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G·이재용 연관 못밝힌 檢... '유도성 증인신문'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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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G·이재용 연관 못밝힌 檢... '유도성 증인신문' 눈살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5.10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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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2차 공판, 쟁점 정리
檢 "프로젝트G, 이재용 경영승계 계획 문건"
前 삼성증권 팀장, 검찰 첫 증인으로 출석
미전실과 프로젝트G 실무 협의, 핵심 당사자
"지배구조 개선, 대주주 경영권에만 있지 않아"
"계열사 발전, 상장 이슈 등 다각적 대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과거 삼성증권에 몸담았던 직원을 증인으로 불러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를 입증하고자 했던 검찰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6일 끝난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전 삼성증권 팀장 출신 A에 대한 신문을 통해, 삼성이 옛 미래전략실(미전실)을 중심으로 범 그룹 차원에서 이 부회장 지배력 강화와 조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련의 작업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주가 조작, 회계 분식 등 각종 위법이 실행됐음을 입증하고자 했다.

검찰은 A가 ‘프로젝트G’라 불린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깊숙이 개입한 실무 담당자였던 만큼 그의 진술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특히 검찰은 미전실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이 부회장에게 구체적으로 보고됐다는 증언의 확보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그러나 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진 검찰 신문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검찰은 A를 상대로 ‘미전실의 최고 보고 대상은 이 부회장 이었다’는 증언을 위해 집요한 질문을 던졌으나, 증인의 답변은 대체로 모호하고 부정확했다. 검찰은 A와 미전실 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수시로 보여주면서, 메일에서 언급된 주요 현안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느냐는 유도성 질문을 거듭했으나 끝내 ‘그렇다’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검찰은 ‘검토’에 그친 에버랜드-삼성물산 합병(안)을 비롯해 미전실이 수행한 각종 기획 및 업무협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내밀면서 지배구조 개선의 목적이 이 부회장 지배력 강화에 있음을 입증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A는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만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 주요 계열사의 발전과 상장 준비 시 유의사항 등을 미리 준비하자는 측면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목적을 “정부의 규제에 맞춰가면서도 경영권 분쟁 내지 위협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답했다.

A의 증언을 기준으로 하면 ‘프로젝트G’로 명명된 삼성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비롯해 큰 틀에서 선제적 대안을 마련하고, 핵심 계열사의 사업구조를 정비하는데 초점을 맞춘 마스터플랜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증언대 앉은 프로젝트G 핵심 실무자
증인 답변, 검찰과 상당한 시각차 드러내 

앞서 검찰은 전 삼성증권 팀장 출신 A를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 첫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이른바 ‘프로젝트G’라 불린 문건을 중심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주요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사건 첫 증인이자 검찰 측 첫 번째 증인으로 지목된 A는 2004년부터 2018년 초까지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면서, 삼성 옛 미래전략실(미전실) 임직원들과 ‘프로젝트G’로 명명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한 핵심 실무담당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지배구조 개편 세부 현안 논의를 위해 구성된 테스크포스(TF)에 수시로 참여하기도 했다. 

프로젝트G는 검찰이 이 부회장 혐의 입증의 핵심 열쇠로 지목한 주요 증거이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프로젝트G를 기획,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조기 승계를 위해 주가 조작, 회계 분식 등 각종 위법행위를 범했다는 것이 검찰의 기본 시각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주작 조작, 회계 분식 등 위법행위를 사전에 보고받았거나 적어도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그린 이 사건 밑그림에서 A의 증언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그의 증언을 통해 미전실 주요 업무가 이 부회장에게 보고됐음을 입증하는데 성공한다면, 주가 조작 등의 위법행위 역시 이 부회장에게 보고됐다는 '심증'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밑그림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시세조종 행위가 존재했으며, 합병의 사후 정당성 확보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범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 부회장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시세조종 내지 분식회계가 실제로 이뤄졌음을 먼저 규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검찰이 갈 길은 멀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미전실 현안을 직접 챙겼다는 증언을 사전에 확보하면, 검찰은 향후 공판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 검찰이 첫 증인으로 A를 지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A에 대한 검찰의 첫 주신문 결과는 만족스럽다고 할 수 없다. 아직 주신문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검찰이 스모킹건으로 여긴 프로젝트G 핵심 실무 담당자에 대한 신문에서, 시세조종이나 분식회계 관련 언급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검찰에겐 부담이다.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 재판장 박정제·주심 박사랑 부장판사)는 이날 검찰의 주신문이 오후 6시30분을 넘어서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심리를 중지하고, 다음 기일에 신문을 속행토록 했다. 검찰의 나머지 주신문과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은 20일 오전으로 예정된 3회 공판기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檢 “프로젝트G 목적은 무엇?” 
증인 “미래 경영 위협에 대응하는 것” 

A의 진술을 통해 이 부회장 혐의 입증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검찰 전략은 주신문 초반부터 꼬였다. 검찰은 “프로젝트G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검토했는데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표를 기억나느냐”고 물었다. 이 질문의 대한 A의 답변은 검찰의 기대를 벗어났다. A는 위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마 목표라는 게 저런 사항들(경영권 위협 요소)을 전반적으로 해소하고, 대주주 지분을 포함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을 좀 해소하고, 규제에 맞춰가면서도 경영권의 위협이 없도록 만드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면서 A는 “뭔가 개별 사안에 하나하나 대응하는 게 아니라 전체의 큰 차원에서 지주회사 전환 같은 의사결정을 검토하고 그룹 주요 회사들, 사업들에 대한 경영권 유지 방향 등 관련 솔루션을 생각해 본 것”이라고 부연했다.

프로젝트G 문건 중 에버랜드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 개편 관련 부분에 대한 검찰 신문도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검찰은 “에버랜드 기업 가치 향상은 (대주주 일가의) 그룹 지분율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A는 “보고서상 내용은 에버랜드의 그룹 지분율을 높이는 그런 부분을 표기한 것”이라며 “첨언드리고 싶은 건, 대주주 지분율만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 개선으로 각각의 회사(계열사)도 같이 발전하자, 상장 준비할 때 어떤 포인트를 잡아서 준비하자는 측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A의 증언에 따르면, 미전실이 행한 주요 업무는 미래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경영권 분쟁 이슈 기타 위협 요소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국내 대기업집단은 안팎의 경영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지주회사 혹은 모회사의 주요 업무이자 통상업무이다. A의 위 증언은 프로젝트G에 대한 검찰 시각과 크게 상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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