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리 잃는 한국유리용기... '퍼시픽글라스', 프랑스 회사로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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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리 잃는 한국유리용기... '퍼시픽글라스', 프랑스 회사로 매각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1.02.2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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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그룹, 퍼시픽글라스 경영권 포기
프랑스 '베르상스'에 경영권 포함 지분 60% 매각
국내 유리 용기 자동화 공장 3강 체재 예고
사진=아모레퍼시픽
사진=아모레퍼시픽

지난 1973년 설립된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자회사 퍼시픽글라스가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60%를 화장품 제병 업계 선도 기업인 프랑스 베르상스에 매각한다고 27일 밝혔다. 잔여 지분 40%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계속 보유하지만 경영권은 베르상스에 넘어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뷰티 계열사 중심의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효율적인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이번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확보된 자금으로는 신성장 사업 영역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환영하는 입장이다. 퍼시픽글라스 입장에서도 후가공 역량이 우수한 베르상스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기존 상품의 퀄리티 향상에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향후 퍼시픽글라스가 아모레퍼시픽그룹에 우선적으로 제품을 공급한다는 의무 조항도 포함돼 있어, 고품질의 럭셔리 패키지를 지속적으로 공급받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화장품 산업과 함께 성장해 온 유리용기 업계가 중국 저가 용기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국내 유리 용기 제조업계는 인건비 상승과 중국 저가 용기 유입으로 어려움이 지속돼 왔다. 현재 퍼시픽글라스를 포함해 자동화 생산 공장은 4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일부 수동 제조업체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단가 싸움에도 중국 용기 업체에 시장을 거의 내준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는 프라스틱 용기 퇴출이 확대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유리 용기 제조에 대한 정부의 투자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국내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네일 등 소형 유리 제품의 경우는 이미 시장을 거의 대부분 중국 업체에게 내준 상황으로 몇몇 수동 제조업체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자동화 생산 기지가 하나씩 없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유리 용기는 프라스틱 용기에 비해 가격이 높고, 보관이나 휴대에 어려움이 있지만 화장품 성분들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완전 무결에 가까운 용기인 것을 생각할 때 육성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이번에 퍼시픽글라스 지분을 인수한 베르상스는 향수 및 화장품 산업의 유리 병 제조를 주 사업으로 영위하며, 연간 5억병을 생산하는 글로벌 선도 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3곳의 생산 공장, 그리고 4곳의 후가공 공장(3곳은 프랑스에 위치)을 보유하고 있으며 120년 이상 축적된 폭넓은 노하우, 전문 지식, 그리고 기술 역량을 통해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유리병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2019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2,300명을 고용했고, 3억900만 유로(USD 374 Mn)의 매출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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