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후순위채 발행 잇따라 흥행
KB손보 8000억, 미래에셋생명 3000억 후순위채 발행 예정
국내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발행이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후순위채란, 발행기관이 파산할 경우 다른 채권자들의 부채가 모두 청산된 이후 마지막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아 신종자본증권과 함께 보험사들이 자본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무엇보다 금리 상승 흐름에 발맞춰 채권재분류를 실시해 지급여력비율(RBC)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오는 2023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다.
11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KB손해보험은 정정공시를 통해 기존 2000억원에서 1790억원이 증가한 3790억원 규모의 '제1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자율은 3.40%이다. 상환기일은 오는 2031년 5월 13일이다.
앞서 KB손해보험은 공모희망금리 2.9%~3.5% 밴드로 10년 만기 5년 콜옵션 조건에 기반해 2000억원의 후순위채권을 모집했다. 그 결과 증권사 2440억원, 보험사 1650억원, 연기금 300억원, 자산운용사 200억원 등 4590억원에 달하는 수요가 예측됐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KB손보의 RBC비율은 2020년 대비 17.37%p 개선된 192.13%를 기록할 전망이다. RBC 비율이란, 보험사가 보험료를 운용하면서 부담하는 리스크(위험자산; 손실 가능성) 대비 충분한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수치화해 만든 것이다. 보험사의 경영상태와 재무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로 사용된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올해 총 8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며 ”하반기에도 외화·ESG채권 발행 등 다양한 조달수단을 검토해 수요 확보와 조달금리 절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도 30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후순위사채를 발행했다. 이자율은 3.9%다. 만기일은 2031년 4월 29일이다. 수요예측에서 4140억원이 몰리면서 발행 규모를 확대했다고 미래에셋생명 측은 전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후순위채 신규 발행 1000억원당 RBC비율은 9.3%p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본건전성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영업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금리변동성 확대에 대한 사전 대응을 통해 내실 있는 경영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RBC비율은 150% 정도가 적정 수준이지만 2023년 IFRS17과 K-ICS가 시행되면 회계기준에 따라 180~190%를 확보해야 한다"며 "요구자본 규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미리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중 금리가 낮지만 보험사 후순위채 금리는 높기 때문에 투자자산으로서 매력적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