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입찰, 추첨→평가로... '벌떼 입찰' 중견 건설사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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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택지 입찰, 추첨→평가로... '벌떼 입찰' 중견 건설사들 울상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3.2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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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첨→평가로... 사회기여·특화설계 등 항목 추가
계열사 '벌떼 입찰' 막힐 듯... "중견사 불확실성 커져"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정부가 공공택지 입찰 방식에 평가제를 추가하면서 중견건설사들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계열사를 동원해 토지를 매입하는 이른바 ‘벌떼 입찰’이 사실상 막히고 대형 건설사에 비해 특화설계나 임대비율 등 자격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3일부터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공공택지 공급방식을 기존 추첨원칙이 아닌 평가제로 전환하고 사회적 기여도 등을 평가한다.

이번 개정은 공공택지 입찰 과정에서 일부 건설사들이 다수의 계열사를 참가시키는 벌떼 입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기존 공공택지 입찰 방식을 추첨원칙으로 해 시장의 형평성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개정안은 공공택지 공급 방식에 기존 추첨 뿐만 아니라 '경쟁입찰', '수의계약'을 포함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토지의 용도와 공급대상자, 토지가격의 안정성 등을 고려하고 민간분양용지 내 주택의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공공택지 공급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친환경·주택품질과 공적인증 등 지표를 반영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공공택지를 공급할 때 추첨제를 원칙으로 했다. 이에 일부 건설사들은 계열사를 동원해 낙찰 받은 후 본사에 전매하는 등 편법을 동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토지를 낙찰 받은 계열사가 전매를 하거나 본사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식으로 입찰권을 대거 따냈다”며 ”심지어 협력사를 동원해 입찰을 따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LH 2008~2018년 공동주택용지 입찰 및 낙찰 현황'에 따르면 호반·중흥·우미·반도·제일 등 중견건설사 5곳은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LH공공택지의 30%를 분양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이들 기업은 다수의 건설 계열사를 두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12위인 호반그룹은 △호반건설 △호반산업 △호반자산개발 △스카이주택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 순위 48위에 올라 있는 중흥그룹은 △중흥건설 △중흥토건 △중흥주택 △중흥건설산업 △중흥산업개발 △중흥에스클래스 △중흥개발 △중봉건설 △제이원산업개발 △세흥산업개발 △다원개발 등 건설 관련 계열사만 22곳을 가지고 있다.

우미건설은 △우미산업개발 △우미종합건설 △명선종합건설 △우미토건 △영송건설 △선우종합건설 △정우건설 △산해건설 △심우건설 △우산건설 △명상건설 △더블유엠건설 △명가산업개발 △거상개발 등 30곳이 넘는 업체를 특수관계자로 두고 있다.

반도그룹의 계열사는 △반도개발 △반도주택 △반도종합건설 △한올개발 등 대부분 건설사로 채워져 있다. 제일건설이 보유한 △세종화건설 △창암종합건설 △제일풍경채 △제이아이주택 등 종속기업 10곳 가운데 5곳은 2019년 기준 매출액 ‘0원’을 기록했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중견사들은 사업 초기에 여러 법인으로 시작한 경우가 많을 뿐, 입찰을 위해 계열사를 늘렸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각 법인은 서로 다른 사업을 영위하며 실제로 운영 중인 기업체“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공공택지 평가제가 중견건설사의 사업 영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서울 도시정비사업에서 멀어진 중견건설사들은 수도권이나 신도시 사업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데, 새로운 평가항목이 대형 건설사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기여도와 친환경·주택품질 등 평가에서 중견건설사들이 당장 점수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공공택지 입찰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강화됐고 중견사들도 계열사를 정리하는 분위기”라며 “평가제가 시행되면 신도시 사업에서 저렴한 가격에 땅을 매입해 급성장한 중견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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