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R&D 생존전략①] 3500억 투자, 4조 수출... R&D의 정석 유한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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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R&D 생존전략①] 3500억 투자, 4조 수출... R&D의 정석 유한양행
  • 홍성인 기자
  • 승인 2021.05.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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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7억 투자, 2016년 852억 대비 161% 급증
최근 3년간 4조 원 수출... 기술 名家로 '우뚝'
폐암치료제 '렉라자' 글로벌 신약 가능성 주목
지속적 오픈이노베이션, 新 R&D 생태계 구축
조욱제 대표, R&D 기반 기술확보 최우선 과제 제시

국내 제약사들이 R&D(연구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 과당경쟁에서 오는 수익률 저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제약사 등록 기준이 낮은 것이 근원적인 문제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독자적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재투자는 글로벌 확장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다.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유한약품 등 국내 메이저 제약사들이 미개척 치료제 개발을 위해 R&D 강화에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는 이유기도 하다. 본지는 국내 제약사의 R&D 진행 상황을 되짚어보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유한양행은 최근 R&D 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전경. 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은 최근 R&D 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전경. 사진=유한양행

1926년에 설립돼 올해 창립 95주년을 맞은 유한양행(대표 조욱제)은 100년 기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갖춘 유한 100년사를 창조하기 위해 기업의 미래 성장 발판을 다지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유한양행은 회사의 미래성장동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인 R&D 부문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으며 2018년~2020년 최근 3년간 5건, 4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의 성과를 이뤄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제약기업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명으로 오랜 시간과 많은 투자가 선행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R&D 부문의 경쟁력을 최우선적으로 강화해 나아간다는 방향”이라며 “단기적인 이익 창출을 넘어 적극적인 R&D 및 시장 지향 투자 강화로 장기적인 발전과 미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을 지속적으로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한양행의 2020년 R&D 투자금액은 2,227억원으로 2016년 852억원 대비 161% 증액됐다. 매출액 대비 14.2%로 이는 전통제약사 중 최고수준이다. 기술수출로 인한 기술료 유입이 다시 R&D에 재투자돼 신약성과를 이루는 R&D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됐다.

올해는 폐암치료제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신약 허가로 본격적인 국내 시장 시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렉라자는 얀센과의 협력을 통한 병용 글로벌 3상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어 글로벌 신약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유한양행 R&D 투자현황. (별도재무제표 기준) 단위: 억원
유한양행 R&D 투자현황. (별도재무제표 기준) 단위: 억원

 

혁신 신약 ‘렉라자’ 31호 국산신약 허가 받아

3세대 돌연변이형 EGFR 억제 폐암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2018년 11월 미국 얀센바이오테크에 총액 1조 4천억원 규모로 기술수출을 하고 공동개발 중인 신약물질이다. 학계와 증시 등에서 유력한 글로벌 신약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초 식약처로부터 31호 국산 신약으로 (조건부)허가를 받아, 약가 등재 등을 거쳐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갈 계획이다.

작년에는 1차치료제로의 치료범위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다국가 임상 3상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공동개발사인 얀센은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글로벌 병용 3상을 진행하고 있어 상업화 속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국내 제31호 신약인 렉라자.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치료에 사용될 전망이다. 사진=유한양행
국내 제31호 신약인 렉라자.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치료에 사용될 전망이다. 사진=유한양행

이번 허가로 1, 2세대 EGFR 표적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T790M 돌연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 사용이 가능하게 됐다.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2015년 전임상 직전 단계에서 도입해 물질 최적화와 공정 개발, 전임상과 임상을 통해 2021년 국내 허가를 받게 됐다.

렉라자 상용화가 가시화되면서 유한양행에 대한 올해 하반기 실적에도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유한양행은 1분기 개별기준 매출 3542억37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에 비해 16.8% 성장을 이뤘다. 영업이익에서도 124억29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3.9% 증가했다. 지난해 코로나 타격으로 인한 기저효과 영향으로 실적이 대폭 상승한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유한양행의 실적은 상승세다.

특히 렉라자가 시판되는 올해 하반기에는 실적 상승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렉라자 임상연구를 주도한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조병철 교수는 “렉라자 국내 허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항종양 효과 및 안전성을 통해 우리나라 폐암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대안이 될 것이며 또한 글로벌 임상을 통해 전세계 폐암환자의 희망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사망률 1위인 폐암은 치명적인 암이며, 다른 장기로 전이된 폐암의 5년 생존율은 8.9%로 생존율이 매우 낮다. 2021년 폐암 환자수는 약 3만명으로 추정되고 비소세포폐암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이 가운데 30~40%가 EGFR 변이 양성으로 진단된다. 이런 환자에게는 1~2세대 표적치료제를 사용하지만 이 가운데 약 50~60%의 환자가 T790M 돌연변이에 의한 내성을 갖게 돼 치료에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는 한계 역시 존재한다.

