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死角' 인플루언서, 자정노력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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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규제死角' 인플루언서, 자정노력 필요하다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1.02.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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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임' 중요... '뒷북규제' 우(愚) 범하지 말아야

인기 뷰티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보면서 화장을 배우고, 먹방을 보면서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유튜버가 알려준 레시피에 따라 간식을 먹고, TV나 포털 검색창 대신 유튜브를 통해 각종 정보를 얻는다. 제품 구매 역시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인플루언서 추천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한다. 인플루언서들이 개인의 의식주 모두에 영향을 주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마케팅 분석회사 하이프오디터(HypeAuditor)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는 2022년까지 1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 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 4조, 2022년 6조, 2023년 8조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가 예상된다.

인플루언서 영향이 커지면서 무분별한 정보 확산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진실을 가장한 가짜 뉴스에 속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정부의 규제 마련과 인플루언서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역사 왜곡, 정치적인 대립, 주식투자 피해 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화장품 업계 역시 마찬가지. 화장품 홍보는 물론 판매까지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뒷광고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실제 사건 같은 바이럴 영상, 제품 홍보를 위한 거짓말 등도 논란이다.

국내 대표 뷰티 인플루언서 기업인 레페리는 과열 경쟁으로 찍어내기식 홍보성 콘텐츠가 넘쳐나면서 브랜드와 인플루언서 모두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인플루언서 제품과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껴 마케팅 역효과와 함께 브랜드 가치 역시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인플루언서들이 활동하는 플랫폼이 유독 상업적 측면이 강한 것도 문제다. 기업에는 가성비 좋은 홍보와 판매 채널로 부상했고, 인플루언서에게는 짧은 시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성장 중인 라이브 커머스는 그 위험성이 더욱 크다. 라이브 커머스는 홈쇼핑과 소셜커머스가 결합된 형태로 영상을 보면서 언제 어디서나 구매가 가능하다. 홈쇼핑과 소셜커머스도 처음 도입 당시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홈쇼핑의 경우 검증되지 않은 제품, 유해한 제품들이 판매되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소셜커머스도 첫 도입 당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먹튀 논란이 일면서 다양한 규제가 만들어졌다.

국내 화장품 등 소비재 시장이 많이 성숙해졌다고 하지만 이것만 믿고 안전장치 하나 없는 라이브 커머스의 위험을 방치할 수는 없다.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건이 벌어진 후 규제를 만드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사전에 미리 준비하고 경계하고 막아야 하지 않을까.

기업과 인플루언서, 관련 플랫폼들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홈쇼핑·소셜커머스에서 발생했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이에 준하는 규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플랫폼 선정성 기준, 제품 안전성 확보, 인플루언서 윤리강령,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소재 구체화 등이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

인플루언서들의 활발한 활동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지만 기업, 인플루언서, 소비자, 정부 모두 건전한 성장을 위해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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