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화장품법③] "DIY키트 팔 때가 낫다"... 맞춤형화장품제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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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화장품법③] "DIY키트 팔 때가 낫다"... 맞춤형화장품제 무용론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1.05.0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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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위주 정책... 中企 '그림의 떡'
조제관리사 시험, 허술한 추진 빈축
시장 상황 반영한 정책 재추진 필요
김강립 식약처장. 사진=시장경제DB
김강립 식약처장. 사진=시장경제DB

<편집자 주> 최근 화장품 업계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이른바 ‘멘붕’ 상태다. 업계에 '플라스틱 퇴출 대책' 마련을 주문한 환경부가 소비자단체 반대에 부딪히자 정책을 돌연 원점으로 되돌렸기 때문이다. 업계는 그동안 추진한 노력이 공염불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가 화장품 산업 발전을 위해 단행한 법안들도 실효성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대표적인 법안은 식약처가 주도한 화장품 책임판매관리자, 기능성화장품 확대, 맞춤형화장품 제도 등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 일자리 창출 등 거창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용두사미'로 끝나는 분위기다. <시장경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화장품 법안의 실태와 문제점을 3회에 걸쳐 들여다 본다.

 

맞춤형화장품은 어디에 있나요?

2020년 3월 14일부터 시작된 맞춤형화장품 판매업, 이와 함께 시행된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국가자격시험이 화장품 업계의 논란이다. 맞춤형화장품이란 개인의 피부타입, 선호도 등을 반영해 판매장에서 즉석으로 제품을 혼합·소분한 제품을 말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맞춤형화장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자는 ‘맞춤형화장품 판매업’을 식약처 관할 지방청에 신고해야 하며 판매업자는 국가자격시험을 통과한 ‘조제관리사’를 둬야 한다.

이 법이 처음 도입할 당시만해도 많은 화장품 종사자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일자리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국내 대표 기업들도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고, 정부가 관련 사업 특구를 지정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해당 정책은 시행 1년만에 대해 졸속 논란을 야기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마련된 맞춤형화장품 사업이 힘을 못쓴 탓도 있지만 시행 과정의 엇박자는 문제로 제기된다.

논란으로 제기된 내용 중 하나는 소분과 관련된 정책 변화였다. 2007년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화장품을 임의로 만드는 즉, 소분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관련 사업자를 단속했다. 당시 인기를 끌던 공방과 DIY 화장품 키트 등의 산업이 사라진 순간이다. 정부는 개별적 활동이 화장품의 원료관리나 품질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어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법으로 간주했다. 

불법으로 규정한 행위가 10여년이 흐른 뒤 맞춤형화장품이라는 울타리 안에 허용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한번 없앴던 시장이고, 관련 규제들을 이미 마련한 상황에서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상호 충돌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현행 맞춤형화장품은 시설, 성분과 원료를 특정해 1인 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사업 추진 조차 힘들게 했다. 실제로 최근 맞춤형화장품을 내세운 기업이나 브랜드는 향수를 제외하면 아모레퍼시픽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이 전부다. 특정 시설과 사람은 비용 부담을 가중시켰고, 성분과 원료는 맞춤형화장품의 벽을 높이는 원인이 됐다.

이와 함께 이미 허가를 받은 원료와 성분으로 만드는 맞춤형화장품은 화장품을 섞어 쓰는 레이어링과 비교해 차별점도 없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레시피만 보면 만들 수 있는 제품들인 것이다. 이는 화장품 업계 경쟁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DIY 키트를 파는 과거가 더 낫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액 응시료에 배점 비공개 논란까지...

조제관리사 국가자격시험 도마위

조제관리사 국가자격시험도 연일 논란거리다. 국가자격시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준비가 허술하고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내용이 올라왔을 정도다.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는 개인의 피부상태·선호도와 진단결과에 따라 화장품에 색소, 향료 등 원료를 혼합하거나 화장품을 나눠 담는 역할을 전문적으로 하는 자다.

설명만 보면 소비자 안전성과 연결된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시험은 필기만 진행한다. 안전을 담당하지만 자격 요건은 따로 없다. 필기시험만 합격하면 관련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시험을 합격해도 매장에서 하는 것은 소비자와 상담 후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 제품을 섞어서 만들어 주는 것이 전부다. 이런 상황이라면 굳이 시험까지 볼 필요가 있을까.

시험의 응시료도 논란이다. 10만원이라는 높은 금액에 대해 응시자들은 턱없이 비싸다고 지적한다. 제1회 시험은 지난 2020년 2월 22일 전국 28개 고사장에서 총 8,837명이 응시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이중 2,928명이 합격(합격률 33%)했다.

정부는 1회 시험에서만 9억원에 가까운 돈을 벌었지만 정작 이들 중 화장품 회사에 신규로 채용된 이들은 몇이나 될까. 합격자 대부분이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거나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실제로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합격자 중 회사원이 46%로 가장 많았으며, 자영업(28%)이 그 뒤를 이었다.

합격자에 대한 의문도 제기 됐다. 시험에 주관식과 객관식 등에 대한 배점이 사전에 공지되지 않는다. 결국 마음만 먹으면 주관식과 객관식 배점을 조정해 얼마든지 합격률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진=맞춤형화장품 관련 국민청원
사진=맞춤형화장품 관련 국민청원

하반기 시험에 앞서 코로나로 시험을 포기한 이들을 위해 진행된 특별 시험에서는 황당한 일마저 발생했다. 시험 시작 전에 3문제, 문제를 풀고 있는 중간에 3문제를 수정했다. 시험 당일에 국가자격시험 문제를 수정하는 웃지못할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3회 시험 응시자 수 절반으로 '뚝'... 기업 참여도 저조

다양한 논란을 야기하며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에 대한 관심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제3회 시험이 진행된 지난 3월 6일에는 응시자가 총 4,353명으로 제1회 시험의 절반 수준으로 머물렀다. 합격률은 7.2%로 314명만이 합격했다. 이 역시 합격자 중 회사원 비율이 33%에 달했다. 시험이 어려웠다는 점도 있지만 여전히 주관식과 객관식 배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제3회 시험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지난해부터 시행된 맞춤형화장품 제도가 화장품 산업의 성장 및 활성화의 큰 축이 되고, 조제관리사 인력이 고급 화장품 안전 전문 인력으로써 화장품 안전관리의 하나의 축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맞춤형화장품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맞춤형화장품 시범운영까지 더하면 이미 2~3년간 기업들은 다양한 시도와 투자를 진행했지만 다수의 기업들이 참여의사를 보였던 것과 달리 현재 남은 기업은 많지 않다.

업계는 그동안의 투자를 생각한다면 맞춤형화장품에 대한 정확한 방향 설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애초의 취지대로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라면 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 정책도 필요하다. 특히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제도라면 나타나는 문제들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는 정부의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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