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허위 통계로 '석포제련소 폐쇄' 밀어붙이는 정부
상태바
[칼럼] 허위 통계로 '석포제련소 폐쇄' 밀어붙이는 정부
  • 조명희 상명대 겸임교수
  • 승인 2021.03.19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명희(상명대 겸임교수, 교육통계)
조명희 교수
조명희 교수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은 무섭다. 그런데 없는 말로 기업에 환경 규제로 철퇴를 내리는 정부는 더 무섭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환경규제 행정은 객관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조사에 근거해야 한다. 연구자의 성향에 따라, 상황에 따라 결과가 바뀌는 조사에 근거해 규제 행정이 이뤄진다면 국민은 정부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지금 재계 순위 20위권 기업이라는 영풍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 영풍이 운영하는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최상류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수년간 환경단체 등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왔다. 석포제련소는 지난해 공장 바닥 지하수의 카드뮴 수치가 정상치의 33만 배를 넘는다는 결과를 받아 들었다. 환경부는 2019년에도 비슷한 내용의 제련소 지하수 오염을 발표하고 정화명령을 내렸다. 지난해 보도자료는 내용이 재탕된 것인데, 수치가 좀 더 커지고 자극적으로 표현으로 바뀌었다. 석포제련소 측은 “특정 지점 지하수의 카드뮴 수치를 공장 전체로 일반화한 무리한 결과”라고 반박했으나, 답정너 식으로 치고 들어오는 환경 시민단체와 정부를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석포제련소 공장부지 지하수 오염을 다시 거론(삼탕)하면서 하루에 카드뮴 22킬로그램이 강물로 ‘유출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보도자료에는 ‘제련소 주변 하천의 중금속 수치는 별 이상이 없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을 담았다. 이 수치는 실험실에서 추정된 가정에 불과한 것이지만 사람들을 놀래키기에는 충분했다. 국정감사에 첫 데뷔한 한 환노위 국회의원은 22킬로그램에 365일을 곱한 수치를 내세우며 제련소폐쇄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 대표를 국감 자리에 부른 다른 국회의원은 영풍이 2021년에 통합환경관리허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대로라면 석포제련소는 2022년부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 그런데 제련소의 존폐와 관련된 이런 말들은 사실일까? 이 말들의 근거가 되는 행정당국의 연구조사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일까.

석포제련소는 2018년 정수설비 오작동으로 완정 정화되지 않은 폐수 일부가 강물에 흘러들어간 것이 적발돼 20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처분이 과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경상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오염물질 조사결과가 잘못됐다는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20일 조업정지의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조업정치 처분은 강물에 유출된 오염물질의 불소 수치가 기준치의 10배를 넘었기 때문인데, 경북 보건환경연구원은 이 같은 조사 결과가 잘못됐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연구원의 조사는 불법적이었고, 과학실험의 ABC도 지켜지지 않은 엉터리였음이 드러났다. 불소 수치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각 시료의 농도를 측정한 뒤 평균값과 표준편차, 검정곡선의 결정계수, 감응계수, 정확도 등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거나 내용이 불일치했다.

경북 보건환경연구원은 보고 내용을 허위로 작성한 정황도 드러났다. 연구원 측은 시료의 불소화합물 분석을 하기 위해서 1) 자외선/가시분광기로 흡광도를 측정해 시험하는 방법, 2) 이온크로마토그래피로 시험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했으나, 이들 기법을 사용한 이유나 순서 등은 밝히지 못했다. 그 이유는 ‘시험결과기록부’가 없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경상북도뿐만이 아니다. 환경부가 지난 2019년 수탁연구로 모 대학을 통해 진행한 ‘안동댐 상류 수질 퇴적물 조사 연구(1)’는 더 가관이다. 이 연구는 안동댐과 낙동강 상류 퇴적토의 오염 기원을 밝히는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들은 스스로 오류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이상한’ 연구결과를 제출했다. 연구진들은 “석포제련소와 폐광 때문에 상류 퇴적토와 저서생물의 오염이 진행됐다”고 주장하면서도 해당 가설을 지지할 수 있는 통계적 결과를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샘플 채집 수나 통계적 유의성 등에 있어서 근거를 이끌어내지 못했음을 연구진 본인들도 인정했다. 가령 저서생물의 경우 대조군과 실험군 간 차이분석/비교를 위한 통계 분석을 진행해 놓고서, 구체적으로 테스트하고자 하는 변수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통계학적 기초가 제대로 잡혀지지 않은 기술도 많았다. 상관관계 분석,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간 관계를 제시하기 위한 모델의 설명력 등에 대한 언급도 거의 틀렸거나 내용을 혼동하고 있는 서술이 많았다.

정부 규제행정의 근간이 되는 각종 조사와 연구는 그 절차와 결과가 특정 가치나 이념, 국민감정 등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 기업 폐쇄는 단순이 공장이 문을 닫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를 순식간에 앗아갈 수 있다. 공적 부문에서의 각종 조사와 연구는 그래서 ‘측정오류’나 ‘실수’가 인정될 수 없다. 허위통계와 조작된 데이터에 근거한 규제는 기업의 존폐를 넘어 국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조명희 상명대 겸임교수
조명희 상명대 겸임교수
다른기사 보기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