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LG엔솔 완패... 특허침해 2번째 소송도 SK이노 유리"
상태바
"예견된 LG엔솔 완패... 특허침해 2번째 소송도 SK이노 유리"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1.04.02 0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G-SK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 전문가 분석 
SK→LG 1건, LG→SK 1건... 맞제소 진행 중
美 ITC, LG제소 판결 "SK이노, 특허침해 안했다" 
LG 특허 4건 중 3건 무효... 1건은 침해 불인정   
SK가 LG 제소한 2번째 소송도 4개월 후 결론
전문가들 "입증 너무 쉬워 LG 패소확률 높아" 
"中에 시장 안 뺏기려면, 양사 합의가 최선책"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SK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SK

2011년 12일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Safety Reinforced Separator) 특허 침해 논란으로 촉발된 LG에노지솔루션(옛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사이의 전기차용 2차전지(배터리) 분쟁이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LG엔솔이 SK이노를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분리막 등에 대한 특허 침해 사건’ 예비판정(Initial determination)을 통해, “SK이노는 LG엔솔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기존 영업비밀 침해 사건과는 흐름이 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게 결과가 나왔다”며 “특허 침해 사건에서는 SK이노 측이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예비판정이 양사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전기가 될 것”이라며 “중국 기업에게 글로벌 시장을 모두 내주는 우를 범하지 말고 서둘러 협상을 마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부 하드웨어 전문가는 LG 측의 배터리 원천기술 보유 주장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원천기술은 오히려 SK가 앞서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USITC 행정법판사(ALJ)는 LG엔솔의 청구항 중 핵심인 SRS 517 특허와 관련돼, 특허 자체의 유효성은 인정했으나 침해 주장은 배척했다. LG엔솔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다른 3건 특허에 대해선 ‘특허성’을 인정치 않았다. LG 측의 특허 침해 청구를 사실상 전부 배척하는 판정을 내린 셈이다.

앞서 USITC는 LG엔솔이 SK이노를 상대로 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사건’ 최종 의결에서 LG 측의 손을 들어줬다. 위원회는 올해 2월 10일 LG엔솔의 청구를 받아들여 SK이노 생산 배터리의 수입과 미국 내 생산을 향후 10년간 금지했다. 

두 기업이 미국 현지에서 벌이는 배터리 소송은 크게 두 갈래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영업비밀 침해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특허 침해 사건’이다.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사진=SK이노베이션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사진=SK이노베이션

 

USITC, ‘영업비밀 침해 사건’ LG 손 들어줘 
SK이노 “쟁점 판단 없이 결론”... 바이든 거부권 변수

LG엔솔은 19년 4월 USITC와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소장을 각각 접수했다. SK이노 측이 구 LG화학 소속 직원 76명을 빼가면서 민감한 생산·공정 기술을 포함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것이 청구이유였다. 이 사건 예비판정은 ‘SK이노 조기 패소’로 결론났다. 사건을 심리한 위원회 행정법판사는 증거조사절차(Discovery) 진행과정에서 SK이노 일부 직원의 증거 삭제 정황을 발견했다고 판시했다.

SK이노 측 변호인단은 “삭제된 파일은 이 사건 쟁점과 관련이 없고, 배터리 제조 공정 역시 전혀 다르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원회는 이 사건 청구항에 대한 심리 없이 예비판정을 인용해 최종 의결을 발표했다.

위원회의 수입금지 명령 직후 SK이노는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없이 증거조사절차상 위법만을 이유로 최종 의결이 나왔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회사 측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요청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불복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미 대통령은 ITC 최종 의결이 나온 날로부터 60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사진=평창포토뉴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사진=평창포토뉴스

 

특허 침해 사건, 양사 ‘맞제소’
USITC “SK이노, LG 특허 침해하지 않아”

특허 침해 사건도 USITC에 계류돼 있다. 19년 9월 SK이노는 LG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특허 침해 1차 사건).

SK이노가 적시한 침해 대상 미국 특허는 두 건이다. 하나는 ‘파우치형 배터리의 두께를 늘리는 기술’(미 특허번호 10121994)이며, 다른 하나는 ‘파우치 방식 배터리의 구조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접착패드를 셀과 셀 사이에 끼워 넣는 기술’(미 특허번호 9698398)이다.

