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4개 그룹 첫 商議회장... ESG 훈풍, 재계 전반에 퍼진다
상태바
최태원, 4개 그룹 첫 商議회장... ESG 훈풍, 재계 전반에 퍼진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2.02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상의, 차기 회장에 최태원 만장일치 추대
'ESG 전도사' 최 회장... "국가경제 위해 고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시장경제DB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전도사를 자처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단독 추대됐다. 최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과 상생·협력 방안 마련에 주력해 온 최 회장의 경영방식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은 이날 오전 상의회관 20층 챔버라운지에서 회장단 회의를 열고 박용만 회장 후임으로 최 회장을 단독 추대했다. 이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권영수 LG 부회장,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이우현 OCI 부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우태희 대한‧서울상의 상근부회장 등 서울상의 회장단 13명이 참석했다.

박용만 회장은 회의를 마친 후 “4차 산업시대가 오고 있는 변곡점에 있기 때문에 본인의 경험이나 이런 면에서도 훨씬 미래를 내다보는 데 적합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규모 면에서도 국내 5대 그룹 중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를 상당 부분 대표할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 회장이 평소 상생이나 환경이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시는 분이기에 현 시점에 더없이 적합한 후보라고 생각한다”며 “서울상의 회장단의 만장일치로 추대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후 최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추대에 감사드린다"며 “상의와 국가 경제를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수락의 뜻을 전했다. 

국내 4대그룹 총수 중 대한상의 회장을 맡게 된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대한상의는 이달 23일 임시의원총회를 열어 정식으로 최 회장을 서울상의·대한상의 회장으로 선출할 예정이다. 서울상의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직을 겸직하는 관례가 있다. 임기는 3년이며 한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대한상공회의소. 사진=시장경제DB
대한상공회의소. 사진=시장경제DB

 

최태원 체제 대한상의... 재계 전반에 ESG 경영 확산 전망

그간 재계에서는 박용만 회장의 후임으로 최 회장이 차기 대한상의 회장으로 추대될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제기됐다. 대내외적으로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면서도 탁월한 경영업적과 ESG를 선도한 인물이란 점에서 ‘1순위’로 꼽혔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SK만의 경영방침인 ‘딥체인지(근본적 혁신)’를 통해 내부 혁신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하는 경영철학으로 주목받았다. 그런 최 회장이 최근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가 바로 ESG 경영이다. ESG는 환경문제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 기업 경영활동의 비재무적 요소에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하자는 개념이다. 

SK는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국내 기업 중 ESG 경영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라는게 최 회장의 지론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최 회장은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때”라며 “기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SK 역량과 자산을 활용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보자”고 당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SK의 각 계열사는 ESG 경영에 대한 총력전을 펴오고 있다.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SK그룹 주요 계열사 중 ESG 평가 A+ 등급을 받은 곳은 SK㈜,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3곳이었다. A등급을 받은 계열사도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가스, SK디스커버리, SKC 등 5곳에 달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1조원 규모의 그린본드(Green Bond)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린본드는 환경친화적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한 용도로만 쓸 수 있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그린본드를 발행한 기업은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SK하이닉스는 그린본드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수질 관리, 에너지 효율화, 오염 방지, 생태환경 복원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물 관리를 위해 신규 최첨단 폐수 처리장 건설과 용수재활용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IT산업 전반의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저전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개발 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최 회장이 올해첫 투자처로 미국 수소에너지 기업 플러그파워사를 선정한 것도 ESG 경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SK㈜와 SK E&S는 플러그파워사 지분 9.9%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투자 규모만 1조6000억원에 달한다. 

SK는 플러그파워와 협업해 국내에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수소 사업을 전개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플러그파워는 프랑스 르노그룹과 손잡고 유럽 중소형 수소 상용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유럽에서 연료전지 기반의 중소형 상용차 시장 점유율을 30% 이상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최 회장의 행보 역시 ESG 경영 확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 회장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과의 상생 협력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회장체제의 대한상의가 내세울 어젠다는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설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주요 4대 그룹 총수 중 ‘맏형’격인 최 회장이 향후 정부와 재계 간 ‘소통창구’ 역할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계 일각에선 최 회장이 현재 기업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만큼, 기업규제 정책에 보다 적극적으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