유한양행의 혁신신약인 렉라자는 이러한 T790M 돌연변이 내성에 강한 3세대 표적치료제이다. 특히, 뇌혈관장벽(Blood-Brain-Barrier, BBB)을 통과할 수 있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환자에게도 우수한 효능과 뛰어난 내약성을 보였다.

유한양행은 전사 차원에서 신약 개발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은 전사 차원에서 신약 개발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렉라자는 유한양행의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 결실의 하나로 꼽힌다.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도입된 폐암치료제 렉라자는 도입 시 전임상 직전 단계의 약물을 유한양행에서 물질 최적화, 공정개발, 전임상과 임상을 통해 가치를 높여 얀센바이오텍에 수출한 건으로 전형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사례라 할 수 있다.

유한양행은 2015년부터 신약개발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최근 6년간 사업다각화와 바이오벤처 및 후보물질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투자한 곳이 34개사, 금액은 4천억여원에 이르며 이 중 바이오벤처에 2468억원을 투자해 단기간 내 신약개발 역량을 끌어올려 체질개선에 힘을 쏟았다.

2015년 초 9개였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은 현재 30개로 늘어났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외부 공동연구과제로 이뤄져 있다.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 모델은 도입된 기술이나 약물의 개발단계에 따라 유한의 강점인 신약 물질의 효능, 독성을 평가하는 전임상 연구와 초기 임상연구를 통한 중개연구, 생산연구, 제제연구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개발업무를 수행함으로써, 도입한 기술이나 물질에 가치를 극대화해 글로벌 기술수출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사진=유한양행
사진=유한양행

 

연이은 해외 기술수출, 3년간 4兆 규모

기술 수출의 명가로 자리 굳혀

지속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은 최근 연이은 해외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그 결실이 가시화 되고 있다.

지난 2009년 국내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퇴행성 디스크치료제 YH14618을 임상 2상 단계까지 개발한 다음, 2018년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기술이전 했다.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도입된 폐암치료제 렉라자는 2018년 11월 미국 얀센바이오테크에 기술 전수했다.

또한, 제넥신의 약효지속 플랫폼 기술이 접목된 비알콜성지방간 치료제 YH25724를 2019년 7월1일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했다. YH25724는 유한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물질이지만 제넥신의 지속형 단백질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의약품으로 유한의 바이오의약품 개발 역량과 더불어 외부기술에 대한 열린 자세가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미국 항체 신약전문 기업 소렌토사와 설립한 합작투자회사 이뮨온시아의 IMC-001은 대표적인 면역항암제로 국내 최초 임상1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국내 항체 신약전문 벤처 앱클론과 공동연구 결과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YHC2101을 도출하기도 했다.

반면 길리어드에 수출된 NASH 치료제 화합물은 유한에서 순수하게 자체로 타깃을 선정하고 개발을 진행해온 과제로 유한의 발굴능력을 보여주는 성과이다.

2020년에도 유한양행의 기술수출행진은 이어졌다. 지난 8월 미국의 프로세사 파머슈티컬과 5천억원 규모의 ‘위장관 치료제’ 기술을 수출했고, 올해 3월에는 이뮨온시아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IMC-002를 중국 3D 메디슨에 5,4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하기도 했다.

 

글로벌-산·학·연·병 R&D 생태계 구축

오픈 이노베이션 적극 확대해 갈 것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은 유한에 성공적으로 안착됐다는 것이 내외부적인 평가다.

앞으로 유한양행은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로 플랫폼의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미국의 두 곳에 법인(Yuhan USA 샌디에이고, 보스톤 법인)을 설립해 신규 기술 확보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2019년에는 호주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 빠른 시일 내 유럽을 목표로 전세계적인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이를 통해 확대된 플랫폼을 전 세계 지역별 특성별로 맞춤 적용하여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제약산업은 물론, 대학 등 연구기관, 바이오벤처, 실제 치료가 이뤄지는 병원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산·학·연·병 R&D 생태계 구축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신약 창출을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9월 성균관대학교,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와 '산학융합 뇌질환 R&BD 생태계 구축 협력사업'을 체결했다. 성균관대학 자연과학캠퍼스 내에 'CNS 연구센터(가칭)' 설립을 추진하는 등 뇌질환 신약개발 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산학협력 R&BD 생태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2월에는 유한양행-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연구원-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와 신개념 치료기술 및 혁신신약 개발 연구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을 체결했다. 세 기관은 희귀 난치 질환 분야 환자에 대한 맞춤형 정밀의학 실현을 목표로 신규 치료 타깃을 발굴하고 신개념 치료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신약후보물질 발굴 및 공동연구 협력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최종 목표는 개방, 가치창출, 이익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글로벌로 확대해 유한의 기업비전인 ‘Great YUHAN, Global YUHAN’을 향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올해 정기 주총에서 새롭게 유한양행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조욱제 사장도 취임과 함께 R&D 역량 강화와 기반기술 확보를 회사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향후에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더욱 확대해 신약 파이프라인 증대 및 기반기술의 확충을 통해 글로벌 혁신신약을 반드시 조기에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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