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번 협의하고 "서류미비"... 봉화군, '오염방지공사' 왜 허가 안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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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번 협의하고 "서류미비"... 봉화군, '오염방지공사' 왜 허가 안내주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3.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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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석포제련소, 430억 '지하수 차집시설' 추진
공사 하려면 관할 군청 '하천점용허가' 득해야
봉화군청, 16개월간 24차례 협의하고도 불허
지역주민‧노조 "군청, 환경단체 발목 잡혀 시간 끌기"
경부 기동단속반원들이 석포제련소 공장을 돌며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석포제련소 노조
경부 기동단속반원들이 석포제련소 공장을 돌며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석포제련소 노조

경북 봉화군청이 영풍 석포제련소와 '오염지하수 확산방지시설' 관련 협의를 2019년부터 지금까지 수십차례 진행하고도 ‘하천점용허가’를 내주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영풍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수질 안전을 위해 ZLD(폐수 무방류시설) 등 첨단 설비를 도입하는 등 수질 오염 방지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지자체 입장에선 빨리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좋은 사안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16개월간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지역에선 행정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봉화군이 특정 환경단체의 영향력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봉화군청으로부터 16개월이 넘도록 ‘하천점용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련소는 2019년 11월 '확산방지시설 설치계획안 보고'를 시작으로 올해 1월까지 군청과 24건의 협의를 진행했다. ‘하천점용허가’ 이름으로 특정된 공식 협의만 9번을 진행했고, 봉화군수가 직접 제련소를 찾기도 했다.

하천은 불특정 다수의 국민이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인접 토지를 점용해 사용하려면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풍은 오염 지하수의 공장 밖 유출을 막기 위한 ‘지하수 차집 시설’ 공사를 준비 중이다. 이 공사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관할 기초자치단체로부터 하전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풍의 ‘지하수 차집 시설’ 공사는 올해 제1공장 외곽 하천변을 따라 1.1km 구간에서 시행 예정이다.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면 곧 이어 제2공장 외곽 1km 구간에서 공사가 시작된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만 430억원이 넘는다.

‘지하수 차집 시설’은 공장과 하천 사이에 지하 수십 미터 아래 암반층까지 굴착해 들어가 설치된다. 영풍 측은 제련 공정에 사용된 공업용수의 외부 유출 차단을 위해 차수막과 오염방지공을 이미 설치했다. 새로 조성되는 '지하수 차집 시설'은 차수막과 오염방지공을 통과한 오염수의 유출 차단을 목적으로 하는 '최후 저지선'이라고 할 수 있다.  

공사는 각 구간별로 진행된다. 지하설비가 완성되면 즉시 지상을 원래 상태로 복구한 뒤 다음 구간 공사에 착수하는 방식으로, 하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환경친화적 공법이다. 영풍은 봉화군청에서 ‘하천점용허가’만 나오면 바로 공사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위)영풍 석포제련소 제1공장 외곽 지하수차집시설 1차 공사 구간, (아래)지하수 차집시설 표준 횡단도. 사진=영풍그룹
(위)영풍 석포제련소 제1공장 외곽 지하수차집시설 1차 공사 구간, (아래)지하수 차집시설 표준 횡단도. 사진=영풍그룹

문제는 봉화군이 석포제련소의 ‘하천점용허가’ 요청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지자체였다면 지역주민을 위해 발 빠르게 지원 해줄 사안인데, 봉화에서는 군청이 이 공사를 막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봉화군청은 ‘제련소의 서류 미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봉화군 관계자는 “석포제련소에서 제출한 설계방식을 보완하도록 돌려보냈다. 이 보완 설계서가 오지 않아 허가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재련소가 위치한 입지는 강폭이 좁아 지난해 풍수해(범란)가 발생했다. 제련소가 제안한 방식으로 ‘지하수 차집 시설’을 시공하면 가설도로가 생겨 강폭이 더 좁아지고, 재해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시공 난이도를 높여 재해가 없도록 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주민들과 석포제련소 노조의 설명은 전혀 다르다. 수 십 차례에 걸쳐 협의를 했기 때문에 ‘서류 미비’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노조는 4일 성명서를 통해 “행정은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집행돼야 하고, 환경운동을 빙자한 사람들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된다”며 “성과 없이 밀실 논의만 계속하는 낙동강상류환경관리협의는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질적 이해관계를 가진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주민환경협의회를 구성, 포제련소의 환경개선 사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석포면 현안대책위원도 노조와 뜻을 같이했다. 대책위는 “석포제련소가수질오염 개선 대책을 내놨지만 봉화군이 답변을 미루고 있다”며 “공사 지연으로 주민들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위협받고 있어 전면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봉화 지역 주민 A는 “제련소와 봉화군이 ‘제련소 오염지하수 확산방지시설’과 관련 무려 24차례나 협의를 한 상황에서 서류 미비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영풍그룹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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