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수첩] 점심 한 끼에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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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수첩] 점심 한 끼에 1만원?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06.0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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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지난 5일 소상공인 연합회에서 개최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 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외식업중앙회의 이근재 부회장은 외식업자들의 90%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이라며 하소연했다.

사드보복이나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비롯해 메르스 사태 등 사회적 여파가 큰 사건들이 발생하게 되면 모든 피해는 외식업종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조류독감 사태나 구제역 사태 등이 발생하게 되면 직격탄을 맞는 곳도 다름 아닌 외식업종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큰 외식업계의 시름이 다시 깊어지게 됐다.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에 의하면 음식점의 월평균 매출 대비 종업원 인건비의 비중은 17.6%이고 음식점의 순이익은 17.5%인 것으로 조사된 바도 있다.

연 매출액 1억원 미만인 자영업자의 경우 1년간 열심히 장사해서 버는 돈이 월 평균 150만원이 안 된다는 의미이며 우리나라 식당 주인 90%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한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2016년 조사에 의하면 외식업체에 종사하는 시급근로자의 평균시급은 지난해 최저임금인 6,030원보다 15% 가량 높은 6,923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서비스에 종사하는 단순 근로자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이고 주방장 등을 포함해서 계산하게 되면 그 수치는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일이 고되고 야간근무가 많다는 외식업종의 특성 때문에 타 업종에 비해 많은 임금을 주지 않으면 고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포털사이트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해 직장인들의 평균 점심값은 6,37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우리나라의 최저 시급은 6,030원이었다.

‘잡코리아’가 2009년부터 조사해 온 직장인 평균 점심값을 보면 법정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직장인 평균 점심값도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소득주도 경기부양정책이 물가상승율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최저임금과 상가 임대료 인상 등은 외식업의 가장 큰 가격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최근의 조류독감과 구제역 등으로 오른 식재료 가격은 프랜차이즈 외식기업이나 유통체계를 갖춘 대기업과의 경쟁력에서 밀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2020년에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된다면 음식가격이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현행 6,470원인 시급이 2020년까지 1만원에 진입하려면 매년 평균 1177원이 인상돼야 한다. 근로자 1인당 매일 1만원 이상의 추가 임금을 외식업주가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다. 2020년이 되면 현행 일급에서 3만원을 추가부담해야 한다.

이는 외식업주로 하여금 고용인원을 줄이거나 음식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만들어 버린다.

한국외식업중앙회의 한 관계자가 ‘음식가격 올리거나 고용인원을 줄여서라도 살아남는다면 그나마 형편이 나은 사장님이고 그마저도 불가능해 폐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업주들이 50%가 넘는다’라는 말이 ‘1만원을 내더라도 점심 한 끼 먹을 곳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는 의미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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