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만 창업하나요?" 갈 곳 잃은 장년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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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만 창업하나요?" 갈 곳 잃은 장년창업자
  • 김새미 기자, 임현호 기자
  • 승인 2017.06.1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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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년창업센터 이달 말 폐쇄…서울창업허브로 통합

서울 장년창업센터가 이달 말 폐쇄될 예정이다. 이곳에 입주했던 장년창업자들은 갈 곳을 잃어 곤란해하는 모양새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장년창업센터는 시가 40~50대 이상 창업자를 위해 2011년 9월 설립했다. 이후 서울산업진흥원(SBA)이 위탁·운영하다 지난해부터 SBA 고유사업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서울 장년창업센터에는 연간 우수 창업기업 30~50개가 입주했다. 현재는 46개 기업이 입주 중이다.

서울시는 서울창업허브로 창업자 지원을 통합하기 위해 장년창업센터를 이달 말 폐쇄할 방침이다.

서울시가 오는 21일 개관할 서울창업허브에 입주할 업체로는 예비 창업 기업, 초기 창업 기업(창업 3년 미만), 창업 후 성장기업(창업 3년 이상) 등 148개가 선발됐다.

이중 장년창업센터에 입주했던 기업은 한두 곳에 불과했다. 입주기업 22곳은 최근 '서울시에 서울창업허브 입주를 허용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장년창업센터 입주기업의 한 대표는 "갈 곳이 없어졌다"며 "여기저기에서 4차 산업혁명만 얘기하다 보니 전통 제조업 분야 지원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년 창업 업종은 기계·건축 부품, 화장품 등 일반 제조업이 많다. 서울창업허브가 주로 지원하는 모바일 콘텐츠, 로봇, 드론 등 4차 산업과는 거리가 먼 것.

또 다른 관계자는 "오히려 장년층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 성공률도 높은데 정부는 청년들만 챙기는 것 같다"며 "청년들만 창업하나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창업지원기관에서 청·장년을 가르는 기준은 만 39세다. 20~30대는 청년으로 분류되고 만 40대 이상은 '시니어(장년)'으로 취급된다.

실제로 청년층보다 장년층이 더 활발하게 창업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신설법인은 30대 미만(9.3%), 30대(3.7%) 등 청년층이 설립한 경우는 줄었지만 40대 이상은 증가했다. 40대 신설법인은 1.8%, 50대는 17.5%, 60대 이상은 46%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시니어(장년) 기술창업지원' 2017년 예산은 47억원으로 전체 창업지원 예산 6158억원 중 0.76%에 불과하다.

청년실업률이 높다 보니 정부 예산이 청년층 창업 지원에 집중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또한 장년층이 창업시장에서 무너지면 청년층보다 재기가 힘든 것도 부담이라는 게 이번 서울창업허브 통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서울시는 청·장년을 구분했던 지원체계를 없애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장년층에 창업보다는 취업 지원으로 선회하는 등 창업지원 패러다임이 변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고봉진 SBA 창업본부장은 지난달 10일 "장년센터를 운영하면서 (장년창업희망자들을 보면) 은퇴후 퇴직금을 들고 준비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준비 안 된 장년층 창업은 차라리 안 하는 게 이득"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고 본부장은 "장년층에게는 창업센터보다 시니어비즈니스센터 운영을 통해 취업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장년층에 마구잡이식 창원 지원보다는 취업 등 다른 지원으로 선회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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