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넥슨, 조작의혹 아이템 쏙 빼고 '확률공개 인증'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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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넥슨, 조작의혹 아이템 쏙 빼고 '확률공개 인증' 받았다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1.02.2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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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 아이템' 조작 논란에도 확률공개 거부 논란
3년전 부터 문제 아이템 쏙 뺀 채 '인증 마크' 받아
게임사 자율규제 약속 'GSOK 인증제' 시행 허점
게임사 '확률 조작' 가능성 상존... 불공정 시비
"확률 인증 받았으면 투명하게 공개해야... 인증 떼라"
2018년 11월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출범식. 김정욱 넥슨코리아 부사장(파란색 선)이 아이템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GSOK
2018년 11월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출범식. 김정욱 넥슨코리아 부사장(파란색 선)이 아이템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GSOK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 확률 조작 의혹'과 관련돼 “(영업비밀이기에) 확률은 공개하지 못한다”고 밝힌 넥슨이 매년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로부터 조작의혹이 불거진 아이템은 쏙 빼고 '확률 공개 인증'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외적으로는 투명 경영을 강조하면서 뒤에선 '확률 조작'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시장경제> 취재 결과 넥슨은 2018년부터 매년 자사 게임 40종에 대해 ‘GSOK 자율규제 인증마크’를 받았다. 인증 받은 게임 40종 가운데는 '획득 확률 조작' 논란으로 게임법 전부 개정의 단초를 제공한 MMORPG 게임 '마비노기'도 포함돼 있다. 

'자율규제 인증마크'란 게임사가 자발적으로 '확률형(뽑기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내용의 인증을 신청하면, GSOK가 검증을 통해 마크를 부여하는 제도다. '획득 확률을 알 수 없는 뽑기형 아이템은 사행성 도박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에 직면한 게임사들은 2018년 GSOK를 출범시켰다. GSOK는 자체 심의를 통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게임사들에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시장에서 GSOK 인증 마크는 게임사 투명경영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즉 문제가 된 '뽑기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음을 공인기관이 인정한 표식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확률 공개 인증 표시를 홍보하고 있는 넥슨. 사진=마비노기 공식홈페이지 캡처
GSOK 인증 사실을 홍보하고 있는 넥슨. 사진=마비노기 공식홈페이지 캡처

 

도박과 게임의 경계 '뽑기형 아이템' 
원하는 아이템 얻을 때까지 막대한 비용 낭비 

'뽑기형 아이템'이란, 마비노기와 같은 MMORPG(역할수행) 게임에 등장하는 아이템(예 : 집행검) 능력치를 강화하는데 쓰이는 일종의 부재료라고 할 수 있다. 게임사마다 다르지만 이들 부재료는 대게 보석(루비, 크리스탈) 등으로 표현된다. 아이템 강화를 위해서는 부재료와 아이템의 '결합'이 이뤄져야 하며, '결합'을 도와주는 제3의 재료(강화촉매제)도 별도로 존재한다. 부재료와 강화촉매제를 편의상 '확률형 아이템' 혹은 '뽑기형 아이템'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아이템 강화에 필수적인 뽑기형 아이템의 획득 여부가 철저하게 '무작위'로 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아이템의 획득 확률이 무작위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은 그 확률을 게임사가 조정할 수 있다는 뚯이기도 하다. 더구나 게임사들은 동 확률의 공개를 극도로 꺼려하고 있다. 게임사가 유저들의 심리를 이용해 뽑기형 아이템을 대량 양산,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뽑기형 아이팀의 획득 확률 공개 거부'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자 게임사들이 힘을 모아 만든 기구가 GSOK이다. 동 기구의 출범 목적은 '뽑기형 아이템 획득 확률' 문제를 업계 자율로 해결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취지와는 다르게 인증마크 사업이 게임사들을 위한 '면죄부'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증을 받은 게임사들이 뽑기형 아이템의 확률 확인 방법을 매우 어렵게 만들어, 사실상 열람 및 검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이다. 

