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대출' 간본 이재명에... "NO 하기엔 왠지" 은행들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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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대출' 간본 이재명에... "NO 하기엔 왠지" 은행들 당혹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3.1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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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신용안보고 1천만원 대출' 문의 공문
이재명 "기본대출 문의만, 어려우면 안하면 돼"
업계 "유력 대권후보 제안에 NO 할 수 있나"
야권 "경기도 재정여건상 지속가능 어렵다"
학계 "대규모 부실 조장... 있어선 안 될 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시장경제신문DB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시장경제신문DB

경기도 측이 은행권에 '기본대출' 관련 공문을 보내자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내놓은 기본대출은 신용을 보지 않고 대출해주고, 이자는 만기(10년)에 몰아서 납부하는 방식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기본대출'이 자칫 대규모 부실과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신용보증재단은 지난달말 '경기도형 기본대출'에 대한 운용 가능 여부를 묻는 공문을 각 은행에 보냈다. 

이른바 '기본대출'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청년층이나 결혼적령기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신용도에 관계없이 1인당 500만~1,000만원을 10년간 연 3%의 금리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경기도 측은 경기신보에서 대출을 전액 지급보증하기 때문에 부실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며 은행에 참여를 '제안'했다. 

금융권 반응은 싸늘했다. 빌리는 입장에선 개인 신용을 보지 않고 대출받을 수 있어 편리하지만 다수가 이런 식으로 대출을 받아갈 경우 부실이 커질 수 있고 이는 1차적으로 은행의 건전성 지표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기본 대출'이 대출 기간엔 이자를 내지 않고 만기에 일시 상환하는 구조라는 점도 은행권이 고심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은행 입장에선 사전에 부실 여부를 감지할 수 없어 만기에 어느 정도 손실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최근 금융당국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과 정반대 행보여서 금융권에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기본주택·기본소득 등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 시리즈' 외에도 여권이 추진 중인 이익공유제 역시 금융권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 금융권은 돈을 벌었으면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이익공유제의 대표 업종으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범 여권에선 현재 금융권이 '이자놀음'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내비치는가 하면 코로나 불경기를 들어 아예 대출 이자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바 있어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0일 복수의 은행권 관계자들은 일제히 "기본대출과 관련해선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재명 "그저 문의일 뿐"... "NO 할 수 없는 문의"

경기도 측의 '기본대출' 문의가 은행권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주장에 이재명 지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지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본대출과 관련해 "중앙정부가 예산 일부만 투자해 기본대출제도를 도입하면 그 이상의 복지예산을 줄일 수 있고 거의 작동하지 않는 금융통화정책이 어느정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경제회생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사진=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이어 "원리금상환을 도가 100% 보증하니 은행은 리스크가 전혀 없다"면서 "100% 상환보장의 안전상품이니 실제 대출을 해도 전혀 손실위험이 없고, 싫으면 안하면 그만인데 왜 금융기관이 '원리금상환보증부 대출상품 설계문의'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일까요?"라고 반문했다.

이 지사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일부 언론이) 계산 빠른 은행원이 대출위험 0인 대출상품에 부담을 느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은행원과 기자중 과연 누가 경기도정을 비방하기 위해 혹세무민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권에선 경기신보가 은행권에 보낸 공문을 단순한 제안이나 문의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신보 측은 해당 공문에 지원 대상·한도 및 대출 방식·기간·금리 등 '기본대출'의 항목별로 '가능 여부'를 표기하고 불가하다면 사유를 세세히 기록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경기신보의 공문은 문의 또는 제안의 형태를 하고 있을 뿐 사실상 유력 대권주자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강요)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은행권은 해당 공문에 대해 일단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 "대규모 부실에 도덕적 해이 초래"

복수의 관계자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신용을 보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며 우려했다.

학계 관계자 A씨는 "어려운 시국에 도민에게 도움을 주려는 이재명 지사의 선의를 의심하진 않는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신용을 보지 않고 대출해주면 상환 의지가 없는 이들도 일단 받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하기 마련이어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며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 B씨는 "이 지사께선 은행에 부담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일단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면 은행 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뿐 아니라 경기신보의 재정도 악화될 수 있다"면서 "당장 내일 일도 알 수 없는데 대출만기에 경기신보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공익적 차원의 대출상품은 마땅히 국책은행이나 지자체가 사업주체가 돼서 대상자 선별부터 취급까지 맡아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야권에선 현재 경기도의 재정여건으로 볼 때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정무위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경기신보가 이차보전이나 손실보전을 해준다지만 결국 경기도민의 혈세를 쏟아 붓겠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정책을 제안할때는 지속가능한 재정 여력부터 확인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 지사의 '기본 시리즈'들은 기본이 결여돼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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