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실탄' 충분한데... KB금융, 씨티銀 인수 왜 주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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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실탄' 충분한데... KB금융, 씨티銀 인수 왜 주저할까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1.03.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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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라 자본확충... 윤종규號 M&A 본격 시동說
전문가들 "은행업 하향세... 인수 매력 떨어져"
"인건비·퇴직금 탓에 결정 쉽지 않을 것" 분석도
씨티銀 "철수·매각 어떤 절차도 진행되지 않아"
KB금융 "아직 시기상조... 제안 들어오면 고민"
KB금융지주. 사진=시장경제DB
KB금융지주. 사진=시장경제DB

최근 씨티그룹의 한국씨티은행 철수설이 잇따라 나오면서 매각 시 인수 후보군을 놓고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매물로 나온다는 전제 하에 잠재적 후보로 DGB금융과 OK금융, SC제일은행이 거론되는 가운데, KB금융그룹도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KB금융은 지난달 6000억원을 추가로 발행하면서 자본 확충에 나선 상태다. 

KB금융은 다음 달에도 비슷한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씨티은행 인수·합병(M&A)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강하다. 특히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주도하는 사업 다각화 전략에 맞물려 씨티은행 인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씨티은행 철수설은 지난 2014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다. 지금까지 책임자가 선을 긋는 수준에서 수습됐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는 후문이다. 

17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상업은행(소매금융) 영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제인 프레이저 신임 씨티그룹 CEO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국과 베트남 소매 금융을 일순위로 정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안으로는 매각이 예상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부직한 실적과 소극적이었던 신사업 진출 등 씨티은행이 매물로서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전반적으로 은행업이 하향세를 보이면서 인수 주체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업계 관계자들은 매각을 하더라도 인수 후보군들이 순이익과 맞먹는 인건비와 퇴직금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7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1610억원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지난 2017년 2.68%에서 2018년 2.47%, 2019년 2.35%,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는 2.08%까지 줄어들었다.

씨티은행은 2017년 133개였던 점포를 올해 39개까지 대폭 구조조정했다. 하지만 직원은 같은 규모로 줄이지 못했다. 평균 근속년수가 18년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들의 수만 3498명에 이른다. 연봉은 모두 3604억원에 달한다.

퇴직금도 매각의 장애 요소로 지적된다. 씨티은행이 전체 직원에게 미래에 지급해야 하는 퇴직금을 뜻하는 확정급여채무는 8905억원에 육박한다. 9000억원에 이르는 자본을 늘 쌓아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씨티은행은 근속년수에 비례해 퇴직금을 쌓는 퇴직금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철수설에 대해 한국씨티은행은 본사 입장에 기대어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현재 시장 철수나 매각과 관련해 어떠한 절차도 진행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는 KB금융도 셈법이 복잡해 보인다. 일단 단기간 1조원대 이상의 자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인수 검토는 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KB금융은 비교적 뒤늦게 자산관리(WM) 부문 사업에 참여해 타 금융 대비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씨티은행은 국내 최초 WM 사업을 시작했다. 프라이빗뱅커(PB) 노하우와 인프라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씨티은행 인수가 KB금융에게 나쁜 선택지가 아닌 이유다.  

또한 윤종규 회장의 WM 부문 사업 강화 전략에 비춰볼 때 씨티은행은 매력적인 M&A 대상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지점망이나 브랜드 네이밍에 기대는 소매금융 영업의 특성상 KB금융그룹이 씨티은행 인수를 통해 도약을 노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씨티은행 인수는 시기상조로 아직 관련 문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매각 결정이 공식화되고 인수 제안이 들어온다면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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