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배당 권고' 칼같이 따른 씨티銀... 매각 위해 당국심기 살폈나
상태바
'20% 배당 권고' 칼같이 따른 씨티銀... 매각 위해 당국심기 살폈나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3.24 0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트레스테스트 통과하고도 20%
당국 "배당자제 협조 긍정적 평가"
"고비용·노조협상이 중대변수 될 것"
유명순 씨티은행장(왼쪽). 사진=한국씨티은행, 시장경제DB
유명순 씨티은행장(왼쪽). 사진=한국씨티은행, 시장경제DB

금융당국의 배당성향 20% 권고를 지킨 한국씨티은행이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앞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한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자율적으로 배당성향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표면적으로는 외국계 은행의 고액배당 국부유출 논란을 우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선 씨티은행 철수설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철수나 매각이 진행될 경우 금융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1월 금융위원회가 실시한 배당제한 규제비율 스트레스테스트를 여유있게 통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는 신한·KB·하나·우리·NH·BNK·DGB·JB 등 8개 은행지주사와 SC·씨티·산업·기업·수출입·수협은행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U자형(장기회복)과 L자형(장기침체)으로 나눠서 진행된 스트레스테스트는 위기상황 시나리오가 은행의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씨티은행과 신한금융은 지난해 BIS 기준 총자본비율에서도 가장 양호한 지표를 보여준 금융사다. 씨티은행은 20.06%로 스트레스테스트 대상 은행 중 유일하게 20%를 넘었다. 신한금융도 15.73%로 KB금융(15.27%), 농협금융(15.18%) 등을 제쳤다.

금융위는 앞서 L자형(장기침체) 시나리오로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면 자율적으로 배당할 수 있도록 했다.

씨티은행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씨티은행 전경. 사진=시장경제DB

 

배당자제 놓고 설왕설래... '철수 고려한 포석' 관측도

씨티은행이 배당성향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음에도 당국의 '20% 배당자제령'을 지킨 것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당국의 권고안이 씨티은행의 2019년 배당성향인 22.2%와 큰 차이가 없고 코로나와 저금리 기조에 따른 실적부진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2019년 주요 금융사들의 배당성향이 우리금융 27%, KB금융 26%, 신한금융 25.97%, 하나금융 25.78% 순이었음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수치는 아니라는게 중론이다.

다음으로 '국부유출' 논란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019년 당시 같은 외국계 은행 SC제일은행이 208.3%의 배당성향을 결정하면서 실제로 '국부유출' 비난여론이 일었던 전례가 있다.

씨티은행은 배당이 모두 미국 본사로 가는 구조로 전해졌다. 씨티은행의 최대주주는 미국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로 지분율은 99.98%다. 업계 관계자는 "민감한 시기에 씨티은행의 배당성향이 다른 은행보다 눈에 띄게 높을 경우 그간의 경험상 여론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최근 씨티은행 철수설과 관련 향후 금융당국과의 협력적 관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선 "씨티은행이 철수 또는 부분 매각을 염두하고 있다면 굳이 금융당국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가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산건전성이 우수한 은행들도 이사회와 주주를 설득하면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준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는 씨티은행의 '성의'에 화답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2020년 취임한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가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한국, 태국, 필리핀, 호주 등 아시아 태평양지역 소매금융 철수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권에선 과거와 달리 씨티그룹 내부에서 촉발된 철수설이라는 점에서 이번엔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최근 씨티은행의 실적부진도 철수설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일례로 씨티은행의 영업이익은 2018년 3,655억원에서 2019년 3,067억원으로 줄었다. 

 

업계 "씨티은행 철수건 매각이건 쉽지 않을 것"

금융권에선 씨티은행 철수 또는 매각과 관련해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가 점쳐지고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이른바 '셧다운(shut down)'으로 모든 사업을 일시에 접고 철수하는 방식이다. 일시에 막대한 퇴직자가 발생하고 기존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이 허용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씨티은행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다른 금융기관에 파는 방식이다. 문제는 대출 채권을 타사에 넘기려면 대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씨티은행의 대출채권은 작년 3분기말 기준 23조8,675억원이며 그 가운데 13조8,766억원이 가계대출(개인고객)이어서 일일이 동의를 얻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현실적인 대안은 매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씨티은행의 순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조2,942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시중은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인 0.31~0.42배를 적용하면 단순 계산으로 씨티은행은 1조9,512억원~2조6,436억원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매각의 경우 씨티은행의 높은 인건비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씨티은행은 2017년 133개였던 점포를 올해 39개까지 줄였지만 감원은 그만큼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직원 3,498명의 평균 근속년수가 18년으로 상대적으로 고액연봉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금융사들이 씨티은행의 자산관리(WM) 부문을 탐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노른자만 내다 파는 안이 성사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그간 구조조정을 할 수 없었던 배경 가운데 노조가 있다"면서 "향후 매각이나 철수가 실제로 이행될 경우 강성노조가 적잖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