩스이지만 알짜배기는 예전 애경유지인 AK아이에스이다. 

AK홀딩스는 채형석 총괄 부회장의 14.25% 지분을 필두로 오너일가가 45.91%를 보유 중이다. 50%이상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했지만 AK아이에스가 홀딩스 지분 10.37%, 애경개발이 8.55%를 갖고 있다. 그리고 AK아이에스의 지분은 채형석 부회장이 50.33%를 갖고 있으며, 오너 일가가 총 94.37%을 갖고 있다. 

즉, 홀딩스의 모자란 지분을 AK아이에스를 통해 채우고, AK아이에스 지분을 오너일가가 대부분 보유하며 그룹 지배력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AK아이에스는 홀딩스 지분 8.55%를 갖고 있는 애경개발 지분도 31.47%나 있어 채 부회장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AK아이에스 초대 사장인 고(故) 장성돈 사장은 장영신 회장의 둘째 오빠다. 2018년 10월 애경유지공업이 자회사 AK아이에스를 흡수합병한 후 사명을 AK아이에스로 변경했다. AK아이에스는 애경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고루 갖고 있다. ▲애경개발(31.47%) ▲애경산업(18.05%) ▲AK에스앤디(20.04%) ▲AK홀딩스(10.37%) ▲에이텍(10%) ▲제주항공(1.63%) 등을 보유 중이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 사진= 애경그룹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 사진= 애경그룹

또한 AK홀딩스는 애경산업의 지분 45.08%을 보유 중으로 50%미만이지만 AK아이에스가 18.05%를 갖고 있어 이를 채워준다. 애경그룹 대부분의 계열사는 AK홀딩스와 AK아이에스의 지분으로 50%이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애경유화만 49.44%로 50%미만을 유지 중이다. 애경유화는 2012년 인적분할 당시 44.49%였지만 홀딩스에서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 현재 49.44%까지 올라와있는 상태다. AK그룹 측은 꾸준히 애경유화 지분을 매입해 50%이상 보유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바 있다.

한편, 애경그룹은 2019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대기업에 편입되면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졌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비상장사는 20% 이상일 경우), 계열사들과 내부거래 금액이 연간 200억 원 또는 국내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AK아이에스는 2017년 전체 매출 425억원 중 398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91.5%나 됐다. 2018년에는 매출 512억원 중 271억원이 내부거래 매출로 53%를 차지하며 다소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AK아이에스는 총 매출액 467억원 중 계열사를 통해 37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79%로 비중이 부쩍 늘었다.

또한 포장용기를 만드는 에이텍은 ▲채형석 부회장(28.66) ▲채동석(17.91) ▲채승석(3.32%) 등으로 오너일가가 49.89%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다. 에이텍은 지난해 575억원의 매출 중 200억원을 애경산업 한 곳에서만 거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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