LG엔솔도 같은 달 SK이노가 자사 보유 미국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같은 소송을 ITC에 냈다(특허 침해 2차 사건). 침해를 주장한 특허는 안전성 강화 분리막 관련 특허 3건, 양극재 특허 1건 등 4건이다.

두 사건 중 접수는 1차 사건이 앞섰으나 증거조사절차가 지연되면서 심리는 2차 사건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위원회가 게시한 최종 의결 예정일은 각각 올해 8월2일(2차 사건)과 11월30일(1차 사건)이다. 위원회 행정법판사는 최종 의결 4개월 전 예비판정을 내려야 한다.

지난달 24일 트럼프 행정부 초기 법무부장관대행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반기를 들었던 샐리 예이츠(Sally Yates) 전 美 연방정부 법무부차관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LG에너지솔루션 vs SK이노베이션 영업비밀 침해 사건’ 최종 의결과 관련돼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YTN뉴스화면 캡처
지난달 24일 트럼프 행정부 초기 법무부장관대행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반기를 들었던 샐리 예이츠(Sally Yates) 전 美 연방정부 법무부차관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LG에너지솔루션 vs SK이노베이션 영업비밀 침해 사건’ 최종 의결과 관련돼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YTN뉴스화면 캡처

 

LG엔솔 “침해는 인정, 특허만 무효”
전문가 “특허가 무효인데 침해가 되느냐”

LG엔솔은 1일 오전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분리막 코팅 관련 SRS®특허의 경우 핵심특허인 517 특허가 유효성은 인정받은 만큼 침해를 입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침해는 인정되었으나 무효로 판단 받은 SRS®152 특허 및 양극재 특허에 대해서는 유효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LG엔솔의 위 설명에 대한 전문가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한미 특허법 전문가인 최승재 변호사(사법연수원 29기·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는 “특허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무효라는 의미인데, 무효인 특허가 침해가 될 리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변호사는 이날 예비판정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으로 가면 영업비밀 침해 사건과 양상이 동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촌평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 박교수는 "SK가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는 LG셀이 장착된 차량 배터리팩을 분해해서 확인하면 침해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기에 LG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입증이 너무 쉽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아리랑TV 유튜브 캡쳐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 박교수는 "SK가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는 LG셀이 장착된 차량 배터리팩을 분해해서 확인하면 침해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기에 LG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입증이 너무 쉽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아리랑TV 유튜브 캡쳐

 

LG엔솔 “배터리 원천 특허 보유” 
전문가 “LG, 분리막 원단 기술도 없다”

배터리 전문가인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LG 측의 분리막 원천 특허 보유 주장에 의문을 표했다.

박 교수는 "LG는 배터리 공동특허권자인 일본 도레이(TORAY)를 끌어들여 소송에 착수했다"며 "일본 도레이 보유 특허를 빼면 LG가 자체 개발했다는 배터리 기술은 그리 유의미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LG가 개발했다는 유·무기 복합 분리막이란 개념도 새로운 것이 아니"라면서 "무엇보다 LG는 분리막 원단 기술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허 침해 사건 예비판정이 나오기 전, LG엔솔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침해당한 미국특허 4건은 모두 2차전지 핵심소재이며, '원천특허'에 해당돼 이를 회피한 설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허침해 1차 사건, SK 승소 가능성 높다”

박 교수는 "예비판정을 앞둔 1차 사건의 경우 SK이노가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특허는 입증이 상당히 용이하다"며, SK 측의 승소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다음은 박철완 교수의 이 부분 설명.

"애초에 엘지가 침해를 주장한 특허는 이른바 소재 특허에 해당된다. 이것은 침해 여부에 대한 입증 자체가 매우 어렵다. 반면 SK가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는 LG셀이 장착된 차량 배터리팩을 분해해서 확인하면 침해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침해 여부를 입증하기 쉬운 특허가 가장 좋은 특허인데 SK가 침해를 주장한 특허가 그렇다. LG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입증이 너무 쉽기 때문."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