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분리막 특허' 과장"... 분위기 사뭇 다른 배터리戰 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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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분리막 특허' 과장"... 분위기 사뭇 다른 배터리戰 2R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3.2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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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 향후 전망은?
영업비밀 침해 사건, 쟁점 심리 없이 종결
실체적 진실 규명 안 돼... 되레 갈등 심화
LG "기술 훔치기" 주장, '특허침해 소송'서 규명
분쟁 발단 '분리막 기술'... 전문가 "특허성 無의미"
"SK 보유 기술, LG와 동등하거나 일부 우위"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SK

글로벌 전기차 업계는 물론이고 미국 정가 및 자동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vs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분쟁'과 관련돼, 사건 발단이 된 'LG엔솔 분리막 특허'의 가치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전문가그룹에서 나왔다. 

LG엔솔은 2019년 하반기 SK이노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와 미 델라웨어 연방 지방법원에 특허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동 소송에서 LG엔솔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자사 보유 미국특허는 총 4건으로 이 가운데 3건이 분리막 기술 특허이다. 분리막 특허 가치를 낮게 판단한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위 특허침해소송 전망은 LG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국내 일부 변리사는 양극제 제조 공정상의 차이점을 언급하면서, SK이노의 기술 수준이 LG의 그것보다 상위에 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LG엔솔과 SK이노가 벌이는 배터리 분쟁은 두 갈래로 진행 중이다. 하나는 지난달 10일 일단락된 영입비밀 침해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예비 판정'(Initial determination)을 앞둔 특허침해 사건이다. 19년 4월 LG엔솔이 SK이노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사건은, 쟁점에 대한 당부 판단 없이 증거조사절차(Discovery)상 하자를 이유로 위원회의 판단이 갈렸다. USITC는 영업비밀이 실제로 침해됐는지 여부를 가리치 않고 증거조사절차 위반을 이유로 'SK이노 패소'를 의결했다.

LG엔솔의 영업비밀침해 제소 신청 5개월 후인 19년 9월, SK이노는 USITC에 LG엔솔을 제소했다. 혐의는 특허비밀침해. 소장에서 SK이노는 배터리 밀도와 안정성을 강화하는 자사 보유 미국특허 2건을 LG 측이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그 직후 USITC에는 LG엔솔의 반소가 접수됐다. SK이노가 분리막 특허 3건, 양극재 특허 1건 등 모두 4건의 미국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 LG 반소의 주요 내용이다. USITC는 LG엔솔이 SK이노를 상대로 낸 특허비밀침해 2차 사건에 대한 '예비 판정'을 이달 19일(현지시간) 내릴 예정이었으나 다음달 1일로 한 차례 연기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편집자주] 

영업비밀 침해 사건이 쟁점 심리 없이 종결된 점을 고려할 때, 양사가 벌이는 배터리 분쟁의 실체적 진실은 특허비밀침해 소송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이 사건 본질은 전형적인 특허분쟁이다. 승패를 가를 결정적 변수는 법리 다툼이 아니라 보유기술의 진보성과 비교우위에 대한 당부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이차전지)는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4가지 핵심소재로 구성된다. 양사 분쟁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분리막이다. 두 기업의 분리막 갈등은 10년 전인 2011년 말 처음 불거졌다. 그만큼 해묵은 사안이다.

당시 LG는 자사의 세라믹 코팅 분리막 특허를 침해했다며 국내 법원에 SK를 제소했다. 2014년 2월 서울지법 파기심 재판부는 LG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해 11월 SK와 LG는 양사가 벌이던 특허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10년간 해당 특허와 관련돼 일체의 소송을 하지 않는다는 부제소 합의를 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갈등은 19년 4월 LG가 US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장을 접수하면서 재점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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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특허 '배터리 용량 및 안정성'

LG 특허 '분리막 및 양극재'

서로 "상대방이 특허 침해" 

특허비밀침해 사건은 SK이노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SK는 USITC에 낸 소장에서 'LG엔솔이 자사 보유 미국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SK이노가 침해를 주장하는 첫 번째 특허는 파우치형 배터리 두께를 늘리는 기술(미 특허번호 10121994)이다. 두 번째 특허는 파우치 방식 배터리의 구조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접착패드를 셀과 셀 사이에 끼워 넣는 기술(미 특허번호 9698398)이다.

944특허는 배터리 셀의 두께 제한을 해소해 고용량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파우치 밀봉(sealing) 부위를 줄여, 상대적으로 더 큰 배터리 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 398특허의 경우, 배터리 모듈의 셀 간 밀착성을 높여 스파크나 쇼트 현상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해 폭발의 위험성도 줄일 수 있다. 

SK이노 측은 특허비밀침해 사건과 관련돼 내부적으로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SK 기술진은 시판 중인 외국산 브랜드 전기차 중 LG 배터리 탑재 차량을 해체·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SK는 차량에 탑재된 LG배터리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SK이노 관계자는 "침해된 특허는 Cell의 기본구조 및 조립에 적용됐으며 단기간에 우회 설계해 적용하기 어려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LG엔솔은 SK이노가 자사의 배터리 핵심 소재인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미국특허 3건과 '양극재' 미국특허 1건 등 총 4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LG엔솔 관계자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SK이노 배터리 탑재 차량을 분석한 결과, 해당 배터리가 당사의 2차전지 핵심소재인 분리막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을 심각하게 침해해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침해당한 미국특허 5건은 모두 2차전지 핵심소재 '원천특허'에 해당돼, 회피설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SK 배터리 기술, LG보다 열세 아냐...
분리막 기술 다툼 무의미"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

일부 전문가들은 SK이노의 배터리 기술이 LG엔솔의 그것과 동등하거나 일부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SK이노와 LG엔솔의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비교·분석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LG의 영업비밀 내지 특허침해 주장에 의문을 표했다. 박 교수가 건넨 문건을 보면, SK 배터리 제품의 에너지 밀도가 더 높게 측정됐다. 

'에너지 밀도'는 배터리의 성능 내지 효율을 검증하는 데 있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박 교수 설명이다. 

특히, 박 교수는 “에너지 밀도와 분리막 기술이 직접적인 상관관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분리막과 전해질 기술이 뒷받침돼야 고에너지 밀도의 셀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풀이하면,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분리막 및 전해질 기술 확보를 시사한다. 에너지 밀도는 SK 제품이 우위에 있으므로, 분리막 기술 역시 LG에 비해 우위에 있거나 적어도 동등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어 박 교수는 양사의 분리막 소송을 ‘무의미한 다툼’이라고 정의내렸다. 그는 “분리막 기술은 특허성에선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LG의 분리막 기술을 환상적인 것으로 볼 필요가 없다”며 “무기물 코팅 기술은 생각보다 대단한 기술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분리막 외의 다른 특허와 관련해선 “어느 쪽 특허의 입증이 용이한지가 중요하다”며 “특허 침해 입증이 용이한 회사가 이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중견 특허로펌 대표변리사 A는 양극재 기술에 있어서도 양 사의 수준이 동일하거나 되레 SK가 일부 우위에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SK는 전극을 쌓는 방식에서 경쟁사와 다른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접착공정을 없애 기술적 우위를 갖췄고, 분리막 핵심 기술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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