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물류·콘텐츠 '퀀텀점프' 노린다... 네이버 지분동맹 파급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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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물류·콘텐츠 '퀀텀점프' 노린다... 네이버 지분동맹 파급력 주목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5.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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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사업구조 혁신적 개편 '시그널'
네이버 '물류', CJ, '미디어·콘텐츠' 분야 시너지
CJ ENM, 스튜디오드레곤, 티빙... 경쟁력 강화
네이버와 손잡은 CJ... '메타버스'로 영토 확장
CJ-네이버 연합, 융복합 시대 새로운 협업모델 제시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편집자주>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 사태는 국내 산업 지형도를 급속도로 변화시켰다. 오프라인에 치중됐던 유통, 콘텐츠 분야에선 ‘언택트’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각 기업의 합종연횡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있다. 물류·콘텐츠 사업에 강점을 가진 CJ그룹과 국내 1위 인터넷 포털 네이버 의 ‘동맹’이다. 두 기업은 지난해 주식 맞교환을 통한 협업강화에 나섰다. 이커머스와 콘텐츠 등 일부 사업분야가 겹치는 점을 고려한다면 경쟁자라고 할 수도 있는 두 거대 기업이 상호 ‘윈윈’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다.  

네이버는 오프라인으로, CJ는 온라인으로 각각 영토를 넓혔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가치는 상당히 높다.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는 시장 상황 속에서 CJ와 네이버가 새로운 대안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경제>는 CJ와 네이버가 물류·콘텐츠 분야에서 각각 가지고 있는 강점과 향후 사업전망을 조명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주력사업 재편하는 CJ

1년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사태는 CJ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CJ CGV 영화관에는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프레시웨이, 푸드빌, 올리브영 등의 오프라인 매장도 매출하락의 ‘혹한기’를 견뎌야 했다. 꾸준히 흑자를 기록했던 CGV는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3925억원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2019년만 하더라도 58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프레시웨이도 지난해에는 3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재현 CJ 회장은 부진한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해 몸집을 줄이는 한편, 식품·물류·콘텐츠 등 ‘알짜’ 사업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영 노선을 급선회했다. 식품과 물류, 콘텐츠 부문은 모두 ‘언택트’에 강점이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각각 CJ제일제당(식품), CJ대한통운(물류), CJENM(콘텐츠) 등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CJ가 넘어야 할 산은 높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실적에서 순항을 이어가고 있지만, CJ대한통운과 CJENM은 각각 쿠팡과 넷플릭스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마주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쿠팡은 올해 초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하며 막대한 자금 실탄까지 확보했다. 미국 ‘OTT 공룡’ 넷플릭스 역시 K-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며 국내는 물론, 아시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승률을 비약적으로 높여 ‘이기는 싸움’을 하기 위해선 확실한 우군이 필수적이다. 이 회장이 ‘파트너’로 선택한 회사는 국내 온라인 검색시장에서 65%의 점유율을 보유한 네이버였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17% 점유율을 기록해 쿠팡(13%)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콘텐츠 부문에서도 네이버는 웹툰과 웹소설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CJ-네이버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 사진=SBS biz 뉴스 화면 캡처.
CJ-네이버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 사진=SBS biz 뉴스 화면 캡처.

 

네이버, CJ '풀필먼트' 시스템에 AI 결합 
CJ, 네이버스토어 36만 곳... 잠재고객 유치 

CJ와 네이버는 지난해 말 6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협력을 구체화했다. CJ그룹이 네이버 자사주 1.28%를 가져가고 네이버는 CJ대한통운 자사주 7.85%(3000억원), CJ ENM 자사주 4.99%(1500억원), 스튜디오드래곤 신주 6.26%(1500억원)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의 전략적 협업은 특히 물류, 컨텐츠 분야에서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강화하려는 네이버와 첨단 융복합 기술을 기반으로 물류 경쟁력을 높이려는 CJ대한통운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먼저 네이버는 인공지능(AI)이 적용된 ‘풀필먼트(통합물류)’ 서비스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4월 CJ대한통운이 ‘e-풀필먼트'라는 이름으로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판매자에서 구매자 순으로 이뤄졌던 기존 배송시스템과 달리, 풀필먼트 시스템은 주문 즉시 물류창고에서부터 배송이 시작돼 보다 빠르게 운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재고관리와 선별 포장, 출고, 배송 등 물류에 관한 모든 과정을 관리·대행한다. 

