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NS홈쇼핑, '땔감용 숯'을 장담그기 숙성 첨가물로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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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대·NS홈쇼핑, '땔감용 숯'을 장담그기 숙성 첨가물로 팔았다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1.03.0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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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첨가물 '활성탄' 안쓰고 땔감용 '참숯' 사용
'숯+메주 40~60일 숙성' 홍보... 알고보니 땔감용
지역 황토찜질방서 참숯 납품 받아 판매하기도
농수산 전문 NS홈쇼핑, 가장 먼저 제일 많이 판매
기타 홈쇼핑, 취재 들어가자 부랴부랴 방송 중단
NS홈쇼핑은 작년부터 장담그기를 판매해왔다. 국내 홈쇼핑 업체중 가장 만은 양을 판매 중이다. 사진= 홈쇼핑 모아 캡처
NS홈쇼핑은 작년부터 장담그기를 판매해왔다. 국내 홈쇼핑 업체중 가장 많은 양을 판매했다. 사진= 홈쇼핑 모아 캡처

정월대보름을 맞아 주요 홈쇼핑 업체들이 장담그기 제품 판매를 진행했다. 해당 제품에는 숯과 고추가 첨가물로 들어가는데 국내 홈쇼핑 업체 중 상당수가 식약처 규격에 어긋난 숯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장담그기 과정 중 첨가물로 들어가는 숯은 식약처가 정한 '식품첨가 기준 및 규격'에 맞는 제품이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홈쇼핑 업체가 일반 땔감용인 '참숯'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장담그기 제품을 가장 먼저 판매했고, 판매량이 가장 많은 NS홈쇼핑은 지난해 12월부터 꾸준히 장담그기를 판매해오다 올해 2월 하순부터 참숯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월대보름은 전통적으로 부럼이나 오곡밥을 먹는 날로 알려져있지만 장을 담그는 날이기도 하다. 이에 1년중 장담그기 제품 판매가 집중되는 시기다. 

보통 장담그기 제품에는 메주, 물, 소금, 고추, 숯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숯은 전통적으로 나쁜 귀신이 장에 들어가지 않게 한다는 미신적인 의미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나쁜 미생물을 없애고 발효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물인 관계로 숯 역시 식약처가 규정한 내용에 맞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식약처는 관계자는 "숯을 포함한 장담그기 키트 판매시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에 적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행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에서는 활성탄을 지정·고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활성탄은 톱밥, 목편, 대나무, 야자나무껍질의 식물성섬유질이나 아탄 또는 석유 등의 함탄소물질을 탄화시킨 다음 활성화시킨 것으로 성상, 확인시험, 순도시험(염화물, 황산염, 비소, 납, 아연, 시안화합물, 방향족탄화수소)을 성분규격으로 정하고 있다.

식품위생법 제7조 제4항에서는 '식품첨가물은 그 기준에 따라 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보존해야 하며, 그 기준과 규격에 맞지 않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저장·소분·운반·보존 또는 진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있다.

이를 어길 시 5년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으며, 식품제조·가공업자인 경우 행정처분(1차 위반시 품목제조정지 15일, 해당 제품 폐기)을 받을 수 있다.

주요 납품 업체들의 숯 제조원. 대부분 일반 땔감용 숯을 생산하는 곳의 제품들이다. 사진= 각사<br>
주요 납품 업체들의 숯 제조원. 대부분 일반 땔감용 숯을 생산하는 곳의 제품들이다. 사진= 각사

 

숯 납품업체가 찜질방?

국내 장담그기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주요 업체는 세 곳으로 압축된다. ▲순창장류주식회사 ▲안동제비원 ▲남안동농협 등이다. 

순창장류주식회사는 지역 황토찜질방, 남안동 농협은 신림참숯, 안동제비원은 강원참숯영농조합에서 각각 참숯백탄을 납품받아 사용중으로 밝혀졌다.

