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 이름·전번 까라고?"... 정부 규제안에 IT업계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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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에 이름·전번 까라고?"... 정부 규제안에 IT업계 '발칵'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1.03.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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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법 개정 논란... "소비자 피해 가중"
입점업체·판매상품 제한 까다로워질 것
개인판매자 정보공개... 악의적 사용 우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시장경제DB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시장경제DB

공정위가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업계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에서의 소비자 피해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업계는 결국 소비자와 입점업체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위는 7일 전자상거래상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현실화하고 효과적인 소비자 피해차단·구제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해 내달 14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과정에서 수행하는 구체적인 업무내용을 표시하게 하고, 쿠팡과 같은 중개거래나 직매입을 함께 하는 플랫폼은 분리해 표지·고지하도록 했다. 또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당근마켓 등 C2C(개인간) 거래 플랫폼도 환불거부 등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신원정보를 확인·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인스타그램 등 SNS 플랫폼을 활용한 거래에서도 플랫폼이 피해 구제신청 대행 장치를 마련하고, 분쟁 발생시 신원정보 제공 등의 협조를 의무화 했다. 더불어 소비자 피해를 신속히 구제한다는 이유로 임시중지명령제도의 발동 요건을 대폭 완화한다. 

공정위는 이번 입법 개정을 놓고 "기존 입점업체가 혼자 지던 소비자 피해보상 책임을 플랫폼이 나눠지게 됨에 따라 소비자 보호가 두터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 입장에서 고의·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배상 책임을 지는 만큼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플랫폼이 역할과 관여도에 따라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책임도 비례적으로 지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플랫폼이 일정부분 책임을 나누게 됨에 따라 소비자 피해구제가 더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커지는데... 규제일변도 정책 볼멘소리

공정위 발표에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입법이 발의되고 본격 적용되면 결국 플랫업 기업들은 입점업체들에 대해 검열을 엄중하게 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입점과 판매상품에 대한 제한이 강화될 것이고, 신규 업체들의 진입도 까다로워진다"며 "결국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업체들이 뒤쳐지고, 소비자들도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첨언했다.

또한 정부의 이중적인 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앞에서는 온라인 시장을 키운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규제 법안만 나온다는 것이다. 최근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면서 복합쇼핑몰의 강제 휴무와 이커머스의 배송 시간 제한 등이 한 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만 하는 것에 부담이 크다"며 "시장이 커가면서 사업도 확장해야 하는데 정부가 숨통을 조이니 할 수 있는 것을 못하게 된다"고 하소연 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맡기고 자연스럽게 나온 폐해를 논의해야 하는데 선제적으로 규제를 하는 방식이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를 강조하면서 '소비자원의 실태조사'를 내세웠다. 하지만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온라인 거래 관련 피해구제 신청 6만9452건 중, 주요 9개 사업자와 관련한 비중은 15.8%(1만947건)로 나타났다. 이를 환산하면 1년에 2189건, 1개 사업자 당 243건으로, 사업자 당 월별 약 20건에 불과하다. 

주요 9개사의 통신판매중개 서비스에서 월 평균 20건의 소비자 피해 구제신청이 있었다. 이 중 최종적으로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경우는 월 평균 9건 가량으로 상당히 저조한 수준이다. 이런 사례를 토대로 온라인 쇼핑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상당하다는 공정위의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의 영역 구분이 사라지는 시대에서 이러한 규제는 이중규제나 다름없다"며 "업체들은 정부 정책에 대놓고 반발 할 수도 없이 끙끙 앓기만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IT업계도 반발에 나섰다. 공정위가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공동입장문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선제적 소비자보호 장치를 마련해온 스타트업의 방식을 외면하고 오히려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시대를 역행하는 천편일률적인 규제"라고 비판했다.

특히 개인 간 거래에서 분쟁 발생 시 플랫폼 업체가 판매자의 실명·전화번호·주소 등 신원정보를 구매자에게 제공하도록 한 조항을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세계 어디에서도 개인 간 거래에서 신원정보를 공개하도록 하지 않는다"며 "판매자 정보를 제공하면 분쟁 해결보다 또 다른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매자 집에 찾아가 횡포를 부리거나 개인 정보를 악용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또 "분쟁 과정에서 획득한 개인 신원정보가 자동으로 파기되지 않아 개인정보보호법에도 저촉된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해외 사업자 간 차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공정위는 해외사업자도 개정안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켰지만 그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해외 사업자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해 판매하는 해외 판매자의 경우 실제적인 규제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 기간(40일)내 관계 부처 및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내달 14일 이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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