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기업銀 사모펀드 경징계... "국책은행 특수성 고려 가능성"
상태바
금감원, 기업銀 사모펀드 경징계... "국책은행 특수성 고려 가능성"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2.07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존 중징계 방침 깨고 경징계로 일단락
"CEO 징계 타당성 놓고 치열한 공방 있었다"
피해자들 "피해 보상 거부했는데 경징계라니..."
"금감원과 국책은행 특수 관계 고려됐을 수도"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 윤종원 현 행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 윤종원 현 행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금융감독원이 환매 중단된 라임 펀드와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한 IBK기업은행의 김도진 전 행장에게 경징계를 내렸다. 펀드 피해자들은 "기업은행이 피해자 보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음에도 경징계에 그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음주 규탄성명과 시위를 예고했다.

금감원은 5일 밤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기업은행에 대해 업무 일부정지 1개월,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등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제재 수위를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낮췄다. 펀드 판매 당시 수장이었던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에는 주의적 경고 상당 경징계를, 전직 부행장에 대해서는 감봉 3개월 상당을 건의하기로 했다.

앞서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디스커버리 US 핀테크 글로벌 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 US 부동산 선순위 채권펀드' 상품을 각각 3,612억원, 3,180억원어치 팔았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현재 각각 695억원, 219억원이 환매 지연된 상태다. 기업은행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불러온 라임자산운용의 '라임 레포 플러스 9M'도 294억원가량 판매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제재심에서 △내부통제 기준의 미비로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경우 금융사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 △사모펀드 피해자 구제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주요 쟁점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이 부분을 두고 금감원과 IBK기업은행 간 치열한 공방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심이 진행되는 동안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피해자분들을 위로하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잘 알지만 작년 투자원금 50%를 선가지급 했고, 행장 및 고위임원 면담도 1회 이상 진행하는 등 나름대로 사태수습을 위해 노력한 점을 소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 "지난 2년간 피해자 절규 외면한 '끼리끼리' 감싸주기"

반면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월요일 규탄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오후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측은 기업은행의 제재심 일정에 맞춰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항의시위를 열고 "피해자들과 사적화해를 거부한 IBK기업은행의 전직 행장은 물론 현직 행장도 중징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이날 집회에서 이의환 공대위 위원장은 "상호 양보해서 원만하게 사태를 수습하고자 '사적화해'를 제안했지만 기업은행 측은 무조건 안된다는 답변만 계속했다"면서 "사후 결과에 따라 언제든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는 선가지급금은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공대위 측은 "제재심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진행돼야만 그 결과를 피해자들의 수용할 것이며 제재심에 피해자와 언론의 참관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5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항의시위중인 기업은행 사모펀드 피해자들. 사진=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제공
5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항의시위중인 기업은행 사모펀드 피해자들. 사진=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업계에선 기업은행을 향한 피해자들의 원성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IBK기업은행의 소비자보호 성적은 낙제점이었다. 지난 2일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공개한 '2020년 펀드판매회사 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10곳)·증권사(17곳)·보험사(1곳)를 대상으로 펀드 판매절차(97.5%)와 사후관리서비스(2.5%)를 종합 평가한 결과 IBK기업은행은 우리은행·하나은행과 함께 6년간 C등급의 오명을 기록했다.

재단 측은 C등급을 받은 은행들과 관련, "판매회사의 미흡한 펀드 판매 관행이 만성화 될 때 투자자보호는 물론 국민의 자산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이의환 공대위 위원장은 "금융당국이 지난 2년간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한 것으로 제재심 자체는 법적 효력이 없는 만큼 우선 돌아오는 월요일 규탄성명을 준비하고 향후 시위일정을 조율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장기화로 국책은행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에 금융당국도 중징계를 확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부터 (불완전판매 건으로) CEO를 징계해도 되는지에 대해 합의가 돼있지 않아 징계가 완화되는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과 국책은행의 특수한 관계도 어느 정도 어드밴티지로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후 제재심에서 시중은행과 금융지주에 대해서도 경징계가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아쉽게 피해자들과 사적화해가 진행되지 못한 것은 내부적인 법리검토 결과에 따른 것"이라면서 "남은 절차에도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