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중?... 말소 도메인 수년째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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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중?... 말소 도메인 수년째 악용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6.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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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 '해외 인프라 투자지원센터' 도메인 방치
출범 2년 6개월만에 KIND와 역할 중복, 해체
koccenter.or.kr 센터 사이트, 도박 홍보물 도배
은행 "19년 도메인 말소 신청...악용 인지 못해"
‘손 놓은’ 한국인터넷진흥원 "모니터링 어렵다"
해외 인프라 수주·투자 지원센터(KOCCENTER) 도메인 접속 화면. 사진=시장경제DB
해외 인프라 수주·투자 지원센터(KOCCENTER) 도메인 접속 화면. 사진=시장경제DB

해외 인프라 사업 진출 확대를 위해 출범했던 ‘해외 인프라 수주·투자 지원센터(KOCCENTER)’의 공식 도메인이 사다리·파워볼·사설 FX마진거래 등 불법 도박 홍보 수단으로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를 지원하는 공공기관은 '한국 해외 인프라 도시개발 지원 공사(KIND)'와 '해외 인프라 수주·투자 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가 있다. KIND는 2018년 6월 출범한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으로, 사업 발굴부터 개발·금융지원, 직접 투자 등 사업 전 단계를 지원하고 민·관 합동 수주단 지휘 역할도 맡는다.

해외 인프라 수주·투자 지원센터는 2017년 출범한 한국수출입은행 산하 '해외 건설 플랜트 정책금융 지원 센터'를 확대·개편한 기구로, 해외사업 보증과 인프라 발굴, 개발 사업을 담당했다.

지원센터는 KIND 출범 이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해외 인프라 발굴과 개발 등 업무 영역이 KIND와 겹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결국 지원센터는 출범 2년 6개월 만에 해체됐다.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 1층에 위치한 사무실이 폐쇄되면서 20여 명의 파견 인력은 각자 기관으로 복귀했다.

문제는 지원센터가 해체된 이후 공식 도메인이 방치돼 불법 도박 사이트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원센터는 해체 전 공식 도메인으로 'koccenter.or.kr'을 사용했다. 현재 이 도메인을 검색하면 사다리·파워볼·사설 FX마진거래 등을 홍보하는 불법 도박 사이트로 접속된다. 인터넷 이용자는 'or.kr' 도메인을 공공기관으로 인지하고 검색하는데, 유해사이트로 접속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or.kr' 도메인은 비영리 조직이나 기관에 부여하는 도메인이다. 비영리기관은 평균 1년 단위로 이 도메인을 등록할 수 있으며 기관이 해체되면 해당 기관이 직접 말소를 신청해야 한다. 도메인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해야 한다.

수출입은행은 2014년 해당 도메인을 등록했고, 2019년 말소 절차를  마쳤다. 다만 지원센터가 해제된 이후 전산 관리가 부실했던 점은 인정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취재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당 도메인이 방치됐고, 불법 사이트로 사용됐던 사실을 알게 됐다"며 "도메인에 대한 신고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감독기관인 KISA도 도메인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비영리 목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or.kr' 도메인이 유해사이트로 악용되고 있는데 이런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KISA 관계자는 “비영리 목적을 가진 개인이나 법인은 누구나 'or.kr' 도메인을 신청할 수 있다. 등록 갯수는 4만개가 넘는다”며 “도메인을 등록하고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하더라도 일일이 모니터링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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