해당 업체들이 사용중인 '참숯'은 참나무를 사용한 것으로 식약처가 고시한 활성탄이 아니다. 활성탄 조건을 충족하려면 대나무를 사용한 숯을 사용해야 한다. 즉, 국내 장담그기 제품을 판매하는 주요 업체들이 식품첨가물이 아닌 땔감용 참숯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서일농원은 식약처가 규정한 대나무 활성탄을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사진=서일농원  
왼쪽이 대나무 활성탄을 사용한 숯. 오른쪽은 일반 참숯. 활성탄은 모양에서 대나무 형태를 알아볼 수 있다. 사진= (좌)서일농원, (우)순창
왼쪽이 대나무 활성탄을 사용한 정상적인 숯. 활성탄은 모양에서 대나무 형태를 알아볼 수 있다. 오른쪽은 사용하면 안되는 일반 참숯. 사진= (좌)서일농원, (우)순창메주
장담그기 시연 모습. 통 안에 메주를 넣고 물과 소금을 넣는다. 이후 위에 고추와 숯을 띄운다. 사진= 순창메주
장담그기 시연 모습. 통 안에 메주를 넣고 물과 소금을 넣는다. 이후 위에 고추와 숯을 띄운다. 사진= 순창메주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제조업체들도 모른다는 것이다. 순창장류주식회사와 남안동농협 측에 숯 관련 질의를 했지만 해당 내용을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다만 안동제비원은 지난해부터 대나무를 사용한 활성탄을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활성탄을 사용하는 제품은 TV홈쇼핑 라이브로 판매하는 제품만 해당되고 일반 온라인 판매 제품은 여전히 참숯을 사용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제조업체들은 TV라이브의 경우 홈쇼핑 측에서 QA(Quality Assurance, 품질보증)를 엄격하게 하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만 온라인 판매 제품에는 일반 숯을 판매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반 참숯은 1kg당 2000원인데 대나무 활성탄은 1만2000원으로 가격차이가 많이난다"고 첨언했다.

이에 대해 안동제비원 관계자는 "표기만 숯으로 한 것일뿐 모든 제품에 대나무 활성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안동제비원이 NS홈쇼핑에 2021년 신제품 숯 제조원을 살펴보면 강원참숯영농조합으로 표기돼있고, 이 업체는 대나무 숯을 제조하고 있지 않다.
 

홈쇼핑, 취재 들어가자 뒤늦게 확인

장담그기 제조사들에게 납품받아 판매하는 홈쇼핑 업체들도 뒤늦게 당황한 기색이다. 다만 공영쇼핑은 올해부터 납품업체들의 QA를 강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영홈쇼핑을 제외한 현대, CJ오쇼핑, 롯데, NS홈쇼핑은 부적절한 숯을 사용한 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현대홈쇼핑 측은 "내부 확인중"이라며 "타 홈쇼핑과 납품업체가 다르지 않아 우리도 숯 관련 내용은 비슷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식약처로부터 숯을 장의 발효과정 중 정제를 목적으로 사용하고 발효가 끝난 시점에 바로 제거하는 경우라면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에서 판매중인 장담그기 세트 제품. 현재 판매 중지된 상태다. 사진= 현대홈쇼핑 홈페이지 캡처
현대홈쇼핑에서 판매중인 장담그기 세트 제품. 현재 판매 중지된 상태다. 사진= 현대홈쇼핑 홈페이지 캡처

이외에도 주요 홈쇼핑업체들은 이런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전통 방식을 살리기 위해 숯을 장 만들기 제품용 첨가물로 사용하게 됐다. 향후에는 식품첨가물 기준을 파악해 관련 지침을 준수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장담그기 세트 구성품 중 숯은 섭취용, 원료가 아닌 전통방식 구현을 위한 것으로 숯은 불순물을 섭취·여과하는 역할이다. 이후 불순물을 섭취한 숯은 제거되기 때문에 유해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약처 관계자는 "메주, 숯, 고추, 소금을 하나의 상품으로 판매해 소비자가 직접 된장, 간장을 담글 수 있도록 한 제품이라면, 각 제품은 된장, 간장을 제조하기 위한 원료이므로 식품 및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에 적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불법인 것이 확인된만큼 해당 내용을 전파해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장담그기 제품을 가장 많이 판매하고 있는 NS홈쇼핑은 올해 2월 20일 이후부터 기존 참숯 판매를 중단했다. NS홈쇼핑 관계자는 "이전에는 추가 구성품으로 전통 방식인 목탄(참숯)을 사용했었다"며 "목탄 사용은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방식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홈쇼핑 업체와 달리 공영쇼핑 측은 규정에 맞는 숯을 사용하고 있어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숯 제조업체 관계자는 "공영쇼핑 측이 올해부터 활성탄을 사용하지 않으면 입점받지 않겠다고 해서 부랴부랴 활성탄 제조 가능 업체를 찾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영쇼핑은 식약처에서 발행한 식품공전이란 책자에서 '대나무 활성탄'이 식품첨가 대상으로 돼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올해부터 납품업체들에게 숯 납품을 변경할 것을 요청했다. 공영쇼핑 관계자는 "MD나 QA들이 식품공전을 기준으로 식품 납품받고 있다"며 "업체들의 볼멘소리가 있었지만 최대한 협조를 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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