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합심 땐 中·日 배터리 압도... '분리막 공조(共助)'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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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합심 땐 中·日 배터리 압도... '분리막 공조(共助)' 나서야"
  • 유경표, 최유진 기자
  • 승인 2021.04.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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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K배터리 '전략적 파트너십' 전망
LG-SK 극적 화해 후 '분리막 기술 협력' 대두
SK이노 자회사 SKIET, 분리막 원단 '세계 1위'
LG엔솔, '분리막 코팅' 특허 800개... 경쟁 우위
파트너십 강화 땐 'K배터리' 시너지 극대화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왼쪽)과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사진=사진=SK이노베이션 홈페이지, 평창포토뉴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왼쪽)과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홈페이지, 평창포토뉴스

[편집자주] 최근 교통수단의 패러다임이 전기차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핵심 구성품인 배터리(2차 전지)는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3국이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풍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소재 분야에서의 원천기술과 함께, 오랜 배터리 개발 경험을 앞세워 세계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K-배터리'가 가진 위상은 높다. 중국이나 일본은 각형·원통형 배터리가 주력인 반면, 우리나라 기업은 ‘파우치형’ 배터리 시장의 절대강자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배터리 형상 변경이 자유롭고, 공간의 낭비 없이 자동차 차체에 탑재할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긴 주행거리를 구현하는데도 유리하다. 파우치형 배터리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독보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와 LG엔솔 간 오랜 ‘배터리 분쟁’은 두 기업의 극적 화해로 끝을 맺었다. 양사가 각각 생산하는 배터리 제품 완성도는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사가 건설적 협력을 통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그랜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시장경제>는 배터리 핵심 부품인 ‘분리막’ 분야 협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두 기업의 기술 동향을 분석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사진=SK이노베이션

 

'전략적 파트너십' 실현,

'K-배터리' 경쟁력 강화 신호탄 

국내 전기차용 2차 전지 산업 생태계를 공멸 위기에 몰아넣었던 'LG에너지솔루션 vs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분쟁'이 양사간 합의를 통해 마무리되면서 두 기업 간 '전략적 파트너십'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기업의 공조를 상징하는 첫 작품으로 '분리막 기술 상호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분리막 원단 제조에 있어 프리미엄급 기술을 보유한 SK이노가 원단 가공품을 LG엔솔에 공급하거나, 원단 기술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 특허권 상호 실시 허락)를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다면 두 기업간 시너지는 물론이고 국내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두 기업 간 ‘배터리 분쟁’이 시작된 2011년 이전 SK이노는 LG엔솔(구 LG화학)에 분리막 원단을 공급했다. 분쟁이 심화되면서 원단 공급 물량이 대폭 축소되는 등 양사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두 기업 사이의 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선언적 표현일 수도 있지만, 두 기업이 미국에서의 소송을 끝내기로 합의하면서 언론에 배포한 공동입장문에는 '협력'이란 문구가 명시됐다. 

양사가 전력적 제휴에 나선다면, 'K-배터리'는 한층 견고한 경쟁력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분리막 원단에서는 SK이노가, 분리막 코팅기술에서는 LG엔솔이 각각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SK이노 '고품질 분리막 원단' 세계시장 1위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 자회사 SKIET는 지난해 ‘티어1’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 26.5%를 기록,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티어1'에는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 폭스바겐, 르노닛산, 도요타,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가 포함돼 있다. SKIET를 비롯해 일본의 아사히카세이, 도레이 등 고품질 분리막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들만이 진입해 있다.

SK이노 관계자는 "SKIET 생산 분리막은 지금까지 단 한건의 화재도 일으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SK 분리막 원단은 크기를 대폭 늘려도 제품 두께에 변형이 거의 없다. 그만큼 안정성 높은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고 부연했다.

 

LG엔솔 '분리막 코팅기술' 독보적... 특허 800여개  

LG엔솔은 탁월한 분리막 '코팅' 기술을 자랑한다. 2004년 LG엔솔이 개발한 ‘SRS(Safety Reinforced Separator·안전성강화분리막)‘는 분리막의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해 안정성과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 LG엔솔은 한국을 비롯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에 800여개의 SRS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LG엔솔 자체 실험 결과에 따르면, SRS 코팅 분리막을 적용한 배터리는 1분간 180°C에 이르는 고열에 노출돼도 정상 상태를 유지했다. '이물질 강도 실험'에서도 SRS 코팅 분리막은 높은 안정성을 입증했다. 회사 관계자는 "분리막에 철가루를 뿌리고 일정 수준의 압력을 가해도 찢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일부분에만 압력을 가하는 '국부 충돌 실험' 결과,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LG엔솔 측은 SK이노와의 분리막 교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분리막 원단은 국내외 다른 기업으로부터 공급을 받고 있다”며 “일본, 중국 등 여러 기업에서 원단을 구매 중인데 공급처가 다양해지면 나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사의 기술 협력이 가져올 시너지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LG엔솔은 분리막 원단을 자체 생산하지 않고,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SKIET로부터 분리막 원단을 공급받는다면 양사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LG엔솔은 SKIET로부터의 분리막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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