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대혼란... "1호가 될 순 없어" 위반 피하려 상품설명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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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대혼란... "1호가 될 순 없어" 위반 피하려 상품설명 30분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1.04.20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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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의무 규정 '잔뜩'... 금소법 혼란 여전
"가이드라인 언제 정리되나"... 불만 속출
업무량 2~3배 증가, 비대면 이용 고객 급증
당국 "애로사항 5일 이내 회신 후 질의 공개"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시장경제DB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시장경제DB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놓고 금융사들과 소비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 상품 하나를 가입하더라도 설명만 30분 이상 들어야 하니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평소 시간 대비 2배 이상 소요되면서 현장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밀어붙이기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절차가 너무 복잡해 고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소법은 일부 상품에만 적용하던 '6대 판매규제'를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6대 규제란, 상품 판매 시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 행위 ▲부당 권유 ▲과장광고 금지 등을 말한다. 

유사 시 고의나 과실이 없다는 것을 금융사가 입증하지 못하면 관련 수입의 최대 50%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판매 직원도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다. 소비자는 청약 철회권과 위법 계약 해지권을 갖게 돼 위법한 계약이라면 5년 안에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문제는 명확한 세부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사들은 상품 약관을 일일이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금소법을 둘러싼 혼란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금융당국이 제정한 가이드라인만으로 모든 약관을 수정해야 하는데 판매사별로 상이한 요청사항까지 접목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약관 개정 속도가 회사·상품별로 다를 수 있는 만큼, 금소법이 투자자들의 상품 가입 편의성과 증권사의 실적 확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반 1호'가 되지 않기 위해 키오스크·AI를 통한 비대면 상품판매 중단 등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입장도 난감하다. 금소법으로 인해 판매사들이 펀드 판매를 기피하거나 세일즈 축소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업점 대신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 한 명당 업무처리가 시간이 2~3배 증가해 민원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앱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소비자보호와 금융권의 자율성 간 균형 등을 고려해 금소법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회사 애로사항 신속처리 시스템'을 통해 접수된 법령해석, 건의사항 등은 5일 이내 회신하기로 했다. 주요 질의사항과 설명자료를 온라인 금소법 전용게시판에 공개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1일 금융회사 애로사항 신속처리 시스템에는 100건이 넘는 금융사의 금소법 관련 질의가 접수됐다. 금융당국은 각 업권별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금소법 시행상황반을 가동할 방침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은행권을 시작으로 CEO 간담회를 연이어 진행하면서 금소법 안착을 위한 업계 협조를 당부했다. 금융위는 오는 4월 말 금소법 시행상황반 2차 회의를 개최하고 차후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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