CJ대한통운은 현재 LG생활건강, 애경, 라이온코리아 등 12개 브랜드에 'e-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개 브랜드가 추가 입점을 확정하고 일정을 협의 중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주문한 다음날 배송을 받기 위해 오후 3시 정도까지는 주문을 해야 했지만, e-풀필먼트에서는 밤 12시에 주문해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

CJ대한통운이 고객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7%가 서비스 개시 이후 25% 이상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체는 판매량이 100% 이상 늘었다. 상품 판매량이 늘어난 이유로는 높은 '익일배송률'에 대한 소비자 만족과 24시 마감으로 인한 주문수집 극대화가 주효한 것으로 꼽혔다.

이 같은 CJ대한통운의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네이버는 올 하반기에 스마트스토어 입점 중소형 상점에도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네이버스토어에 입점한 업체 수는 36만여 개에 이른다. 두 회사의 협력으로 CJ대한통운의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물론, 네이버도 비교우위의 이커머스 경쟁력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각각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CJ대한통운 수원 동탄 풀필먼트센터에 투입된 ‘비정형 패턴 박스 피킹 로봇팔’. 사진=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수원 동탄 풀필먼트센터에 투입된 ‘비정형 패턴 박스 피킹 로봇팔’. 사진=CJ대한통운

 

네이버 손잡은 CJ
미디어·콘텐츠 경쟁력 비약적 상승 

콘텐츠 분야에서도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CJENM은 방송, 영화, 음악, 공연, 애니메이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한류’의 세계적 확산 추세에 힘입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스튜디오드래곤도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대박행진을 이어가면서 ‘K-콘텐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네이버는 웹툰과 웹소설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누리꾼에게 인기를 끄는 웹툰과 웹소설의 경우, 완성된 시나리오와 검증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드라마·영화로 제작하기에 손색이 없는데다가 흥행가능성도 높다. 

네이버웹툰은 국내와 해외 시장을 합쳐 월 이용자수가 7800만명에 이른다. 영어와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10개 언어로 번역돼 10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월 거래액은 800억원, 연간 거래액은 8200억원을 넘어섰다.

웹소설 분야에서도 네이버는 올해 초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왓패드 월 이용자 수는 9400만명으로, 네이버웹툰 이용자 수와 더한 월간 순 이용자 수는 무려 1억 6600만명에 이른다. 왓패드 인수로 네이버는 전 세계 창작자 약 570만명, 창작물 수 10억개 이상을 보유하게 됐다.   

이같은 상황은 네이버와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CJENM, 스튜디오드래곤에게 엄청난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스튜디오드래곤은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스위트홈’을 제작해 흥행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8개국에서 시청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티빙 홈페이지 캡쳐
사진=티빙 홈페이지 캡쳐

 

IT 핵심 키워드 '메타버스' 협력 강화
네이버 올라탄 '티빙', 넷플릭스 대항마 부상 

CJENM은 올 하반기 '네이버 Z'가 운영하는 가상현실 SNS 플랫폼 ‘제페토’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선보일 계획이다. 제페토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1억90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해외이용자 비중은 90%, 10대 이용자 비중은 80%다.

제페토는 IT업계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메타버스' 기반의 새로운 SNS 프로그램이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구현한다. 기존의 가상현실보다 진보된 개념으로 웹과 인터넷 등의 가상세계가 현실에 흡수된 형태이다. 

코로나로 대면접촉이 급감하면서 현실과 가상세계를 결합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OTT 시장에서도 양사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CJENM의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 ‘티빙’은 네이버와의 협업에 힘입어 미국 거대 콘텐츠 기업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CJENM에서 물적 분할되며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티빙은 CJENM과 네이버의 콘텐츠 제작역량이 결집되는 핵심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그 일환으로 네이버는 올해 3월 자사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티빙 방송 무제한 이용권'을 추가하기도 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으로 즐길 수 있는 티빙의 VOD는 최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포함해 약 7만여 편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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