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부곡공단 '무허가 공사' 심각... 1일 1730톤 지하수 무단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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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부곡공단 '무허가 공사' 심각... 1일 1730톤 지하수 무단 유출"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3.1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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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곡공단 지반침하 논란②] 조사委 보고서 분석
당진시, 외부전문가 조사위 꾸려 14차례 원인조사
'한전 공사로 인한 지하수 과다 유출' 결론
지반조사도 부실... 연암 파쇄대 확인 못해
피해기업들 "가해자 나왔지만 한전 모르쇠 일관"
한전 "최선 다해 보상할 것"

<편집자주> 충남 당진시 조사위원회는 올해 1월 부곡공단 지반침하 원인을 '한국전력공사 전력구 공사'로 결론내렸다. 한전이 2017년부터 실시한 전력구 공사로 대량의 지하수가 유출돼 지표면 아래에 거대한 '씽크홀'이 발생했고, 그 결과 지반이 내려 앉은 인재(人災)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한전은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배상은 물론이고 사과에도 소극적이었다. 본지가 입수한 당진시 조사위 보고서에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한전의 불법 의혹 행위가 다수 포함돼 있다. 무허가 공사는 물론이고 관행화된 안전전불감증을 의심케하는 정황도 발견됐다. <시장경제>는 보고서 내용을 쟁점별로 정리, 부곡공단 지반침하 사건을 재구성했다.

조사위의 부곡공단 지반침하 조사구간 평면도. 사진=보고서 캡처
조사위의 부곡공단 지반침하 조사구간 평면도. 사진=보고서 캡처

당진시 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충남 당진 부곡공단 지반침하 원인을 '한국전력공사 전력구 공사 지하수 유출'로 결론을 내리고, 해당 보고서를 올해 1월 12일 당진시에 제출했다.

본지가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반침하 주요 원인은 '지하수 유출'이었으며, 한전 전력구 매설 공사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출된 지하수는 최대 2030톤 규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 조사위,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침하 원인 분석


당진시는 부곡공단 지반침하의 심각성을 판단하고 지난해 3월 6일,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조사위원장은 카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가 맡았으며, ▲김광염 한국해양대 교수 ▲백경오 한경대 교수 ▲이준환 연세대 교수 ▲정대석 중부대 교수 ▲정영훈 경희대 교수 ▲정우창 경남대 교수 ▲최재홍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 ▲한진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등 8명이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조사위는 1년여간 14차례에 걸쳐 지반침하 원인을 조사했고, 올해 1월 12일 최종 보고서를 당진시에 제출했다.

192장으로 만들어진 '부곡공단 지반침하 지하사고 사고조사보고서'의 결론은 '한전 공사로 인한 과도한 지하수 유출', '실시설계 임의 변경'이었다. 당진시는 조사 과정에서 한전의 전력구 공사가 무허가(개발행위 미허가)로 진행된 사실을 확인, 관련 내용을 검찰에 추가 고발했다.

전력구란 각종 전기 배선이 내부에 설치된 원형 지하 구조물이다. 한전은 전력구 매립을 위해 넓이 10m, 깊이 60m(발진구, 도달구), 길이 600m 규모의 굴착 공사를 진행했다. 감리는 KG엔지니어링, 시공은 동부건설이 맡았다. 2017년 8월부터 공사를 시작했고, 당진시는 안전상의 이유로 2019년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다.
 

조사위 "지하수 하루 유출량 2030톤" 

조사위는 지난해 9월 26부터 29일까지 5일간 '양수시험'을 통해 지하수 유출 정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도달구의 지하수 유출량은 '약 830㎥/day'로 측정됐다.

양수시험 전후 수위변화 표를 보면, 정상 수위를 기록하던 지하수가 양수 시험 후 한전 전력구 공사 도달구 쪽으로 빨려 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양주시험은 도달구 주변에 다수의 관측정을 설치해 양수시 발생하는 지하수 수위 변동을 측정했다. 

양수시험 전·후로 부곡공단 내 지하수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보고서 캡처
양수시험 전·후 부곡공단 내 지하수 수위의 변화. 사진=보고서 캡처.

