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투, 채무보증 수익 1위... "이은형에 기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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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투, 채무보증 수익 1위... "이은형에 기대 크다"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3.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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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해외대체투자 수수료 3000억원
美 퀄트릭스 인수로 '최우수 IB' 선정
글로벌 사업 확장 속도... 업계 이목 집중
이은형 하나금투 CEO내정자. 사진=하나금투 제공
이은형 하나금투 CEO내정자. 사진=하나금투 제공

하나금융투자가 지난해 대규모 해외 대체투자를 통해 약 3,000억원의 채무보증 수수료 수익을 내면서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최근 '해외파' 이은형 부회장이 차기 하나금투 대표로 내정되면서 한층 공세적인 해외공략이 예상된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하나금투는 지난해 2,983억2,320만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채무보증 수익을 시현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2,603억원에서 14.6%가 증가했다. 메리츠증권(2,346억원), NH투자증권(2,115억원) 하이투자증권(1,590억원)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22개 증권사의 채무보증 수수료 수익은 총 1조7,41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말 1조5,160억원 대비 14.9%(2,254억원) 늘어난 규모다. 

채무보증은 증권사가 신용이나 담보가 부족한 회사의 채무를 보증해주고 수수료 수익을 얻는 투자은행(IB) 거래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주력해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경기 하강 시 건전성을 해칠 것을 우려해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이에 증권사들은 부동산 대신 채무보증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나금투는 지난해 해외투자 부문을 확장하면서 업계에서 가장 큰 수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하나금투는 1,900억원 규모의 핀란드 풍력발전단지 3개소를 인수했고 5월 호주 퀸즈랜드주 태양광 발전 사업에 1억2,000만 달러(1,363억원)를 투자했다. 7월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상업용 오피스 '30 허드슨 야즈' 건물 일부를  7,500만 달러(920억원)를 투자해 매입했다.

하나금투는 지난해 연결 기준 전년 대비 46.6% 늘어난 4,10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IB 부문은 대체투자 사업의 호황으로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2,000억원 규모의 수익을 시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금투는 올해도 해외 대체투자 사업을 지속 확장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신축 대형 오피스 빌딩 '퀄트릭스 타워' 지분 95%를 7억4,000만 달러(7,656억원)에 인수했다. 

하나금투의 퀼트릭스타워 인수는 미국 현지에서도 '올해의 오피스 빌딩 거래'로 손꼽힌다. 시애틀 도심에 자리 잡은 지상 38층 최신식 빌딩으로 전체 사무 공간의 100% 면적이 임차 중이며 평균 잔여 임차 기간이 12년가량 남은 우량 자산이라는 후문이다.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뤄진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 사업에는 167억달러(약 1,847억원) 규모 PF대출을 조달했다. 선순위 대출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셀다운(지분 재매각)을 마쳤으며 후순위 대출 투자에는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들이 참여했다.

하나금투는 이러한 해외투자 성적으로 2월 제12회 한국IB대상 대체투자 부문 '최우수 투자은행(IB)'으로 선정됐다.

 

하나금융, 이은형 CEO 내정 후 전사적 해외공략 예고

김정태 회장이 최근 1년 임기를 더하면서 하나금융은 그룹 차원의 해외 공략에 방점을 두고 분주하다. 업계에선 하나금융이 기존 중국·인도네시아·미얀마 외에도 싱가포르·대만 등으로 해외거점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은 지주 차원에서 싱가포르에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대만 첫 지점을 설립하기 위한 인가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캐피탈도 인도네시아·미얀마에 이어 동남아시아에서 세 번째 거점을 물색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은 24개국 진출해 있으며 해외부문에서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최근 김정태 회장이 "2025년까지 해외부문의 순이익 비중을 40%까지 높일 것"을 공언한 만큼 그룹 차원의 공세적 해외공략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투 역시 '젊은 피' 이은형 부회장이 차기 CEO로 내정되면서 글로벌 공략을 한층 가속화할 방침이다. 이은형 신임 내정자는 영어·중국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한 글로벌·전략기획통으로 알려졌다. 1974년생으로 하나금융그룹 글로벌전략총괄 부사장직을 맡아 해외사업을 지휘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금융권 경영 화두가 된 ESG에서도 이은형 내정자는 한 발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은형 내정자는 2018년 중국인민일보 인민망(人民網)이 주관하는 제12회 사회적 책임 기업 ESG '올해의 인물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중국 민생투자그룹 부회장으로 재직하며 ESG경영의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은형 내정자는 지난해부터 ESG경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곧 정식출범을 앞둔 이은형호(號)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자본시장에 대한 전문성에 비해 국내 증권사 경영에 있어서는 실무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모펀드·파생상품 불완전 판매 이슈 등 산적한 문제들도 신임 사장에게 부담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이은형 신임 CEO에 대해선 우려보다 기대가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증권가에서 잔뼈가 굵은 하나금투의 기존 참모진과 브레인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만큼 해외파 CEO 수혈이 시너지 효과를 낼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은갑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임 CEO내정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하나금융지주의 재도약을 기대할 만하다"고 논평한 바 있다.

하나금융은 내년 초 차기 회장을 선임해야 한다. 업계에선 벌써부터 이은형 내정자를 차기 하나금융 회장 후보군으로 지목하고 있다. 앞서 김정태 회장과 함께 최종 후보군에 올랐던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내정자와 함께 이은형 내정자가 이르면 올해 연말에 '3자 구도'를 만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투가 올해 해외투자 부문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이은형 사장은 무난히 차기 회장 후보군에 안착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사모펀드 이슈는 분명히 금융권의 위기였지만 이로 인해 '판'이 흔들리면서 젊은 이은형 내정자에게 기회가 온 것"이라면서 "이 내정자의 다음 행보가 최연소 그룹회장이 될지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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