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화장품법①] 믿지도 찾지도 않는 '책임판매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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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화장품법①] 믿지도 찾지도 않는 '책임판매관리자'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1.04.2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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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공학과도 화장품 책임판매관리자 가능
자격증 대여 등 각종 문제점 양산
초심 잃은 법안, 존재 의미 잃어
중간 평가, 실효성 높인 보완 필요
화장품 책임판매관리자(구 제조판매관리자) 제도는 화장품 품질 강화를 위한 제도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무의미한 법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최지흥 기자
화장품 책임판매관리자(구 제조판매관리자) 제도는 화장품 품질 강화를 위한 제도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무의미한 법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최지흥 기자

<편집자 주> 최근 화장품 업계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이른바 ‘멘붕’ 상태다. 업계에 '플라스틱 퇴출 대책' 마련을 주문한 환경부가 소비자단체 반대에 부딪히자 정책을 돌연 원점으로 되돌렸기 때문이다. 업계는 그동안 추진한 노력이 공염불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가 화장품 산업 발전을 위해 단행한 법안들도 실효성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대표적인 법안은 화장품 책임판매관리자, 기능성화장품 확대, 맞춤형화장품 제도 등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 일자리 창출 등 거창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용두사미'로 끝나는 분위기다. <시장경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화장품 법안의 실태와 문제점을 3회에 걸쳐 들여다 본다.

 

존재 의미 잃은 책임판매관리자 제도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화장품 책임판매관리자 제도의 자격기준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화장품과 전혀 관계없는 전공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화장품 책임판매관리자(구 '제조판매관리자') 제도는 2011년 8월 화장품법 개정 후 이듬해인 2월 5일부터 시행됐다. 첫 도입 당시 관련 법안에는 ‘제조업자 등록을 위해서는 의사 또는 약사, 화학, 생물학 또는 관련 분야(화장품 관련 분야) 학사학위 취득, 화장품 관련 분야 전문대학 졸업 후 화장품 제조 또는 품질관리 업무 2년 종사자, 비 화장품 관련 분야 학사학위자로서 화장품 제조 또는 품질관리 업무 2년 종사자 등의 조건을 갖춘 제조판매관리자를 보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화장품 품질 강화를 위한 제도였지만 첫 도입 당시 업계에서는 이를 규제로 받아들였다. 1인 기업들은 비용적인 부담을 내세워 난색을 표명했다.

제도 도입 초기 화장품에 대한 안전성을 보장하고 이공계 졸업생들의 취업문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학과와 상관없이 이공계 전공자라면 누구나 가능한 의약외품 제조관리자와 비교해 자격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것이었다. 형평성 논란이 계속되자 2016년 정부는 자격 기준을 의약외품 제조관리자처럼 이공계 전공자 모두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문을 더 열었다.

기준이 완화되자 이번에는 전문성 논란이 불거졌다. 건축공학과, 전자공학과 졸업생이 화장품 산업과 무슨 상관이 있냐는 것이다. 처음 강력했던 식약처의 의지도 사실상 한풀 꺾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화장품책임판매업 등록 때만 졸업장을 빌려 사용하는 사례가 일반화되고 있지만 식약처는 변변한 모니터링조차 안하고 있다.

1년에 1회 받는 의무교육 인원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벌금 또는 과태료가 부과되는 강력한 처벌 규정도 이제는 없는 셈이 됐다. 화장품 산업 진입 장벽을 높이지도 못하고, 이공계 학생들의 취업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름 뿐인 법안이 되고 만 것이다. 이제는 누구도 제조판매관리자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하지 않으며 고유한 업무영역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식약청에서 승격된 식약처는 화장품 관리, 감독을 넘어 업계 발전을 위한 지원과 정책을 수립하는 주무 부처이다.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로만 이어지지는 않는다. 식약처는 실효성 없는 제도에 대해 끊임없이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코로나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 화장품 안전성이 주목받고 있는 시점이다. 책임판매관리자 제도는 형식이 아닌 실제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법안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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