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 "부곡공단 지반침하, 한전의 불법공사 탓"... 檢, 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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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 "부곡공단 지반침하, 한전의 불법공사 탓"... 檢, 수사 착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3.0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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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곡공단 지반침하 논란①] 무허가 공사 진실은?
전력구 공사 지반침하 두고 한전-당진시 '공방'
지반침하 심각... 부곡공단 입주기업 가동 중단
市 조사위, 지반침하 원인으로 한전 공사 지목
당진시 "개발허가 안받고 몰래 진행, 경찰 고발"
한전 "허가 받은 것으로 의제... 사실과 달라"
시 재반박 "허가 면제지역 아냐... 국토부도 확인"

<편집자 주> 충남 당진시 조사위원회는 올해 1월 부곡공단 지반침하 원인을 '한국전력공사 전력구 공사'로 결론지었다. 한전이 2017년부터 실시한 전력구 공사로 대량의 지하수가 유출돼 지표면 아래에 거대한 '씽크홀'이 발생했고, 그 결과 지반이 내려 앉은 인재(人災)로 판단한 것이다. 불분명했던 가해기업이 '한전'으로 확정됐기 때문에 논란은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한전은 피해기업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고, 나아가 피해 보상과 배상도 하지 않아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당진시 조사위 보고서에는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한전의 불법 의혹 행위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무허가 공사는 물론이고 관행화된 안전전불감증을 의심케하는 정황도 발견됐다. <시장경제>는 국민과 기업의 안전 및 알권리 보장을 위해 당진 부곡공단의 한전 지반침하 논란을 심층 보도한다.

당진시로부터 무허가로 고발된 '당진지역 전기공급시설 전력구공사' 지름 10m,  깊이 60m 도달구의 모습. 사진=시장경제DB
당진시로부터 무허가로 고발된 '당진지역 전기공급시설 전력구공사' 지름 10m, 깊이 60m 도달구의 모습. 사진=시장경제DB.

'당진 부곡공단 지반침하는 한전의 전력구 공사로 인한 과도한 지하수 유출 때문'이라는 당진시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해당 공사가 '무허가'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돼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부곡공단을 가로 지르는 직경 10m, 깊이 60m, 길이 700m 굴착 공사를 국내 대표 공기업인 한전이 지자체와 입주기업들 몰래 진행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17일 당진시는 한전의 부곡공단 전력구 공사와 관련해 "허가팀에서 개발행위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공사로 지난해 11월 경찰에 고발했다"며 "무허가 공사 및 지반침하와 관련해 허가팀 외 4개 팀에서 개별적으로 한전을 상대로 고발과 행정처분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진시는 고발장을 통해 한전이 전력구 공사를 하면서 사전에 받아야 할 두 건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충남 당진 송악읍 한진리 412, 408-34번지에서 전력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56조, 57조, 시행령 51조, 54조, 61조)에 따르면, '기준 이상의 공작물 설치' 허가와 토지형질변경 '개발행위 허가'(수직구 및 송전선로)를 받아야 하지만 이들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 

인허가권자인 당진시는 "한전이 몰래 공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도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당진시는 "한전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 신고나 허가를 받지 않으면 우리(당진시)로서도 불법 공사를 알 수 없다"며 "무허가 공사를 경찰에 고발했고, 조만간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투명하게 행정처분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당진시 관계자는 "한전 공사에 따른 지반침하 등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당진시 내) 5개 팀에서 불법 여부를 확인해 개별적으로 고발하고, 행정처분을 진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전 "도로법 근거... 개발허가 따로 받을 필요 없다"
시 관계자 "공사지역 도로법 적용 안 돼... 국토부 확인" 

부곡공단 지반침하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한전의 무책임한 행태를 비판했다.

'부곡공단 지반침하 피해업체 비상대책위원회' 안동원 사무총장은 “현재까지 나온 자료를 종합하면 한전은 이번 전력구 공사를 무허가로 몰래, 빠르게 끝내려고 했던 것 같다. 입주기업들 공장 밑으로 지나가는 땅꿀 공사를 하는데, 지상에 있는 공장에 알리지도 않고 진행하는 것은 비상식을 넘어 사기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20년에, 그것도 대한민국 공기업에서 공사 빨리 끝내려고 무허가로 진행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거대 조직의 막강한 권력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와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왼쪽 위부터) 한국전력공사의 무허가 전력구 공사로 인한 지반침하로 부곡공단 입주기업 건물의 보가 벌어지고 있다. 건물 내부가 계속 주저 앉아 받침대로 막아놓은 모습. 한전 공사 일대 가로수의 모습들. 지반침하로 나무가 솟구친 것처럼 보이고 있다. (아래) 100톤 이상의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 사용하는 크레인이지만 계속 되는 지반침하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잠궈 놓앗다. 사진=시장경제DB
(왼쪽 위부터) 한국전력공사의 무허가 전력구 공사 의혹이 불거진 현장 모습. 지반침하로 부곡공단 입주기업 건물의 보가 벌어지고 있다. 건물 내부가 계속 주저 앉아 받침대로 막아놓은 모습. 한전 공사 일대 가로수의 모습들. 지반침하로 나무가 솟구친 것처럼 보이고 있다. (아래) 100톤 이상의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 사용하는 크레인이지만 계속 되는 지반침하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잠궈 놓았다. 사진=시장경제DB

반면 한전은 "모든 허가를 받았다"며 전혀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한전 관계자는 "도로법에 따르면 도로점용허가를 득할 때 개발행위허가도 득한 것으로 의제돼 있다. 쉽게 말해 도로점용허가를 받았다는 것은 개발행위허가도 받았다는 의미이고, 따라서 적법하게 공사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진시는 한전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도로법에 '도로점용허가를 받으면 개발행위 허가를 받은 것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한전이 무허가로 공사한 지역은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지역"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명확한 판단을 위해 국토교통부에도 질의를 했다. 그 결과 해당 지역은 개발행위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지역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전은 2017년 8월부터 당진 부곡공단을 가로지르는 '당진지역 전기공급시설 전력구 공사'를 추진했다. 감리는 KG엔지니어링, 시공은 동부건설이 맡았다. 전력구란 다수의 전력 케이블이 매설된 지하 시설을 말한다. 전력구는 송악읍 한진리 GS EPS(복합화력발전소) 부지에서 직경 10m, 깊이 60m를 내려가 북쪽으로 700m를 지난 뒤, 다시 수직으로 60m 올라오는 형태로 조성될 계획이었다. 현재는 지하수 유출로 인한 지반침하와 한전 내부 불법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당진시가 공사를 중단시킨 상태다. 공단 입주기업들은 "지반침하로 공장 가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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