 

이용자 선호도 높은 뽑기형 아이템 '실종' 
버그로 '누락'됐다는 넥슨... 이용자들 불신 증폭 

넥슨의 경우 2011년 7월 '마비노기'에 이른바 '세공' 시스템을 도입했다. 유저가 '세공 도구'를 유료로 구매, 무기 아이템에 결합시켜 강화에 성공하면, 무작위로 성능 옵션이 부여되는 시스템이다. 아이템의 성능 옵션이 '무작위'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세공 시스템' 역시 위에서 설명한 뽑기형 아이템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유저들은 자신의 캐릭터에 최적화된 성능 옵션을 얻기 위해 결합을 반복하는데, 이때 적게는 수 만 원, 많게는 수 백 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소비한다. 현재 고급 세공 도구는 개당 1200원(10개 구매시 1만원)에 판매 중이며, 크레드네(고급 세공 보다 좋은 옵션을 얻을 수 있는 도구) 세공도구는 개당 36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넥슨 마미노기에서는 선호도가 높은 일부 뽑기형 아이템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져, 게임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자초했다.  

마비노기 이용자들은 "무작위 성능 옵션 중 일부 아이템은 아무리 돈을 투자해도 얻을 수가 없다"고 호소하며 넥슨 측에 의문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건틀렛 아이템 중 '윈드 브레이커 지속시간', 활 아이템의 '얼음속성'이 대표적이다. 처음 넥슨은 "확률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으나 몇 달 만에 ‘버그’라고 해명했다. '시스템 에러'(버그)로 일부 아이템이 누락됐다는 것이 넥슨 측의 설명이다.

사진=넥슨
사진=넥슨

 

넥슨, 마비노기 인증 통해 '획득 확률 공개' 공언한 셈
이용자들 '약속 이행' 요구... 넥슨 본사에 '시위 트럭' 보내   

이용자들은 '버그'에 책임을 돌린 넥슨 측 태도에 공분했다. 일부 이용자는 '세공 확률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뽑기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 공개를 요구했으나 넥슨 측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확률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유저들의 반발은 게임 세계를 넘어 현실 세계로 표출되고 있다. '마비노기' 이용자들은 이달 5일 넥슨 본사 등에 '시위 트럭'을 보냈다. 트럭 겉면은 이용자들의 불만을 담은 문구로 도배됐다. 이 가운데는 '아이템 세공 확률 공개'를 요구하는 문구도 포함됐다. 

유저들은 GSOK 인증 제도에 따라 세공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용자(ID □□□□□)는 “게임정책자율기구의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에 따르면, 인증 받은 게임사는 ‘이용자가 유료 구매(세공 도구) 후, 우연성(무작위)에 의해서 그 내용물(성능 옵션)이 제공되는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키로 했다. 인증 마크를 받았으므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유저는 “게임산업협회에서는 캡슐형 유료 아이템에서 '꽝'을 금기사항으로 규정했는데, 넥슨은 마비노기에서 '윈드 브레이커 지속시간', '얼음속성'이 나오지 않도록 설정했다. 가장 갖고 싶은 성능을 사실상 ‘꽝’으로 조작하고 확률도 공개 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넥슨 측은 이 같은 '확률형 아이템' 조작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마비노기는 자율규제를 모두 준수하고 있으며, 매년 자율규제 인증심사를 통해 준수여부를 확인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템 속성이 '꽝'으로 나오는 현상의 경우, 단순한 '게임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넥슨 관계자는 "세공도구 아이템은 아이템의 성능을 상승시키는 기능을 하는 아이템으로 흔히 뽑기형, 확률형 아이템으로 통칭하는 캡슐형 유료 아이템이 아니"라며 "회사는 캡슐형 유료 아이템의 확률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확률형 혹은 캡슐형 아이템의 뽑기 확률 공개 여부가 문제되는 이유는 공정성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수 만원 대의 비교적 적은 돈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도 많지만, 수 백 만원에서 수 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아이템이나 옵션 구입에 소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아이템 내지 옵션의 획득 확률을 게임사가 언제든 변경할 수 있다는 것. 확률형 아이템 구매 단가를 대폭 올리고, 그 품목을 다양화한 특정 게임사들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부 게임사는 '세공' 등의 이름으로, 운용 방식을 일부 변경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용자들이 희망하는 아이템 혹은 옵션의 획득 확률을 사전에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확률 변경 내지 조정권이 게임사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확률형 아이템'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뽑기 확률을 알 수 없는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나 다름이 없다'는 비난 여론에 게임사들은 업계 자율규제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한국게임자율정책기구(GSOK)는 이런 과정에서 게임사들의 주도 아래 출범했다. '자율규제 인증마크'란 확률형 아이템의 뽑기 확률을 자발적으로 공개한 게임사에 부여하는 표식이다. 일부 게임사는 위 마크를 받고도 뽑기 확률의 공개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어 잡음을 키우고 있다. 참고로 영국, 독일, 벨기에 등은 확률형 아이템 자체를 '도박'의 한 종류로 구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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