조사위는 법원이 실시한 검증 결과도 보고서에 담았다. 법원은 부곡공단 입주기업들이 낸 신청을 받아들여 2019년 3월 28일 현장보존검증을 실시했다. 이 당시 도달구 하루 지하수 유출량은 '1일=630톤'으로 측정됐다.

조사위는 공사 규모 및 법원의 검증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한전 전력구 공사로 유출된 지하수 총량은 '1일=2030톤'으로 추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지하수위 하강을 모의한 결과 도달구와 발진구를 중심으로 지하수위가 급격하게 하강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도달구에 비해 발진구에서 수위가 크게 하강하는 원인은 도달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기간 지하수를 배출한 것으로 조사위는 결론을 내렸다. 사진=보고서 캡처
지하수위의 급격한 하강 현상을 보여주는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사진=보고서 캡처

당진시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전 측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단 입주기업들은 무리한 공사로 지하수 유출을 초래한 한전 법인과 담당 임직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부공공단 관계자는 "한전이 전력구 공사를 하면서 당진시에 신고한 지하수 유출량은 '양수량 기준 1일=300톤'이었다"며 "300톤으로 신고하고 1730톤씩 불법으로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발 사건에 대한 검찰 1차 처분은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입주기업들은 검찰의 무혐의 결정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한전 '연암파쇄대' 파악 못해
발진구 위치, 설계와 달라 
  

조사위는 한전이 '연암파쇄대' 존재 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사실도 지적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전력구의 발진구는 실시설계시 계획한 지점에서 20.69m 이격된 위치로 변경됐는데, 이 곳에서 '연암파쇄대'가 나와 막대한 지하수가 유출됐다.

연암파쇄대란 지하의 기반암이 되는 연암에 절리(암석에 갈라진 틈이 생긴 것)가 발달해 있다는 뜻이다. 틈이 많은 기반암 위를 모래자갈이 덮은 형태여서 투수성(透水性)이 높아 지하수 통과가 용이하다. 한전이 연암파쇄대를 고려하지 않은 설계를 수행했다는 것이 조사위의 결론이다. 한전이 발진구를 20.69m 이격시킨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조사위는 "연암파쇄대를 고려한 차수그라우팅 종류와 시공 깊이를 설계에 반영하지 못했으며, 설계에서 추정한 지반과 달리 투수성이 큰 파쇄대가 존재해 지하수 유출이 과다하게 발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지층 편차가 심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지반조사 없이 NEW-5번 조사자료를 활용, 설계 및 시공이 이루어진 상태다. 사진=보고서 캡처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지층 편차가 심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지반조사 없이 NEW-5번 조사자료를 활용, 설계 및 시공을 진행했다. 사진=보고서 캡처

 

조사위, 공단 입주기업별 지반침하 실태 확인 

조사위는 부곡공단 입주 기업들의 지반침하 실태도 파악했다. 먼저 A공장의 경우 한전의 전력구 공사가 시작된 2017년 6월부터 침하가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를 보면, 한전 전력구 공사가 진행된 같은 해 10월 10일 이후 급격한 침하가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A공장의 지반침하 정도. 사진=보고서 캡처
A공장의 지반침하 정도. 사진=보고서 캡처

지반침하 정도를 나타내는 '추세선'을 보면, B공장의 2017년 10월 10일 이전 변화량은 –7.73cm, 2019년 12월 23일 변화량은 –18.12cm로 각각 확인됐다. 

도달구에 위치한 C공장의 변동량 역시 매우 심각했다. 전력구 공사가 시작 2017년 10월 이후 침하가 급속히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10월 10일 변화량은 –9.97cm인 것으로 나타났고, 2019년 12월 23일 현재 변화량은 – 27.25cm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입주 공장들의 지반침하 사실도 수치로 증명됐다. 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지반침하 상태는 충격적이었다. 지반침하로 건물보와 건물이 분리되고, 가스공사의 가스관이 휘고, 전봇대의 백열현상, 가로수 솟구침 등 곳곳에서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한전은 전력구 부실 공사 논란과 관련해 "당진시 조사위가 해당 사건을 조사할 때부터 부곡공단 공장들에게 사과를 했고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공장들마다 피해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보상결정이 나오면 최선을 다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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