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보다 똘똘하네?"... 금융상담 척척, KB국민은행 AI 아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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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보다 똘똘하네?"... 금융상담 척척, KB국민은행 AI 아바타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1.05.05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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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국민은행 'AI체험존' 가상상담 체험기
AI·빅데이터 융합 '주목'... 정교함에 감탄
AI뱅커가 직접 적금추천까지... 고객 접점 확대
신한·우리·농협 등 타은행 관계자 참관 쇄도
"1억건 이상 데이터로 개발... 빅테크보다 탁월"
구태훈 부서장 "실제 은행원 수준 상담으로 고도화"
구태훈 KB국민은행 AI혁신플랫폼부서장이 AI체험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태영 기자
구태훈 KB국민은행 AI혁신플랫폼부서장이 AI체험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태영 기자

"금융 분야에 있어 AI 기술 접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보호나 개인정보,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품질이 높은 서비스만이 성공적인 고객 경험을 보장할 수 있다.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대고객 서비스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 AI는 철저히 고객 편의성 확대를 위한 접점으로 활용된다."

구태훈 KB국민은행 AI혁신플랫폼부서장이 AI체험존을 소개하며, 차분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서울 여의도 신사옥 지하 1층에 AI체험존을 오픈했다. AI체험존은 KB국민은행이 새롭게 선보일 인공지능 기반 금융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체험존에 설치된 아바타와 AI뱅커는 금융 상담과 오락 서비스를 제공한다. 참관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AI혁신플랫폼 관계자들이 직접 안내를 진행한다.

KB국민은행은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AI을 활용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확장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KB국민은행은 선제적으로 기술력을 동원해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본지는 AI를 활용한 뱅킹 서비스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3일 오후 KB국민은행 AI체험존을 찾았다.

사진=김태영 기자
KB국민은행이 여의도 신관에 은행권 최초로 AI체험존을 선보였다. 구태훈 KB국민은행 AI혁신플랫폼부서장이 아바타가 등장하는 AI 가상 상담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태영 기자

KB국민은행 AI체험존은 대고객 접점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고객의 금융 서비스 사용 편의성 증대에 초점을 맞췄다. 구태훈 부서장은 "은행이 AI를 활용해 빅테크 기업보다 더 자신 있는 부문은 전문 금융 상담"이라며 "개별 고객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프라이빗뱅커(PB)처럼 AI로 고객 자산과 소비 패턴을 분석해 투자 상품을 추천하고 맞춤형 자금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체험존에는 2개의 키오스크가 마련됐다. 첫 번째 키오스크에는 귀여운 캐릭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 모습과 함께 친근한 목소리가 나오는 아바타는 ▲ KB신사옥과 인공지능 방향 ▲ 금융에 특화한 한글 자연어 학습 모델 KB-ALBERT 안내 등을 소개했다. 

키보드로 문장을 입력하면 의미에 맞게 아바타가 다양한 표정과 포즈를 취했다. 구태훈 부서장은 "현재 AI아바타는 모바일뱅킹 탑재 추진을 진행하고 있다"며 "MZ세대를 위해 금융에 대한 어려운 이미지를 허물고 가깝게 다가가고자 귀여운 아바타 기반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KB국민은행이 주목하는 AI 분야는 자연어 처리다. 'KB ALBERT'는 어려운 금융 언어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지난 2018년 구글이 공개한 자연어 학습 모델인 'BERT(버트)'를 한글에 맞게 고친 후 KB국민은행의 내부 데이터를 학습시켜 탄생했다. 그 과정에서 KB국민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1억건 이상의 텍스트 데이터를 토대로 금융업에 특화된 언어 모델이 적용됐다. 금융 관련 언어의 특수성을 고려한 셈이다. 

자연어 처리가 잘될수록 AI는 고객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낼 수 있다. 구태훈 부서장은 "대화형 AI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자연어 처리 엔진은 자체 개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KB ALBERT는 구글 또는 네이버보다 금융 언어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사진=김태영 기자
키오스크에서 말을 걸어 온 AI뱅커는 김현욱 전 KBS 아나운서였다. 자신을 'KB국민은행 AI 상담사'로 소개한 후 통장 개설부터 청약·적금 등 은행 관련 업무를 상담해주겠다고 말을 건넸다. 사진=김태영 기자

두 번째 키오스크에서는 김현욱 전 KBS 아나운서가 등장해 간단한 금융 상담을 진행해줬다. 이른바 AI뱅커 역할을 한 셈이다. AI뱅커는 특정인물의 외모, 자세, 목소리를 반영해 가상의 은행원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김 전 아나운서 캐릭터가 화면에 나오며 "직장인이신가요?"라고 물었다. "네"라고 말하자, "가입 1년 상품으로는 '내맘대로 적금'을 추천드리며 3년 적금으로는 '직장인우대적금'을 추천드립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통장개설, 청약, 예적금, 개인형퇴직연금(IRP), 대출 등 금융 관련 상담이 모두 가능했다. 실제 얼굴을 마주하다보니 문자 대화를 나누던 챗봇과는 달리 집중도 잘됐다. 음성·영상합성,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기술이 적용돼 실제 은행원과 똑같은 품질로 대화가 이뤄졌다. 

문득 AI뱅커로 왜 김현욱 전 아나운서가 선정됐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왜 모델이 김현욱 전 아나운서였나?"는 기자의 질문에, 구태훈 부서장은 "별 이유는 없다"면서도 "김 전 아나운서의 카운트파트 회사가 국민은행과 협업하는 관계여서 여러 옵션 가운데 우선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AI뱅커 모델 선정 당시 방탄소년단(KB국민은행 광고 모델)이나 허인 KB국민은행장 등을 은행원으로 내세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비용이나 시간적 제약 등으로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실제 점포 적용 시에는 내부 직원을 활용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AI뱅커의 경우, 실제 학습할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은 현재 파일럿 기간인 만큼, 언어 처리와 지식 기반 상담 기능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오는 7월까지 내방고객이 많은 점포 2~3곳을 선정해 키오스크나 STM 형태로 배치할 구상이다. 구태훈 부서장은 "고객들의 반응을 고려해 오는 11월에는 도입 점포를 본격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체험존에는 고객이 그린 그림을 AI가 인지하는 오락 기능이 있었다. 기자가 화면에 나무를 그리면 하단에 '나무 95%' 방식으로 정확도 수치가 계산돼 나타났다. 

구태훈 부서장은 "해당 서비스 기술은 은행 점포 내 태블릿 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그림을 그리는 행동과 이미지 데이터 등 문자인식 기술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KB국민은행 AI체험존에는 신한·우리·농협·IBK기업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들도 여러번 다녀갔거나 추가로 참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태훈 부서장은 "첫 구현 사례가 영상 합성을 활용한 AI뱅커 서비스여서 시장의 주목을 받는 듯하다"며 "실제 은행원 수준의 품질로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도화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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