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회를 컵안에? 영·리해~"... 김동연과 청년 CEO의 유쾌한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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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회를 컵안에? 영·리해~"... 김동연과 청년 CEO의 유쾌한 소통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1.03.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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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전 부총리, 청년 CEO와 소통행보 눈길
퇴임후 사단법인 '유쾌한반란' 설립, 네 번째 강연
'영 Young·리해 Understand' 프로그램 통해 교감
김세영·김민영 대표 초청... 청년 창업스토리 공유
김동연 이사장 "세대간 소통과 공감 위해 기획"
김동연 사단법인 유쾌한반란 이사장. 사진=권창회 기자
김동연 사단법인 유쾌한반란 이사장. 사진=권창회 기자

"강연을 하는 것이 익숙했는데 오늘은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청년들에 배움을 듣고 적어보겠습니다." 김동연 '사단법인 유쾌한반란' 이사장의 인사말과 함께 청년들의 창업 스토리를 담은 '영·리해'(Young+Understand) 네 번째 강연이 성황리에 막을 열었다.

24일 여의도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강연에는 두 명의 여성 청년 CEO가 참석해 창업 스토리를 공개했다. 강연에는 경북 영덕에서 '내 손에 쏙 물회'를 운영 중인 김세영 바다정원 대표, 서울 성동구에서 '소녀 방앗간'을 운영 중인 김민영 대표가 참석했다. 

무대 아래에는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대표, 권혁환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황희재 세계한인무역협회(OKTA) 부회장, 박봉석 OKTA 상근부회장, 나종호 강소기업협회 상근부회장, 최명주 현대자산운용 HPE 부문 대표, 배동욱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등이 자리했다. 이날 강연은 젊은 CEO들의 이야기를 듣고 세대간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김동연 이사장은 "공감과 소통의 부재로 사회 갈등과 증오가 많아진 것 같다"며 "젊은이들과의 모임을 통해 소통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편집자주] 

'사단법인 유쾌한반란'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직에서 퇴임한 뒤 만든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김 전 부총리는 법인 이사장을 맡아 '영(Young)·리해(Understand)'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그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다. 김 이사장은 젊은이들과 기성세대의 소통과 교감을 강조했다.

흥미로운 것은 강연자가 2030세대의 청년 창업자라는 점이다. 기성세대는 청중으로 참여해 젊은이들의 도전과 좌절, 성공의 스토리를 경청한다. 기성세대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 시대 청년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을 배운다. 프로그램은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가치관과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젊은세대의 감성과 가치관을 배울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매회 강연에는 금융기관 최고 경영진, 경제단체 임원, 중소기업 대표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영·리해' 프로그램은 지난해 5월 첫 번째 강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 열렸다. 법인은 앞으로 격월마다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연자 섭외 범위도 청년 창업자를 비롯해 2030세대 전반으로 넓힐 계획이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 경우 강연은 온라인 중계로 전환된다.

김세영 바다정원 대표. 사진=권창회기자
김세영 바다정원 대표. 사진=권창회기자

 

컵에 물회와 매운탕을... 
당돌한 발상으로 위기 극복  

"사투리를 고치고 싶었는데 잘 안되네요. 한숨 한 번 쉬고 좀 편하게 하겠심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내 손에 쏙 물회' 김세영 대표(39세)는 시원시원한 경상도 사투리로 청중에 웃음을 안겨주며 강연을 시작했다.

경북 영덕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김 대표는 과거 여러 사회적 사건들을 겪어왔지만 지난해 발생했던 '코로나 사태'는 조금 특별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이나 메르스, 세월호 등 굵직한 사건들이 있을 때도 한 달 이상 쉬어본 적 없었다"며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고 석달째 쉬니 병에 걸려 죽는 것도 무섭지만 굶어 죽을까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식당 운영이 어려워진 김 대표는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컵물회'를 생각해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컵물회를 상품화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을 상당했다. 1리터의 큰 플라스틱 컵에 물회를 담으니 시간이 지나면 채소의 숨이 죽었다. 채소와 생선살을 넣는 순서를 바꾸고 면사리를 추가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야 '내 손에 쏙 물회'는 상품성을 갖췄다. 

'내 손에 쏙 물회'는 SNS에서 화제를 일으키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김세영 대표는 기존에 운영하던 대게 식당을 접고 물회에만 집중했다.

사진=권창회기자
사진=권창회기자

김 대표는 "컵물회로 가게 홍보가 됐을 때 손님이 많이 오기 시작하면 비싼 것을 팔고 싶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런 찝찝한 성공은 원하지 않았다"고 당차게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 대표의 도전은 '컵물회'에서 그치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지고 물회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이번엔 '컵매운탕'을 떠올렸다. 커피를 담는 캐리어에 컵매운탕과 소주 한 병을 세팅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세트가 완성됐다. 매운탕과 함게 먹을 밥은 학교 앞에서 팔던 '콜팝' 용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매운탕 위에 얹어졌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한정메뉴였던 컵매운탕도 물회 못지않은 판매고를 올렸다고 한다.

컵물회부터 컵매운탕까지 성공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해온 김 대표의 다음 목표는 '파킹 스루'였다. 드라이브 스루에서 착안한 파킹 스루는 주차장에서 문자, 전화로 주문하면 차까지 제품을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컵물회의 경우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회를 썰어야 하기 때문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판매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주차를 한 상태에서 제품을 받아 볼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김 대표는 '파킹 스루' 특허도 출원했다.

사진=최유진 기자
사진=최유진 기자

 

情이 담긴 푸근한 밥상 
'집밥' 레시피가 공감 이끌어
  

'소녀 방앗간'을 운영하는 김민영 대표(31세)는 대학교 농활 체험 당시 얻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 대표는 11평 임대 아파트에서 5명의 가족과 함께 살았다고 본인의 어린시절을 설명했다. 어렵게 대학에 입학한 그는 고등어 굽는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23가지 일을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당연한 날들"이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던 김 대표는 복학 전 농활 체험을 위해 한 달간 청송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된다'는 말과 함께 그녀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줬다. 그 밥상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이후 김 대표는 뜻이 맞는 사람들들과 함께 '소녀의 방앗간'을 차렸다.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농민들에게 직접 공급받은 농산물에 어르신들의 집밥 레시피를 더해 메뉴를 정했다. 

개업 당시에는 하루 30인분 판매에 그쳤으나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소녀 방앗간'은 2019년 일 평균 300그릇을 판매했다. 같은 기간 가게에 식재료를 공급한 농민은 80명으로 늘었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도 있었지만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김 대표는 "우리만의 맛과 경험이 뭔지 계속해서 고민 중"이라며 "다만 개개인의 입맛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는 레시피를 고집해 명확한 차별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소녀 방앗간'은 올해 8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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