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메이플스토리, 不信 더 키웠다... '확률인증' 받고도 '확률조작'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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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메이플스토리, 不信 더 키웠다... '확률인증' 받고도 '확률조작' 정황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1.03.0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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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옵션 확률 동일하게 조정" 공지 논란
과거 확률 동일하지 않았다고 시인한 셈
"자율규제 인증 받고도 조작 했나" 비난 봇물
"옵션획득 확률, 비정상적 낮아" 보이콧 움직임
강원기 디렉터. 사진=넥슨 메이플스토리 공식 유튜브
강원기 디렉터. 사진=넥슨 메이플스토리 공식 유튜브

넥슨이 서비스 중인 MMORPG(역할수행) 게임 ‘메이플스토리’가 업계의 자율규제 인증마크를 받고도 '확률형 아이템 뽑기(획득) 확률을 조작했다’는 이용자들의 의혹 제기가 잇따르면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넥슨 측은 아이템 혹은 옵션의 획득 확률은 '무작위' 혹은 '랜덤'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통계학에서 무작위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동등한 확률로 발생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상당수 이용자들은 넥슨 측 설명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직접 게임을 이용한 경험칙상, 선호도가 높은 특정 아이템이나 옵션은 구경도 하기 어려울 만큼 희귀하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일부 특정 옵션의 실명을 직접 언급하면서 "넥슨 측이 확률을 조작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잡음의 핵심 쟁점은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아이템 혹은 옵션의 ‘뽑기 확률 조작(인위적 변경)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원하는 아이템 혹은 옵션을 얻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다. 게임에 과몰입된 일부 이용자들은 수 천 만원 이상의 거금을 아이템이나 옵션 구매에 쓰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 문제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선호도가 높은 아이템의 획득 여부가 우연에 의해 결정되며, 그 확률을 이용자들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다른 하나는 게임사는 언제든 인위적으로 위 확률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 과몰입으로 인한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이템 혹은 옵션 별 획득 확률의 투명한 공개와 함께 게임사의 인위적 확률 조정을 제한하는 규제가 절실하다.

앞서 넥슨의 역할수행 게임 ‘마비노기’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마비노기는 인증마크를 받고도 ‘세공 확률’을 공개하지 않아 이용자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넥슨은 “문제가 된 마미노기 ‘세공 시스템’은 자율규제 대상인 캡슐형 아이템과 다르다”고 해명했으나 아이템 혹은 옵션의 획득 확률을 이용자가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고, 그 확률의 조정 권한이 전적으로 게임사에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확률형 아이템과 다를 것이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메이플스토리의 경우는 세공 시스템처럼 형식의 변형도 없는, 전형적 확률형 아이템(옵션 포함)을 이용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출시된 '메이플스토리'는 현재의 넥슨을 만들어 준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넥슨의 국내 PC용 게임 매출은 1조813억원. 이 가운데 '메이플스토리'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98%에 달했다.

 

‘자율규제 인증’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 "확률 조작 의심"

온라인 게임 아이템 구입을 위해 수 천 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기형적 상황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면서 게임사들은 ‘업계 자율규제’라는 대안을 내놨다. 게임업계는 ‘자율규제 인증기구’(GSOK)를 만들어 확률형 아이템 획득 확률을 공개한 게임에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넥슨 메이플스토리는 2017년부터 매년 GSOK로부터 자율규제 인증마크를 발급받았다. 올해는 1월 28일 인증마크 발급을 신청해 지난달 9일 인증을 받았다. 인증을 받은 게임은 '메이플스토리1'을 비롯해 '메이플스토리2', 모바일게임 '메이플스토리M' 등이다.

인증마크는 '해당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 획득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조작 가능성 역시 없다'는 표식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취재 결과 넥슨 측이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획득 확률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왔음을 시사하는 정황이 발견됐다.

이용자들은 확률 조작의 구체적 사례로 '강력한 환생의 불꽃(강환불)', '영원한 환생의 불꽃(영환불)'이라는 이름의 아이템을 꼽았다.

이들 아이템을 사용하면 이용자는 공격력이나 방어력을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추가 옵션’을 얻을 수 있다. ‘추가 옵션’은 ‘공격력 +20’, ‘방어력 –20’ 등으로 표시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공격력이나 방어력을 강화할 수 있는 ‘플러스(+) 옵션’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용자들이 희망하는 특정 플러스 옵션의 획득 확률이 현저하게 낮다는 것.

넥슨 측은 “추가 옵션 별 획득 확률은 동일하다”고 설명했으나 직접 게임에 참여한 이용자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용자들은 “특정 플러스 옵션은 아무리 게임을 돌려도 나오지 않았다”며 "넥슨 측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넥슨 “추가옵션 확률 동일하게 조정” 공지
‘과거 확률 동일하지 않았다’는 반증

이용자들이 공분한 사건은 지난달 초 발생했다. 넥슨은 이달 3일 메이플스토리 관련 수정사항을 공지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아이템에 부여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추가 옵션이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됩니다.”

위 공지를 재해석하면 기존에는 ‘추가옵션’의 확률이 동일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공지 직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넥슨 측이 추가 옵션의 획득 확률이 균일하지 않았음을 알고도, 이를 묵인 혹은 방조한 것 아이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위 공지 후에도 특정 추가 옵션의 획득 확률은 유독 낮았다”며 넥슨 측 공지의 신뢰도에 강한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확률 조작 의심이 드는 아이템 및 옵션은 이 밖에도 더 있다”며 추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분노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표출되고 있다. 넥슨 측의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트럭 시위가 대표적이다. ‘메이플 보이콧’, ‘메이플 과금 0원 챌린지’ 등의 캠페인에 동참을 표시한 이용자들도 많다.

최근 넥슨은 강원기 디렉터의 사과문을 온라인상에 게재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넥슨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넥슨은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 넥슨 측이 온라인게임 '서든어택'의 '연예인 퍼즐이벤트'와 관련, 퍼즐 조각 획득 확률을 낮게 설정하고도 모든 확률이 동일한 것처럼 표기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넥슨 측에 9억35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넥슨 관계자는 "이후 행정소송을 제기해 과징금 규모를 4500만원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편집자주]

확률형 혹은 캡슐형 아이템의 '뽑기 확률' 공개 및 조작 여부가 문제되는 이유는 공정성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수 만원 대의 비교적 적은 돈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도 많지만, 수 백 만원에서 수 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아이템이나 옵션 구입에 소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아이템 내지 옵션의 획득 확률을 이용자들은 알 수 없다는 것. 확률의 조작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도 근본적 문제 중 하나이다. 

확률형 아이템 구매 단가를 대폭 올리고, 그 품목을 다양화한 특정 게임사들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부 게임사는 '캡슐형 아이템' 혹은 '세공' 등의 이름으로, 운용 방식을 일부 변경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형식만 다를 뿐 '확률형 아이템'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뽑기 확률을 알 수 없는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나 다름이 없다'는 비난 여론에 게임사들은 업계 자율규제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한국게임자율정책기구(GSOK)는 이런 과정에서 게임사들의 주도 아래 출범했다. '자율규제 인증마크'란 확률형 아이템의 뽑기 확률을 자발적으로 공개한 게임사에 부여하는 표식이다.

일부 게임사는 위 마크를 받고도 뽑기 확률의 공개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어 잡음을 키우고 있다. 참고로 영국, 독일, 벨기에 등은 확률형 아이템 자체를 '도박'의 한 종류로 구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넥슨. 사진=최유진 기자
넥슨. 사진=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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