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중 '울컥' 현상... 벤츠코리아 "좋은 車라 잘나가서" 황당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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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중 '울컥' 현상... 벤츠코리아 "좋은 車라 잘나가서" 황당 대응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6.0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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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코리아 늑장·깜깜이 AS, 소비자 '원성' 자자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 수개월째 '묵묵부답'
"새 차인데 운행 날 보다 수리 맡긴 날 더 많아"
63AMG 울컥 현상에 "좋은 차라 잘나가기 때문"
온라인 커뮤니티, AS 불만 게시글 잇따라
회사 측 "독일서 부품 들여와야... 수리 지연 사실과 달라"
사진=벤츠코리아
사진=벤츠코리아

#. 지난해 11월 벤츠 차량을 구입한 A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황당한 일을 겪어야 했다. 아버지를 모시고 천천히 드라이브를 하던 중 차량의 엔진 RPM(분당 회전수)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험을 한 것. 속도가 갑자기 줄어들면서 뒷 차와 추돌 위험까지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A가 구입한 차량은 벤츠 최상위 모델인 'S클래스 63AMG'. 겉보기에는 멀쩡한 새 차였지만, 한 달 정도 지나자 주행 중 ‘울컥’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차량을 구입한 벤츠코리아에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좋은 차라서 잘 나가기 때문”이라는 직원의 황당한 답변이었다.  

유명 수입차인데다 탄탄한 브랜드 인지도를 갖추고 있어 차량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증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졌다. A는 결국 벤츠코리아에 수리를 맡겨야 했다. 수리에 들어간 차량은 두 달째 소식이 없는 상황. 답답한 마음에 A가 전화로 문의하자 수화기 너머로 “기다리라”는 답변만 들려올 뿐이었다.

고가 명품 수입차로 유명한 벤츠의 명성이 벤츠코리아의 미숙한 고객 대응으로 흔들리고 있다. <시장경제> 취재진과 만난 A씨는 “명성만 믿고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두 번 다시 벤츠를 구입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매장 앞에서 차를 때려 부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심정이 이해간다”고 했다.

벤츠 S클래스 63AMG 모델은 가격이 2억5000만원 대에 이르는 프리미엄급 대형 세단 차량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벤츠 차량 중 네 번째로 비싸다. 3982cc 배기량의 V8 바이터보 엔진을 탑재했고, 최고출력은 612마력. 스포츠카 못지 않은 주행성능으로 마니아층이 많다. 

해당 모델은 크고 작은 결함 이슈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행 중 시동 꺼짐' 문제이다. 차량이 달리다가 속도를 줄일 경우, 순간적으로 연료공급망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다. 

2015년에는 광주시 서구의 모 벤츠 매장 앞에서 차주가 자신이 타던 S63 AMG 차량을 골프채와 야구방망이로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해당 차주는 “다섯 달 동안 세 번이나 '주행 중 시동 꺼짐' 증상으로 수리를 맡겼는데 개선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벤츠코리아는 시동 꺼짐 현상의 원인을 '엔진ECU 결함'이라고 밝힌 뒤 같은 해 12월 자발적 리콜에 들어갔으나 이용자들의 반발은 거셌다. 벤츠는 그해 10월 동일한 증상을 이유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각각 리콜을 시행했다. 벤츠 측이 한국에서만 ‘뒷북’ 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불거진 이유이다.
 

벤츠코리아 늑장 AS에 소비자 '원성'... 브랜드 이미지 실추 우려

A의 사례는 2015년 리콜 사태를 연상시킨다. A는 해당 차량을 지난해 11월 18일 구입했으나, 주행 중 속도가 크게 떨어지는 일이 빈번해지기 시작했다. 차를 몰면서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다가 갑자기 훅 튀어나가는 상황이 반복됐다. 앞차와의 추돌 혹은 뒷차와의 충돌을 가까스로 피한 아찔한 상황도 여러 번 겪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A는 출고 넉달 만에 벤츠코리아가 운영하는 정비소로 차량을 보내야 했다.

벤츠코리아는 해당 차량의 변속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변속장치 전부를 교체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리 후에도 A 차량의 ‘울컥’거리는 증상은 그대로였다. 주행 중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사고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A는 재차 벤츠코리아 측에 차량 수리를 요구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벤츠코리아는 수리 일정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수리를 맡긴 지 두 달 가량이 지난 상황임에도 벤츠코리아는 “기다리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A는 “내가 산 차인데 수리내역도 받아보지 못하고 있다”며 “금방 고친다고 얘기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회사는 독일에 변속기 부품을 주문했다고만 말할 뿐, 수리 일정 등에 대한 안내를 전혀 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A가 수차례 전화를 한 끝에 나온 답변이었다. 

그는 “쉽게 얘기해서 차량을 운전한 시간보다 정비소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이라며 “변속기를 고친다는 것은 거의 사고 난 차량에서나 볼 법한 일인데도, 그 정도의 고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간단히 말하는 걸 보고 화가 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차량 수리 과정에서 벤츠코리아의 미흡한 대응으로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 사례는 A 뿐만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벤츠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벤츠코리아의 AS 정책을 성토하는 글을 자주 접할 수 있다. 한 네티즌은 "벤츠코리아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겼는데 예약에만 몇주 걸리는 것은 기본이고, 고장 원인을 못찾아서 3번 정도 갔다"며 "서비스 센터에 전화했더니 연락준다는게 지금까지 8개월이 지났다"고 성토했다.   

벤츠코리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속적으로 확산될 경우,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가의 수입 차량임에도 그에 합당한 AS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거듭되자 일부 네티즌은 "국내 소비자를 '호갱(호구+고객)'으로 본다"고 성토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벤츠코리아는 매출액 5조3382억원, 영업이익 1998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수입차 브랜드 중에선 단연 1위다. 2019년에는 매출 5조4377억원, 영업이익 2180억원을 기록했다. 

벤츠코리아는 AS 대응 논란과 관련, 실제 사실과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수리가 미뤄지는 것은 아니고 신차인 만큼, 기술지원팀 문의에 따라 수리를 진행하게 된다”며 “부품을 독일에 주문해 작업하다 보니 수리 기간이 조금 길어지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부품이 국내에 있을 경우 수리에 하루나 이틀 정도 소요되지만, 독일에 주문하면 운송에만 최소 2주 가량 소요된다”며 “독일에도 부품 재고가 없을 시 주문제작에 들어가게 되는데 길게는 2~3개월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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