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보고서 왜곡해 유도신문... 검찰 증인은 '이재용 혐의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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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보고서 왜곡해 유도신문... 검찰 증인은 '이재용 혐의 부인'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5.2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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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바이오 회계·물산 합병 의혹' 3차 공판
前 삼성증권 팀장 A "시세조종 없었다" 증언
"'악재 선반영' 문구, 오해소지 있으나 과장 표현"
檢 "합병 전 삼성물산 주가 일부러 낮췄다"
A 반박 "합병 전 물산 주가 빠지고, 모직은 올라"
檢 증거 문건 일부 내용 '왜곡'... 변호인 이의에 질문 수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달 20일 열린 '삼성 바이오 회계·물산 합병 의혹’ 3차 공판 증인신문에서 검찰이 치명적 허점을 노출했다. 이 사건 검찰 공소사실 핵심 혐의인 ‘인위적 시세조종’과 관련돼 "처음부터 시세조종이나 인위적 주가조작은 없었다"는 증언이 검찰 측 증인에게서 나온 것.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전인 2015년 3월쯤 부터 물산 주가는 내림세, 모직 주가는 오름세에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증인신문이 기대와 다르게 흐르자 중간 중간 답답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20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와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혐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 10명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지난 공판기일에 출석했던 전 삼성증권 팀장 출신 A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갔다. A씨는 2004년부터 2018년 초까지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면서, 삼성 옛 미래전략실(미전실) 임직원들과 ‘프로젝트G’로 명명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한 핵심 실무담당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지배구조 개편 세부 현안 논의를 위해 구성된 테스크포스(TF)에 수시로 참여했다.

검찰은 '두 기업 합병은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범 그룹 차원서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으며, 합병 전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이 산정될 수 있도록 양사 의사회 합병 의결 전, 물산 주가는 의도적으로 낮추고 모직 주가는 높이는 주가 조작이 이뤄졌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주가 조작, 회계 분식 등 위법행위를 사전에 보고받았거나 적어도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의 이런 시각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그대로 반영됐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2015년 7월17일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확정됐다. 두 회사의 합병에서 가장 중요한 '합병비율 산정'은 이보다 2개월 전인 같은 해 5월 자본시장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결정됐다. 이 부분은 검찰도 부인하지 않는 사실이다. 
 

삼성증권-미래전략실 담당자 이메일
"물산 주가 내림세... 모직, 기대감에 오버밸류"

모직-물산 합병 과정에 대한 A의 증언은 검찰 공소사실과 크게 달랐다.  

증인신문에서 검찰은 A가 15년 3월 미전실 직원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제시하며 “상대적으로 삼성물산 주가가 빠져있고 모직은 오버밸류 돼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A는 “삼성물산 주가가 내림세를 보이고, 모직은 상대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상황을 전반적으로 얘기한 것 같다”고 했다. ‘오버밸류’라는 의미에 대해선 “적정가치보다 일시적으로 올라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A는 제일모직 주가가 ‘오버밸류’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배구조 기대감이 반영된 상태여서 주가 상태를 오버밸류 돼 있다고 설명한 것 같다. 시장에서 생각하는 ‘오버밸류’이다.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기대감이란 게 결국 시장에서 기대하는 회사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계산적으로 딱딱 떨어지게 설명하는 건 어렵지만 회사의 성장성으로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이다”

증언에 따르면, 합병 전부터 시장의 기대감으로 제일모직 주가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던 반면, 물산 주가는 하향세였다. 삼성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주가를 조작할 필요성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음을 검찰 측 증인이 증언한 셈이다. 

검찰이 A를 이 사건 첫 증인으로 채택한 배경을 살피면, 그의 증언에 대한 검찰의 기대감을 읽을 수 있다. 전술한 것처럼 A는 프로젝트G의 실무 책임자 중 한명이었으며, 15년 당시 미전실 동태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다.

검찰은 미전실 주요 업무가 이 부회장에게 보고됐고, 합병 관련 법률 이슈 역시 이 부회장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확보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증인 답변은 검찰 기대에 한참 못미쳤다. 되레 A의 증언을 기초로 15년 초 상황을 재구성하면 검찰은 '물증도 없이 예단과 추론만으로 공소를 제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檢, 보고서 원문 왜곡해 유도신문 

변호인 이의 제기에 질문 수정 

이날 공판의 또다른 관전포인트는 시세조종 혐의 관련 검찰 질문의 '표현'과 관련된 법정 공방이었다.

검찰은 공판 후반부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보고서에) 주가관리 방법으로 '주가 악재요인은 1분기 실적에 반영하고, 호재 요인은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가능성 등 7~8월에 집중해 주가 부양'이라고 돼 있죠? 이것도 증인이 팀장으로 있는 팀에서 (미전실에) 알려준 것인가요?."

위 질문 중 [주가관리 방법으로 주가 악재요인은 1분기 실적에 반영하고, 호재 요인은 매피스 나스닥 상장가능성 등 7~8월에 집중해 주가 부양] 표현은 지난해 일부 친검찰 매체들이, 이 부회장 시세조종 의혹을 보도하면서 인용한 문구이다. 당시 특정 매체는 검찰 관계자가 흘린 위 표현을 근거로, 삼성 미래전략실이 시세를 조종한 증거를 찾았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위 질문에 변호인단은 "(검찰이 증인에게 제시한) 해당 문건에는 그런 표현이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해당 문건에는) '임의로 조정하여' 등의 표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기재돼 있는데'라고 질문한다"며 거듭 질문 변경을 요구했다. 

재판장은 검사를 향해 "서면(보고서)에 없는 내용이냐? 보고서의 취지를 해석한 것이냐"고 확인을 구했다.

검찰은 [호재 요인은 에피스 나스닥 상장가능성 등 7~8월에 집중해 주가 부양]이란 표현을 삭제하고 질문을 정정했다.

 

증인 A "프로젝트G 보고서 표현 과장"
"압축된 표현 오해... 인위적 시세조종 없었다"
 

A는 '악재요인을 선반영하고'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반복되는 답변인 것 같은데 합병 의사결정과는 무관하다. '악재 선반영해 주가 낮춘 후' 저런 표현은 그런 트렌드를 가져가는게 전반적으로 좋다는 뜻을 압축적으로 쓴 것 같은데. 저희 업무 전반은 공시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여러가지 사안이 주가에 실제 영향 줄지 어떻지는 모르지만 일반적인 (보고서 작성의) 경우에 다 있는 내용들이다."

A는 '악재를 실적에 선반영 하라는 조언도 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내용을 압축적으로 작성하다 보니 나온 표현인데, 실제 뜻과 달리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다음은 이 부분 A의 진술.  

"저 표현은 마치 뭔가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오해 소지가 있는 워딩처럼 느껴지는데 당연히 저희 자문은 관련 법 지키는 게 전제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주가 오르도록 일정을 조절하자는 취지. 표현 자체가 너무 압축되서 오해 소지가 있는 것 같다. 전반적인 취지는 제가 말한 것과 같다." 

4차 공판은 다음달 3일로 예정됐다. A에 대한 검찰 주신문은 이날도 계속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검찰 주신문을 4시간 정도 더 한 뒤, 변호인 반대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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