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국책사업마다 담합"... 호남고속철·인천2호선 등 손배액 2천억
상태바
"건설사들, 국책사업마다 담합"... 호남고속철·인천2호선 등 손배액 2천억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6.04 0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롯데건설 등 고속철도 담합 24개사 679억 패소
인천시, 담합 18개사 1300억 손배 소송 중
법조계 "들러리, 짬짜미 관행적 담합 안 고쳐져"
피고 건설사 "일부 혐의 인정, 청구금액 지나치게 높아"
서울중앙지법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서울중앙지법 전경. 사진=시장경제DB

국가철도공단, 인천광역시, 한국가스공사 등이 입찰자의 담합 행위로 손실을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건설사들의 관행적 담합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임기환)은 지난달 31일 철도공단이 건설회사 24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679억원을 공동으로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철도공단이 발주한 8조3259억원의 호남고속철도 사업에서 28개 건설사의 담합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사건의 과징금은 총 3478억원으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역대 3번째 규모다.

철도공단은 이를 근거로 담합행위로 형성된 낙찰가격과 담합행위가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가격의 차액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 측은  ▲롯데건설 ▲삼성물산 ▲KCC건설 ▲한진중공업 ▲삼환기업 ▲두산건설 ▲SK에코플랜트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GS건설 ▲계룡건설 ▲고려개발 ▲극동건설 ▲남광토건 ▲두산중공업▲삼부토건 ▲삼성중공업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한라 ▲코오롱글로벌 ▲한신공영 ▲현대건설 등 24개 건설사에 달한다. 

재판 과정에서 화해 권고 결정을 받아 소송이 마무리되거나 회생 절차를 밟은 일부 건설사에 대해선 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공정위의 판단과 과징금 부과 결정이 법적으로 옳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지급금 기준 손실평가액을 849억1891만원으로 산정했다. 다만 "통계학적 추정의 방식은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의 불완전성을 내재하고 있다"며 공동 손해배상 책임을 80%로 한정했다.

정부기관이 건설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은 이 사건 뿐만이 아니다.

대법원은 2019년 8월 공정거래법·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림산업과 GS건설, 현대건설의 상고심에서 각 벌금 1억 6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한화건설은 고등법원이 선고한 벌금 9000만원을 그대로 확정 받았다.

재판부는 한국가스공사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발주한 3조50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건설공사에서 입찰 담합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또 다른 담합 사건인 '인천지하철 2호선 담합' 소송에서 원고인 인천광역시는 1322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제기한 상황이다.

담합 유형은 입찰 전 사전 합의를 맺고 들러리를 세우거나 투찰률을 공유하는 방식 등이 있다. 입찰 기업은 공구별 낙찰예정자를 추첨한 뒤 경쟁사의 투찰률(입찰가격/예정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낮추거나 입찰가를 사전에 협의하는 '짬짜미'식으로 일감을 나눠 갖는다.

건설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피고 건설사들은 업무 협의 수준의 사전 만남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액이 과도하다고 항변한다. 피소 건설사 관계자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는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손해배상액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 통상 담합 입찰은 경쟁 입찰과 비교해 투찰률이 20% 가량 높기 때문에 과징금과 벌금을 납부하더라도 이득인 셈이다. 

입찰담합 전문 변호사는 “담합이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BUT FOR) 손해액은 감정방식에 따라 과소추정될 수 있다"며 "손해액 재감정 비용도 적지 않아 혈세가 낭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