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금소법... 은성수, 결국 은행장들에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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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금소법... 은성수, 결국 은행장들에 'SOS'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1.04.0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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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혼란 줘 유감... 안착방안 같이 고민하자"
은행장들 "규정미비로 현장 직원들 처벌 걱정"
영업 현장서 쏟아지는 애로·혼란 가감 없이 전달
(왼쪽부터) 이태희 전북은행 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성경식 부산은행 부행장,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 김은경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이수경 농협은행 부행장, 김경환 제일은행 부행장, 이호형 은행연합회 전무.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왼쪽부터) 이태희 전북은행 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성경식 부산은행 부행장,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 김은경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이수경 농협은행 부행장, 김경환 제일은행 부행장, 이호형 은행연합회 전무. 사진=금융위 제공

졸속 추진된 금융소비자보호법 탓에 일선 현장에서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 상품에 가입하는데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가 하면 일부 서비스는 아예 중단돼 고객들이 크나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금소법을 강하게 밀어붙인 금융당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일주일째 출구를 찾지 못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화급히 은행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모아 사태를 수습하기에 이르렀다.

은성수 위원장은 1일 오전 은행연합회 회의실에서 국민·신한·우리·하나·제일·기업은행장, 농협·전북은행 부은행장, 부산은행 부행장보와 긴급 회동했다.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은 은성수 위원장은 "금소법 시행으로 은행 창구의 부담과 현장의 혼란·불편이 있었던 점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장 부담이 되겠지만 현장에서 소비자보호가 잘 이뤄진다면 향후 최고경영자 제재 같은 무거운 책임을 사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니 이참에 종전의 금융상품 판매관행을 완전히 바꾼다고 생각하고 금소법의 안착방안을 고민하자"고 말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금융전문가이면서 생활금융을 잘 아는 창구 직원들이 판매 절차 부담을 합리화하면서도 소비자보호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절충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그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 은행연합회에서 창구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고려해 업무 시 참고할 수 있는 1장짜리 금소법 요약자료를 각 은행에 배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다른 금융업권에도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은행장들은 영업 현장에서 쏟아지고 있는 직원·고객의 불만사항을 은성수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한 은행장은 "창구를 찾은 고객들이 (직원을 만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간단한 업무와 복잡한 업무를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건의했다. 다른 은행장은 "대출 전후 1개월간 펀드 가입을 막은 구속성 판매 행위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은행장들은 "원칙은 있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어 현장 직원들은 소비자보호 원칙보다 처벌이 우선시되는 책임을 부담스러워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은성수 위원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금융당국이 (금소법을) 만들었지만 현장을 다 아는 게 아니니 창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려주면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소비자보호를 위해 (금소법을) 만들었지만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니 시간 단축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부연했다.

구속성 판매 행위 규제와 관련해선 "(지금도 대출액의) 1% 내에서는 가입이 된다고 하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맞느냐, 안맞느냐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금소법의 조기 안착을 위해 금융권과의 소통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달 26일 금융권협회장, 이날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한 데 이어 오는 5일 금융투자사, 6일 보험사, 9일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사 대표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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