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파는 '명품(名品) 분리막'... K배터리 주역, SKEIT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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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파는 '명품(名品) 분리막'... K배터리 주역, SKEIT 성공 비결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4.2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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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막 원단' 제조 기업, SK이노 자회사로 탄생
승부수 띄운 최태원... '2차 전지 핵심' 개발 탄력
글로벌 점유율 1위... 올해 생산물량 이미 '완판'
상반기 IPO '최대어' 등극... 근간은 독보적 기술력
'티어1' 시장 진입... 日 도레이 등 극수소 기업만 참여
사진=SK이노베이션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2차 전지) '분리막 부문'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다음달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공모주 청약 열기가 뜨겁다, 올해 상반기 IPO '최대어'로 꼽히는 SKIET의 공모가는 최상단인 10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공모 규모는 2조2459억원. 삼성생명(4조8881억원)과 넷마블(2조6617억원)에 이어 역대 3위다. SKIET 공모 열풍의 근간에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탐을 내는 '명품 분리막'이 있다. 

SK그룹의 2차 전지 사업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SK㈜는 차세대 에너지 사업을 강화한다는 목표로 SKC에서 분사한 리튬폴리머 전지(LiPB) 사업부를 인수해 배터리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SK의 선택은 모험에 가까웠다. 당시는 전기차 대중화가 이뤄지기 전이었다. 더구나 글로벌 2차 전지 시장은 일본의 산요와 소니가 양분하고 있었다. 그만큼 SK의 배터리 사업 진출 선언은 어려운 도전이었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성장전략에 따라 배터리 사업을 우직하게 밀어붙였다. 2008년 최 회장은 ‘제3의 창업’을 화두로 내세우며 그룹 전 계열사를 글로벌 메이저 기업화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SK의 각 계열사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석유·정제 사업 비중이 높았던 SK에너지는 대체에너지 사업에 눈을 돌려 '2차 전지 핵심소재'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배터리 분리막'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점찍은 SK에너지는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내에 연산 1200만㎡ 규모 분리막 1차 공장을 완공하며 대량 생산 체제를 갖췄다.

배터리 사업에 대한 SK의 열망은 2011년 SK이노베이션의 출범으로 탄력을 받았다. SK에너지를 모태로 하는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2차 전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 원단 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더해졌다.

축차연신 공법 적용 분리막에 대한 SKIET 설명자료. 사진=SKEIT
'축차연신' 공법 적용 분리막에 대한 설명자료. 사진=SKEIT

 

'국내 유일' 분리막 원단 제조
연간 '전기차 100만대' 공급 가능 

2019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분할돼 설립된 SKIET는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등 배터리 핵심 소재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분리막은 배터리의 양극재와 음극재를 물리적으로 구분하는 경계선 역할을 한다. 동시에 리튬 전자가 양쪽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통로의 기능도 한다. 분리막은 배터리 안정성을 보장하는 핵심 소재이다. SKIET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분리막 원단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설비를 갖췄다.  

SKIET는 지난해 11월 중국 창저우 분리막(LiBS) 1공장을 가동한데 이어, 최근 2공장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2공장 총 생산능력 3억4000만㎡중 1억7000만㎡를 부분 가동한다. 기존 1공장 생산능력 3억4000만㎡를 포함해 중국에서만 5억1000만㎡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SKIET가 보유하고 있는 충북 청주·증평 공장과 해외생산기지인 폴란드 공장 등을 더하면 분리막 생산능력은 10억4000만㎡에 이른다. 연간 전기차 100만대에 쓸 수 있는 규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20 CEO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20 CEO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프리미엄 분리막 탄생의 비결 
'축차연신'과 '세라믹코팅' 

SKIET가 생산하는 분리막은 품질면에서 확실한 비교 우위를 인정받고 있다. 회사는 오랜 연구와 실험 끝에 '축차연신'(逐次延伸), '세라믹코팅분리막'(CCS) 등 첨단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축차연신' 공정은 원단 크기를 대폭 늘리면서도 두께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특화 기술로, 2007년 SK이노베이션이 세계 최초 개발했다. 축차연신 공정 도입 전에는 상하·좌우로 2차례에 걸쳐 분리막 원단을 늘리는 공정이 필요했다.

SK는 '연신 공정' 횟수를 한 번으로 줄였다. 두 차례로 나눠 시행하던 상하 연신과 좌우 연신 과정을 통합한 것이다. 공정이 줄어들면서 생산효율은 크게 개선됐다. 특히 SK의 축차연신 공정은 원단을 상하·좌우로 늘리면서도 그 두께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정밀도를 확보, 독보적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라믹코팅분리막' 기술은 분리막에 세라믹을 특수 코팅하는 기술이다. 배터리 분리막에 SK가 자체 개발한 혼합무기물층을 보강, 안정성을 높였다.

 

습식 분리막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SKIET 생산 분리막, 화재 '0' 건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SKIET는 지난해 ‘티어1’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 26.5%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티어1에는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 폭스바겐, 르노닛산, 도요타, 현대기아차 등이 포함돼 있다. SKIET를 비롯해 일본의 아사히카세이, 도레이 등 고품질 분리막을 생산할 수 있는 극소수 기업만이 진입해 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 원인으로 분리막이 지목된 상황이지만, SKIET가 생산한 분리막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노재석 SKIET 대표는 이달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상장 비전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프리미엄 분리막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굳건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표는 “올해 만드는 물량은 이미 어디로 판매될지 결정됐고, 내년 물량의 90%도 판매가 협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기업이 만드는 제품의 원가가 싸지만, 최종 제품의 품질 차가 많이 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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