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25시] ‘망자’ 놓고 장의차, 사설구급차 수년째 ‘고소·고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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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망자’ 놓고 장의차, 사설구급차 수년째 ‘고소·고발전’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6.21 13: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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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특수여객만 가능”, 보건복지부 “법제처 해석에 따르면 사설구급차도 가능’

지난 5월 한 사설구급차 기사가 서울의 한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유상으로 운송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2016년11월 서울의 한 장례식장으로 장례를 치르기 위해 사설구급차가 시신을 운송하고 있는 모습. 사진=전국특수여객연합회

 “야! 이 개XX야. 불법 저지르지마!”

“어디서 사진을 찍어! 씨X 새X야 죽고 싶어!” 

지난 5월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특수여객(=장의차) 운수종사자와 사설구급차 기사간 욕설이 오갔다. 이들은 차량 1~2대를 가지고 영업을 하는 대표적인 소상공인들이다.

이들이 싸운 이유는 시신 즉, 망자(亡者) 때문이었다.

특수여객업계는 여객운수사업법에 따라 시신 운송은 오로지 장의차만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사설구급차업계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신들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는 고소‧고발전이 난무하고 있다.

◇ “시신이랑 환자랑 같이 운송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지난 5월16일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특수여객업계 관계자가 사설구급차의 시신 운송을 촬영했다.

촬영을 당한 사설구급차 기사는 “사진을 왜 찍냐”며 욕설을 이어갔다.

촬영을 한 특수여객 관계자는 “법적으로 시신은 특수여객만 할 수 있다”며 “범죄를 고발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몸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수여객 관계자는 “응급환자랑 어떤 균이 있는지도 모르는 시신이랑 같이 운송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라며 촬영을 이어갔다.

지난해 8월초에는 경북의 한 특수여객업체가 사설구급차 기사에게 역으로 고발을 당했다.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사설구급차의 시신 운송은 불법’이라는 공문을 경북 지역 일대에 병원과 장례식장에 발송했는데, 사설구급차업체가 업무방해죄로 고발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양측이 고소‧고발하는 건수는 얼마나 될까.

전국특수여객자동차연합회에 따르면 특수여객업계가 사설구급차의 불법 시신 운송과 관련해 고발하는 건수는 한 해 평균 30여건이다.

사설구급차는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없는 상황이어서 고소‧고발 현황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사설구급차 영업권 축소되자 운송 영업 ‘시신’으로 확대

사설구급차업계가 시신 영업에 목을 매는 이유는 비싼 운임 때문이다.

국과수로 보내는 시신의 이송비는 건당 20~30만원 선이다. 반면, 사설구급차들은 요금제도로 운영되다보니 이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이송을 하고 있다.

일반구급차의 기본요금은 2만원(10km이내), 1km당 800원이다. 특수구급차는 기본요금 5만원(10km이내)에 1km당 1,000원이 붙는다.

예들 들어 마포구에서 국과수로 시신을 이송할 시 미터기를 찍으면 7~8만 원이 나오지만 건 바이 건으로 영업할 시에는 25만원을 받는 것이다.

즉, 사설구급차들은 법적으로 미터기를 기준으로 한 이송비를 받아야 하지만 시신 운송시에는 자율 요금제로 받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사설구급차 이송료 포스터. 사진=보건복지부

이와 함께 사설구급차업계는 공급과잉과 각종 불법으로 인한 관리감독 문제에 직면해 있다.

교통사고 건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고, 119소방대원이 늘면서 사설구급차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때문에 이들도 살아남기 위해 ▲미터기 조작 ▲시신, 환자 동시 탑승 ▲긴급 택시 대행 ▲119도청 ▲퀵서비스 대행 등의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시신과 환자를 운송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김명연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응급환자 없이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설구급차 위반건수가 2013년 2418건, 2014년 3153건, 2015년 3397건으로 3년간 총 9000여건에 달했다.

◇ 국토부, 보건복지부 ‘합리적 대안 위해 머리 맞대야’

현재 특수여객과 사설구급차들이 시신 영업을 놓고 싸우는 이유는 ‘여객법’과 ‘응급법’이 충돌하고 있지만 관련 부처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여객운수사업법 시행령 3조에 따르면 특수여객 사업은 시체(유골을 포함한다)를 운송하는 사업을 뜻한다.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대로 보건복지부는 응급법을 관대하게 해석할 시 사설구급차도 영업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5조에는 구급차는 사고 등 현장에서 사망하거나 진료를 받다가 사망한 사람을 ‘의료기관 등’에 이송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고, 법제처가 의료기관 ‘등’에 장례식장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포함된다는 해석을 내렸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사설구급차들도 바로 이 ‘등’에 대한 법제처 해석을 근거로 시신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여객법으로 보자면 사설구급차는 자가용으로 유상운송을 하고 있는 것이어서 분명히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또, 국민 정서상 시신과 응급 환자를 동승시켜 영업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며 “제도권 안으로 흡수 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특수여객 “국과수‧장례식장이 의료기관이라는 주장 받아들일 수 없어”

특수여객업계는 사설구급차의 모든 시신 영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국과수 ▲일반장례식장 ▲병원 장례식장의 영업 행위만 반대하고 있다.

이곳들은 사망이 확정된 이후 처리를 위한 기관들이므로 응급의료시설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특수여객은 시신만 운송하기 때문에 적법한 차량 개조 절차를 밟지만 사설구급차는 ‘시체를 이송한 후에는 내부를 소독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관리 메뉴얼 조차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때문에 특수여객업계는 국과수와 장례식장이 의료기관이라는 법제처의 해석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다.

전국특수여객자동차연합회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장례식장과 국과수를 의료기관이라고 보기가 힘들다. 어떤 질병에 감염돼 죽은지도 모르는 시신과 응급 환자를 동시에 태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상식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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