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분석②] 'IPO 잭팟' NH투자證, 옵티머스 딛고 2Q도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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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실적분석②] 'IPO 잭팟' NH투자證, 옵티머스 딛고 2Q도 청신호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6.0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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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 순익 2574억 역대급... 전년比 727% 급증
SK바이오 비롯한 대규모 IPO '실적 견인'
암호화폐 시장 부진도 증권가 호재로 작용
옵티머스 사태 수습국면... 2분기 순항 전망
정영채 사장 "구상권 청구 계획, 재무영향 없을 것"
사진=NH투자증권 제공
사진=NH투자증권 제공

NH투자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27%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증권가에선 동학개미 열풍에 따른 수수료 수익 증가와 함께 최근 이어진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NH투자증권의 실적 견인을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지난해부터 NH투자증권의 발목을 잡고 있는 사모펀드 이슈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2분기 실적 역시 순항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29일 NH투자증권은 1분기 당기순이익 2,57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727% 늘어난 어닝 서프라이즈다. 영업이익 역시 3,744억원으로 같은 기간에 비해 596%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의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2,1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IB부문의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 IPO, 부동산 PF 관련 채무 보증수수료 호조로 수수료 수익이 전년 대비 40.9% 늘어났다. 

사진=NH투자증권 제공
사진=NH투자증권 제공

지난달 25일 키움증권 유근탁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의 1분기 역대급 실적 달성의 배경으로 거래대금 증가 투자은행(IB) 호조를 들었다. 1분기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국내와 해외가 각각 38조원과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커버리지 대형 5개 증권사 합산 지배주주 순이익은 1조4,48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913.7% 증가했다.

유근탁 연구원은 "리테일 외에도 우호적인 시장 환경 속에서 대형 IPO 딜 연속으로 인수금융 실적 확대,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인한 PF와 구조화금융 등 IB 실적이 확대되면서 대형 증권사의 수익력이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SK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의 강점으로 △IB에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높은 성장성 △수익원 다각화로 인한 안정적 실적 △은행계 증권사로서 자산관리 부문의 강점 등을 지목했다. 

사진=NH투자증권 제공
사진=NH투자증권 제공

 

초과실적으로 '옵티머스 이슈'도 수습 국면으로

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기존 충당금, 올해 초과 실적, 향후 구상권과 펀드 회수금액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옵티머스 이슈'가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일각에선 향후 옵티머스와 관련한 손실이 최대 800억원선을 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이는 기존 적립한 충당금과 올해 초과실적으로 충분히 만회될 수 있는 금액이어서 추가적인 재무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근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일반투자자에게 투자원금 100%를 반환하고 향후 수탁사(하나은행)와 한국예탁결제원에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정영채 사장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옵티머스 사태는) 여러 기관의 책임이 있으므로 투자자로부터 수익 증권을 양수해서 관련 기관에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이사 사장. 사진=시장경제DB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이사 사장. 사진=시장경제DB

소송가액은 약 4,000억원대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재무적 충격에 대한 대비가 충실하다는 시각이 많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옵티머스 이슈를 고려해 충당부채 약 2,570억원을 적립했다. 향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투자자산을 가압류해 최대 25%까지 회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목표 달성시 기대 금액은 약 1,200억원이며 여기에 올해 1분기에만 2,500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상태다. 

NH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충당금에 이어 올해 1분기 이익으로도 일반투자자 원금지급을 위한 재무적 부담은 이미 대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에만 올해 사업 목표의 40%를 달성한 셈으로 초과 실적 등을 통해 주주 이익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증권의 구경회 연구원은 "옵티머스 부실 펀드 판매 이슈는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반영하면 될 뿐 근본적인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거나 투자대상에서 제외를 고려할 정도의 요인은 아니다"라면서 "옵티머스 이슈에도 불구하고 금융상품 판매수익과 고객 수는 증가세를 보여 고객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분석했다. 

구경회 연구원은 "지금 당장의 브로커리지 시장 호황보다 장기적으로는 IB 시장의 고성장을 예상한다면 NH투자증권은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총평했다.

 

전문가들 "암호화폐 시장 부진도 증권가 호재"

예상치 못한 변수도 증권가 실적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노벨상 수상자들은 잇따라 암호화폐 시장의 거품을 우려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CNBC에 출연해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일부 거래에서 거품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최근 주택·주식·암호화폐 시장에 과거 미 서부개척시대의 무법천지(wild west) 사고방식이 감지된다"고 우려했다.

2013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 홀에서 로버트 실러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노벨상 공식홈페이지.
2013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 홀에서 로버트 실러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노벨상 공식홈페이지.

실러 교수는 "암호화폐는 아주 심리적인 시장이고 놀라운 기술이지만 궁극적인 가치의 원천이 너무 모호해서 현실보다는 우리의 '주관적 기대'(narratives)와 더 많은 관련이 있다"면서 "(구매를) 생각은 해봤지만 비트코인을 산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틀 후인 23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즈에서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가 의미있는 경제적 역할을 성취하지 못했다"고 진단하면서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돈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유용한 통화의 어떤 속성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실제로 금괴가 장착된 새 차를 구입하는 식의 거래를 할 수 없듯 비트코인의 구매력도 매우 불안정하다"면서 "각국 정부가 금보다 더 심하게 암호화폐를 규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 크루그먼 교수. 사진=The Guardian
폴 크루그먼 교수. 사진=The Guardian 캡쳐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재유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이 경우 NH투자증권을 비롯한 기존 대형 증권사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키움증권 유근탁 연구원은 "1분기에 가장 돋보였던 부분은 해외주식 거래대금의 증가"라며 "해외주식의 주요 고객은 20~30대인데 주요 고객층이 암호화폐 시장 붐에 의해 이동한 영향이 주된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기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고점대비 각각 -47.3%, -49.5%를 기록했다. 이후 암호화폐들은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점차 주식시장으로 관련 자금이 재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근탁 연구원은 "실제로 5월 일평균 거래대금이 약 7,420억원으로 전월 대비 14.1% 증가했다"면서 "국내와 해외 모두 1분기 대비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전체적으로는 작년 대비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어 관련 수수료 수입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앞으로 디지털 비즈니스에 선제적으로 집중하고 압도적인 IB 경쟁력을 바탕으로 업계를 선도하면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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