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땅투기 대출 불똥 튈라"... 농협중앙회도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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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땅투기 대출 불똥 튈라"... 농협중앙회도 '전전긍긍'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3.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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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 북시흥농협서 43억원 대출
농협 측 "적법 대출... 절차상 문제 없었다"
정운천 의원 "대출 절차 개선 검토할 것”
금융업계 "여론 전환용 희생양 될까 긴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사진=시장경제신문DB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시흥지구 땅 매입을 위해 단위농협 한 곳에서만 수십억원대 대출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농협중앙회 측은 해당 대출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고 규정에 따라 진행됐다는 입장이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관계부처 수장들이 90도 인사로 사과하는 등 여론 수습에 나서고 있어 자칫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실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 9명은 총 43억1,000만원을 북시흥농협에서 대출받았다. 담보인정비율(LTV)은 금융당국이 허용하는 최대치인 70%까지 적용됐다.

업계에 따르면 LH의 전·현직 직원 및 가족 소유로 추정되는 광명·시흥 토지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5개 필지에 총액 50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북시흥농협은 LH 직원들이 구매한 농지를 담보로 많게는 토지매매가의 90%가 넘는 대출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A씨 외 3명이 매입한 토지의 매매가는 15억1,000만원인데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은 11억4,400만원(76%)이었다.

다른 직원 및 가족 등이 구매 후 '지분 쪼개기'한 의혹을 받는 토지는 2020년 2월 구매가격이 22억5,000만원이다. 두 달 뒤 B씨 등은 이 농지를 담보로 북시흥농협에서 20억4,100만원을 대출받아 매매가 대비 대출금 비율이 90%를 넘었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한 직장 동료들이 같은 목적으로 동일한 금융기관에서 LTV한도를 꽉 채워 대출받은 것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 측 "절차상 문제 없어... 무분별한 의혹 우려"

업계 안팎에선 농협의 LH직원 대출과 관련해 크게 세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첫 째 대출과정에서 별도의 대출 심사의견서가 한 건도 작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농협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달리 농협의 농지담보대출의 경우 대출 심사의견서는 필수서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의혹은 농협 측이 LH직원들이 실제로 농업에 종사할 개연성이 크지 않음을 인지하고도 대출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대출심사를 위해 해당 직원들이 재직증명서를 제출했는데도 이를 문제삼지 않은 부분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농협이 LH직원들에게 농사 계획서나 농지 매입에 필요한 농지취득자격증명 등도 받지 않았다며 특혜대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농지 매입 자격 부여는 지방자치단체가 관할이며 농협은 대출 상환 능력만 평가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대출 심사 과정에선 소유권 등기만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이는 일선 은행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재직증명서와 관련해선 "차주의 신용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 실제 농사를 지을 것인지를 판별하는 절차가 아니다"라면서 "최근에 퇴직을 앞두고 재직중에 농지를 취득하는 사례도 많다"고 답했다. 

세 번째 의혹은 농협 측이 이른바 '대출 쪼개기'를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일례로 시흥시 과림동의 22억원 상당의 필지는 5명이 2억~4억2,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총 15억7,000만원을 마련했다. 해당 대출의 LTV는 70%로 금융당국이 정한 상한선에 맞췄다.

이에 농협 관계자는 "농협은 대출기관으로 제출된 서류를 바탕으로 대출을 심사할 뿐 (쪼개기 여부 등) 전후 상황을 조사할 권한이 없다"면서 "각각의 대출 신청 건에 서류상 하자가 없어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농협중앙회는 논란이 되고 있는 북시흥농협에 직원을 보내 전후상황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지 국세청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홍남기 부총리, 변창흠 국토부 장관, 이재영 행안부 차관. 사진=기재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지 국세청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홍남기 부총리, 변창흠 국토부 장관, 이재영 행안부 차관. 사진=기재부 제공

 

정운천 의원 "투기 방지 위해 관련법 정비해야"  

해당 논란을 두고 국회에선 농민 권익을 위한 농협의 설립 취지를 감안해 농지 대출의 경우 시중은행과 다른 검증 절차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차원에서 농지 투기 방지를 위한 관련법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운천 의원(국민의 힘)은 "농협은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영농을 위한 농지 구입이 투기로 변질되지는 않는지 적극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대출건은 결과적으로 관련 절차 없이 대출을 해줌으로써 농지 투기를 방조한 결과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정운천 의원은 "적어도 농협에서 농지를 담보로 대출을 내어줄 땐 이 사람이 진짜 농민인지, 농사를 지을 것인지 여부는 따져봤어야 했다"며 "추후 농협법 등 관련법을 검토해 농지 투기 방지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손질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LH직원이 내부 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해 땅 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라면서 "경험상 이런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국면전환을 위해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는 경우가 있어 긴장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류위조나 특혜정황 등 절차상으로 명백한 문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농협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만약 LH와 농협 사이에 어떤 공모가 있었다면 이 분야의 전문가가 절차상 문제가 없도록 단단히 신경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상환 능력 등을 고려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담보대출이 진행됐다"며 "실제 농협중앙회의 내부 점검에서도 절차적 특이점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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