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주차장 단속 권한, 지자체 "없어" 국토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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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주차장 단속 권한, 지자체 "없어" 국토부 "있어"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6.16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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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선(先) 설치 후(後) 통보’, 현실 ‘선 설치 후 미통보’
서울시가 도봉산 등산객과 주민들의 주차, 대중교통 환승 편의를 위해 만든 한 공영차고지. 하지만 소요된 예산에 비해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수가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도심화 현상으로 주차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시(市)의 주차난은 도(道)에 비해 몇 배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 천 억원의 국민 세금을 들여 공영주차장을 곳곳에 건설하고 있다.

문제는 일선 공무원들이 민간 사업자가 주차장 사업을 통보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민간 주차장 현황을 파악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공영주차장 건설에만 목을 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지자체 “주차장사업은 통보업이지만 미통보 단속 권한 없어”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105번지에 위치한 ‘ㅇㅇ주차장’은 현재 유령 주차장이다. 권선구 고색동 44-4번지 일원에 위치한 ‘ㅇㅇ주차장’ 역시 유령 주차장이다.

서울시가 지난 3월 그린벨트법 위반으로 적발한 불법 주차장의 12곳 역시 유령 주차장이었다. 이 밖에도 전국 각지에는 지자체에 등록돼 있지 않은 유령 주차장들이 운영되고 있다.

주차업계에서는 무허가 주차장을 유령 주차장이라 말한다. 법적 용어는 ‘무통보 주차장’이다.

주차장법 제12장 1항에 따르면 노외주차장을 설치 또는 폐지한 자는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통보'해야 하고, 변경 사항도 알려야 한다.

이처럼 법에 따르면 주차장 사업은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은 통보를 하지 않아도 처벌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관리감독과 현황파악을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자체들은 차장 현황 파악을 할 수 없게 되고 공영주차장만 짓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전국의 몇 지자체에 확인한 결과 '민간 주차장 현황'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없었다.

서울시 주차계획과 관계자는 “주차장 사업이 ‘사전 통보’ 사업이면 지자체에서 현황 파악은 할 수 있는데, 주차장을 다 만들고 사진만 달랑 보내 통보하는 것도 하지 않고 있어 현황 파악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양시 덕양구청 관계자도 “(덕은동 105번지 유령 주차장에 대해 처벌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주차장법의 사각지대”라며 “현재 주차장법으로선 처벌할 수 없고, 그린벨트 위법 사항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원 주차과 관계자도 “미통보 사안에 대해 단속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 십여곳의 지자체에 확인한 결과 모든 지자체들이 무통보 주차장에 대해 처벌 조항이 없어 단속 및 관리감독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지자체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도시광역교통과 관계자는 “주차장 사업이 허가제에서 통보업으로 전환되면서 많은 조항들이 바뀌었는데, 관련 법 내용들을 일선 지자체들이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통보업이기는 하지만 주차장법 23조에 따라 지자체는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통보하지 않은 주차장에 대해서도 지자체들이 반드시 통보하도록 명령을 하고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차장법 23조에 따르면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노외주차장이 공익상 현저히 유해하거나 자동차교통에 현저한 지장을 준다고 인정할 때에는 해당 노외주차장관리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설의 개선, 공용의 제한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명할 수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무통록 주차장. 사진=서울시

◇ 주차난 이젠 단순 교통 문제아냐 “살인까지도”

지난 1990년 339만대였던 자동차 등록 대수는 2012년 1887만대로 해마다 증가했다. 그만큼 주차장 확보율도 늘었다.

그러나 늘어나는 자동차 등록대수를 주차공간이 따라가기는 역부족이었다. 2012년에는 인천에서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이웃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도로교통공단 조사에서도 교통사고 70% 이상이 이면도로에서 발생했고, 어린이 보행중 교통사고 사망의 62.4%가 불법주정차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사업자들이 지자체에 주차장 사업을 통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해 불법 건축물들을 건설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서구 오곡동의 한 주차장 사업자는 전세버스나 대형화물차를 영업하기 위해 밭에 마사토를 깔아 노외주차장으로 만들었다. 이는 불법 토지형질 변경이다.

개화동에서도 한 사업자가 잡종지에 잡석을 까는 불법 토지형질 변경으로 노외주차장을 만들었다.

수원의 한 병원은 소음 및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정한 완충녹지에 노외주차장을 만들어 영업하기 위해 토지형질을 불법으로 변경하다 적발됐다.

토지형질 불법 변경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그린벨트법)에 저촉된다.

그린벨트법 12조에 따르면 토지의 형질변경 행위는 함부로 할 수 없다. 이를 어길 시 3년 징역 또는 3,000만원의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 현황 파악 안 되니 지자체들 세금 들여 공영주차장 건설만

지자체들은 민간 주차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주차면수를 확인하지 못해 공영주차장 건설에만 목을 매고 있다.

지난달 22일 의정부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등록 차량은 14만5000대이며 세대(17만6,800세대) 당 0.83대꼴이다. 하지만 공영주차장은 총 45곳(3800대)에 불과하고, 거주자 우선주차 268곳 2,660대 등으로 주차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의정부는 신세계 의정부점 앞에 100면의 임시주차장을 오는 9월까지 조성하키로 했다. 또, 가능동 폐철도부지와 민락2지구 등 5곳에 공영주차장(795면)을 올해 안으로 만들기로 했다. 이 밖에도 경기도 북부청사 앞 경관광장에 160면의 지하주차장, 가능1동 교외선 고가하부에 150면의 공영주차장 등을 준비 중이다.

인천시는 2022년까지 공영주차장 80여개를 건설키로 했다. 이를 위해 인천시는 올해 국·시비 142억원을 투입해 숭의동과 작전동 등 원도심 주택가 10개소(471면)에 공영주차장을 건설한다. 또 76억을 투입해 가좌역·연수역·영종역 등 인천도시철도 2호선 역세권 3개소(308면)에 공영주차장을 건설한다.

서울시도 도심내 관광버스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서울 중심지인 서울역 서부(중구 봉래동2가 122-15)에 관광버스 33대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약 3356㎡)을 사들였다.

제주도는 늘어나는 공영주차장의 운영비를 감당 못해 모든 공영주차장을 유료화로 바꾼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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