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최저시급 1만원 시대, 위기의 편의점 알바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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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최저시급 1만원 시대, 위기의 편의점 알바 체험!
  • 박진형 기자
  • 승인 2017.06.07 17:1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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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찾은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S 편의점. 사진=박진형 기자.

“최저시급조차 줄 알바생이 없는데…”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S 편의점을 지난 7일 찾았다. 기자가 찾은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 판매한 제품은 담배 두 갑이랑 과자 한 봉지, 라면 몇 개가 전부였다. 일을 돕기 위해 평소에 신었던 구두를 벗고 운동화에 티셔츠 차림으로 방문한 것이 무색해졌다. 걷어 올린 소매를 다시 풀었다. 점주 이정숙(47·여) 씨가 전화통화로 “손님이 없어서 아르바이트(취재)를 할 것도 없을 텐데 뭘 하러 오느냐”고 말한 게 사실이었다.

점주의 동의를 얻고 오후 6시부터 23시까지 가게 일을 도왔다. 퇴근시간이랑 겹치는 바쁜 시간대를 일부러 골랐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편의점 운영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생긴 궁금증 때문이었다.

퇴근길에 찾은 직장인과 군것질을 하러 온 아이들, 생활용품 등을 사러 온 자취생 등으로 북적거릴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다. 5~10분 단위로 손님이 올 거라는 예상도 현장에서 보기 좋게 빗나갔다. 1시간 꼴로 두세 명 손님이 올 뿐이었다. 점주는 “워낙 장사가 안 돼 인건비라도 아끼려는 마음에 파트타임 알바생도 최근에 잘랐다”면서 “계속 이 상태로 가다가는 문 닫을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진투자증권이 유통업체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다른 점주들의 한숨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이 보고서에서 편의점 ‘전체 매출액’은 전년대비 9.3% 증가했지만 ‘점포당 매출액’은 오히려 3.5%로 감소했다. 전년 동기대비 △2월은 -3.5%, △3월 -1.9%, △4월 -2.4% 등 3개월 연속 감소했다.

편의점 내부 안쪽에 위치한 창고.. 음료수, 라면, 과자 등이 보관돼 있다. 사진=박진형 기자.

손님 8명을 상대했을 뿐인데 시계는 벌써 오후 8시를 가리켰다. 몇 십분째 핸드폰 한 번, 허공 한 번 쳐다보며 시간과 싸웠다. 계산 업무만으로는 따분함을 감출 수 없어 다른 일을 찾아 나섰다. 쓰레기통 비우기, 선입선출로 제품 배치, 창고정리 등을 차례차례 했다. 그런데 쓰레기통은 바닥을 드러낼 만큼 가벼운 상태였다. 라면 국물통도 당장 버릴 만큼 차 있지 않았다. 장사가 안 되니 과자박스, 음료수캔, 맥주병 정리도 단시간에 끝냈다.

편의점 점주는 턱을 괸 채 말했다. “고객이 없으니까 하루에 13시간을 일해도 피로감이 덜합니다. 작년에 비하면 매출액이 반토막 난 것 같아요. 그때가 100이면 지금은 50도 안 돼요. 지금이 가장 안 좋아요” 인근에 편의점 두 곳이 생기면서 손님을 뺏긴 탓이라고 설명했다. 걸어서 2분도 안 걸리는 반경 100m 안에는 편의점이 총 3개가 있었다. 특히 한 곳은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 경쟁업체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였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수는 △2009년 1만4000곳이었지만 △2014년에는 2만6000곳 △2016년에는 3만4000곳에 달했다. 인구 대비 점포 수도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보다 높았다. 한국 편의점 밀도는 1777명 당 1개(2015년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기준)로 일본의 2374명 당 1개(일본프랜차이즈체인협회 기준)를 넘어섰다. 업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레드오션에 진입했다고 보는 시각도 팽배하다.

또 이 협회에 따르면 2015년 2월 기준으로 심야영업(오전1~6시)을 하지 않는 점포 비율은 △A 편의점 18.4%, △B 편의점 2.9%, △C 편의점 1.3%, △D 편의점 9.3%로 집계됐다. 이 통계는 장사가 안 되서 야간에까지 영업을 하지 못하는 편의점 비중을 보여 준다.

22시에 점주와 근무교대를 한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이 구매한 물건을 계산하고 있다. 사진=박진형 기자.

주말 근무자인 서 모(26) 씨는 “대학교 편입 준비를 하면서 용돈벌이로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면서 “다른 편의점에 비해 한가해 영어단어를 외울 시간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백승룡(27) 씨는 “인근에 PC방이 있고 뒤쪽으로는 원룸 단지도 형성돼 있어 사람이 꾸준히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 사장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더니 인근에 편의점이 들어와서인지 힘든 내색을 보였다”고 전했다.

저녁은 고객의 손길을 기다리다가 유통기한이 몇 시간 남지 않은 ‘도시락’으로 대신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폐기 처분되기 전에 사 먹었다. 제품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서 점주에게 물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드냐고. 점주는 “매출액이 잘 나오는 편의점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면서 “이런 사정을 무시하고 일괄적으로 모든 점포가 최저임금제를 준수해야 한다면 그 피해를 누구한테 보상 받아야 할지 말문이 막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니폼을 벗고 퇴근(?)을 하자 밖은 어두컴컴했다. 지나가는 행인도 보이지 않았다. 적막이 흘렀다. 5시간 동안 머물면서 느꼈던 점주의 마음속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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