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명령 철회 안하면 美배터리 공장 포기"... SK이노 '배수의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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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명령 철회 안하면 美배터리 공장 포기"... SK이노 '배수의 진'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3.29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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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수입금지 결정 철회를" ITC에 공식요청
SK "ITC 명령 재앙적... 미국 국익에도 해 될 것"
내달 11일, 바이든 거부권 행사 여부 촉각
美 정가 "ITC 의결 거부권 행사" 촉구 줄 이어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SK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SK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배제명령의 ‘철회’를 공식 요청하면서 현재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 포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시솔루션과의 전기차용 2차전지(배터리) 분쟁 과정에서 조지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 포기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향후 10년간 미국으로의 배터리 부품 및 완제품 수입과 미국 내 생산을 금지한 ITC 명령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접수했다. SK이노는 청원에서 “ITC 배제명령은 재앙적”이라며 “SK뿐 아니라 미국의 공익에도 장기적으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엔솔과 SK이노가 미국 땅에서 벌이는 배터리 분쟁은 19년 4월, LG엔솔의 전신인 LG화학이 USITC에 SK이노를 상대로 한 영업비밀침해 소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소장에서 LG화학은 SK이노 배터리  부품 및 완제품의 미국 수입과 미국 내 생산을 전부 금지해 달라는 배제명령을 청구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2월 조기 판결을 통해 SK이노 패소를 결정했다. 증거조사절차(Discovery)상 SK이노 내부에서 광범위한 증거인멸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영미법은 증거조사절차상 위법이 드러날 경우, 청구사항의 당부 판단 없이 패소를 판단하는 사법적 전통을 갖고 있다. SK이노는 문제된 증거는 이 사건 영업비밀 침해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원회는 지난달 10일, LG 측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을 받아들여 SK이노 배터리 부품 및 완제품의 수입과, 미국 내 생산을 향후 10년간 금지했다. 다만 미국 전기차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포드에 대해서는 4년, 폭스바겐에 대해서는 2년간 명령의 적용을 유예하는 ‘제한적 수입 배제 명령’을 내렸다.

위원회는 사건 핵심 쟁점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증거 조사절차 위반만을 이유로 SK이노 측의 패소를 의결했다. SK이노는 “사건 쟁점에 대한 심리 없이 최종 의결이 나왔다”며 즉각 불복 의사를 나타냈다. 미국 대통령은 USITC의 의결이 나온 날로부터 60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거부권이 행사되면 USITC 의결은 효력을 잃는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만료시한은 다음달 11일이다. 

SK이노는 위 청원에서 “미국 조지아주에 수십억 달러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면서 "ITC의 명령은 (우리가) 조지아 배터리 공장을 포기하도록 이끌 것이고, 이 프로젝트가 창출할 수천 개의 일자리와 환경적 가치도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는 3조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용 배터리 1·2공장을 짓고 있다. 본격적인 제품 양산 예정 시기는 1공장(9.8GWh) 2022년, 2공장(11.7GWh) 2023년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포드 전기트럭 F-150과 폭스바겐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MEB)에 공급될 계획이다.  

SK이노는 “폭스바겐 전기차 플랫폼(MEB)과 포드 전기트럭 F-150에 유예조치가 내려졌지만 S설비 투자에서 유의미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현 상황에선 조지아공장 건설을 종료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을 바꾸기 어렵다”며 거듭 명령 철회를 호소했다. 

ITC 결정은 다음달 11일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ITC 결정은 효력을 잃는다. 바이든 정부가 정책적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 역시 SK이노베이션에게 희망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미국 정가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지난달 12일과 이달 14일 두 차례나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켐프 주지사는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 서한에서 "ITC 의결은 조지아주 공장이 경제적으로 존속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며 "대통령이 이를 번복하지 않으면, 공장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SK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SK 조지아 공장은 미국 자동차 산업을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고, 지역 노동자에게 고소득의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며,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굴기' 견제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 법무부장관대행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반기를 들었던 샐리 예이츠(Sally Yates) 전 미 연방정부 법무부차관도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조지아주 북동부에 건설 중인 SK이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무력화시키는 ITC의 의결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예이츠 전 대행은 “ITC의 최종 의결이 일자리와 기후변화 대응 등 바이든 행정부가 중시하는 정책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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