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저가'로 쿠팡 잡겠다는 대형마트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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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저가'로 쿠팡 잡겠다는 대형마트의 착각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1.05.0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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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백원 싼 것 매력 없어"... 편한 배송이 선택 이유
소비자 사로잡은 로켓배송, 전국 물류센터 청사진
대형마트, 제살깎기식 경쟁보다 배송에 힘써야 할 때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유통업체들이 쿠팡을 잡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최저가 경쟁에 돌입했다. 이전에는 동종업계 간 경쟁이었지만 최근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지며 쿠팡이 모두의 경쟁상대가 됐다. 

이마트는 최근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들고 나왔다. 가공·생활용품 상품 500개를 정해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보다 이마트가 비싸면 최저가와의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해 주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맞서 롯데마트도 이마트가 정한 500개 상품 대상으로 최저가를 보장하고, 매장에서 '롯데마트 GO' 앱스캔 결제 시 엘포인트를 5배 적립해 주겠다며 맞불을 놨다.

대형마트들이 연일 최저가를 외치는 이유는 쿠팡 견제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집콕족'이 늘었고, 온라인 쇼핑도 크게 늘었다. 그 중심엔 항상 쿠팡이 있었다. 쿠팡은 방대한 물량 소싱과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온라인 쇼핑을 이끌었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 14조원을 기록했다. 2019년 7조2000억원에서 두 배 가량 성장한 것이다. 또 올해 뉴욕 증시에 입성하며 몸값이 50조원까지 커지며 공룡으로 거듭났다. 2019년 약 7000억원의 영업손실은 5500억원으로 줄이며 향후 흑자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유통 대기업들은 쿠팡이 무섭게 성장가도를 달리자 위기감을 느끼며 제살깎기식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소비자들 생각도 그럴까? 이들은 가격때문에 쿠팡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한 네티즌은 "단 몇백원 차이에 불과한데 그 정도는 매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쿠팡을 이용하는 이유는 단순히 가격때문만이 아니다. 쿠팡 제품들 중 다른데보다 비싼 것도 많다. 그래도 쿠팡을 이용하는 이유는 로켓배송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몇 백원 더 비싸도 빠른 배송을 선호하게 된다. 당장 필요한데 오늘 오거나 늦어도 내일 바로 오는 스피드가 쿠팡을 선택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편리한 환불도 쿠팡을 선호하는 이유로 지목됐다. 쿠팡은 와우회원의 경우 환불 배송비가 무료다. 보통 타 업체의 경우 환불 배송비 5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네티즌들은 "잘못사면 제품 가격보다 환불 배송비가 더 큰 경우가 많은데 쿠팡은 무료 환불이니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현재 쿠팡의 로켓 배송은 전국에 걸친 물류 인프라를 자랑한다. 이는 대형마트가 절대로 따라갈 수 없는 장점으로 꼽힌다. 대형마트들은 규제로 인해 휴무일에는 배송이 불가하다. 전국에 걸친 마트지점들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규제에 발목잡힌 것이다. SSG닷컴은 자체 물류센터를 보유해 새벽배송을 진행하지만 3곳에 불과해 수도권 일부만 가능할 뿐이다.

쿠팡은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전국 각지에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내놨다. 전국에 동일한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본격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상장 신청 서류에서 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수년 내 7개 지역에 풀필먼트(상품 보관부터 주문에 맞춰 포장, 출하, 배송 등을 일괄 처리) 센터를 세우겠다고 밝힌바 있다. 3월 26일에는 전라북도 완주에서, 4월 6일에는 창원·김해시에서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완주 1000억원, 창원·김해 3000억원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몇백원 저렴한 가격이 아닌 당장 필요한 것을 빠르게 받을수 있는 배송 서비스다. 쿠팡은 이런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로켓 배송' 확대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의 제살깎기식 경쟁에는 한계와 무리수가 따른다. 수익성이 악화되면 오히려 독(毒)이 될 수도 있다. 더 나은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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