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앞둔 박춘원號에 소금 뿌린 '학폭 파문'... 흥국생명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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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앞둔 박춘원號에 소금 뿌린 '학폭 파문'... 흥국생명 휘청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1.02.1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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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 뒷전'... 배구단 앞세워 각종 이벤트
실적 부진·건전성 악화까지... 이미지 타격 심각 
여론 급속히 악화... "대대적 불매운동 벌이겠다"
업계 "확실한 후속조치 없다면 최악 치달을 것"
이재영·이다영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선수, 박춘원 흥국생명 신임대표(내정). 사진=흥국생명 제공
이재영·이다영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선수, 박춘원 흥국생명 신임대표(내정). 사진=흥국생명 제공

국내 여자프로배구 이재영·이다영 선수의 학교폭력 가해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해당 선수들이 이를 인정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소속구단인 흥국생명이 징계를 미적거리면서 소비자들은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등 공분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실적 부진과 건전성 악화에 이어 학폭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기업 신뢰도와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흥국생명은 각종 홍보사업에 소속 배구단을 이용해왔다. 최근 업계 화두가 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은 뒤로한 채 배구단 투자·운영에 전념했던 조병익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동시에 다음달 취임 예정인 박춘원 신임 대표의 위기 극복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흥국생명은 배구단을 앞세워 관련 이벤트를 실시해왔다.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이재영·이다영 자매 사진이 실린 기업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흥국생명은 '핑크스파이더스 우승기원' 온라인 저축보험을 출시했다. 구단의 시즌 우승을 기원하는 신상품 '(무)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저축보험'과 '(무)흥국생명 헬린이보장보험'을 판매했다. 이벤트는 현재 진행 중이다. 온라인 저축보험 가입 고객이 마케팅 활용에 동의하면 백화점상품권 1만원을 지급한다.

배구단을 이용한 홍보 의지만 가득하고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는 지속가능경영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는 평가가 많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8개월 간 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유튜브 등 12개 채널 22만 사이트에서 ESG경영 키워드가 들어간 포스팅 수 조사 결과 조병익 흥국생명 대표는 0건으로 분석됐다. 

ESG경영은 친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이 고려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경영도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 기업이 재무적 성과만 판단했다면 이제는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 투자 관점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진=흥국생명 제공
사진=흥국생명 제공

재무 성과도 좋지 않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2019년 동기 대비 41.4% 감소한 711억원을 기록했다. TM채널 초회보험료의 경우, 2019년 기준 64.4% 급감한 64억원에 그쳤다. 생명보험사 중 최대 감소폭이었다. 

ROA(총자산이익률)과 ROE(자기자본이익률)은 각각 0.26%, 3.82%에 불과했다. 생보사의 평균 ROA와 ROE는 0.45%, 4.61%이다. 전반적인 업황 악화를 감안하더라도 실적이 녹록치 않다는 분석이다. 

자산건정성은 악화되고 있다. RBC(지급여력)비율은 188.20% 불과했다. RBC비율이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이다.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서 학폭 사건까지 겹치자 업계에서는 "확실한 후속조치가 없다면 평판이 최악에 치닫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흥국생명은 물의를 일으킨 이재영·이다영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15일 흥국생명은 "이재영·이다영 선수가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며 "사안이 엄중한 만큼 관련 선수들에 대해 무기한 출전정지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징계에도 불구하고 폭력 가해 사실에 비해 수위가 너무 낮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아예 영구 제명을 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징계와 관련된 사안은 배구단에서 결정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에 본지는 배구단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어떠한 입장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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