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1년 6개월 만에 고분양가 심사기준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분양을 앞둔 단지의 일정이 돌연 연기됐다. 청약 대기자들은 고분양가 심사 완화를 검토한다는 정부의 언급 이후 일정이 연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HUG는 분양단지와 비슷한 규모의 사업장을 설정하고 이 보다 높으면 분양보증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반대로 HUG 고분양가 통제가 완화되면 분양가는 상승할 수 있다.

1일 HUG 국민제안 게시판에 따르면 '고분양가 규제 검토 소식에 지방 분양이 연기됐다'는 제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청원인 A씨는 “고분양가 심사기준 개편을 검토한다는 기사가 게재된 이후 무기한 연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분양가 통제가 사라지면 기업만 배불리고 서민들은 죽는다. 기준을 선별적으로 완화해 피해를 없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청원인 B씨는 “사실상 시행사는 분양가를 올려 받을 수 있도록 지금 분양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면 완화가 아니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들은 시행사가 HUG 고분양가 산정기준이 개편될 것을 노리고 분양 시기를 일부러 연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HUG 고분양가 통제가 완화되면 높은 분양가를 승인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결과, 대구시는 '힐스테이트 달성공원역'과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의 특별공급 모집을 안내한 뒤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시는 5일 힐스테이트 달성공원역의 장애인 특별공급을 안내했지만 4일 만에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특별공급은 일방공급과 달리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대상자가 주택을 분양 받도록 한 청약 방식이다.

힐스테이트 달성공원역은 당초 7일부터 21일까지 대상자를 모집하고 29일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역시 18일 기관추천 특별공급 일정이 무기한 연기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행사 측에서 일정이 연기됐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시행사는 분양보증을 받지 못해 일정을 연기했다는 입장이다. 두 단지는 HUG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지 못해 분양가가 정해지지 않았다. 힐스테이트 달성공원역 시행사인 모아이앤씨 관계자는 “분양 일정은 보증 결과에 따라 당겨지거나 늦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업 과정에서 일정이 조정된 것으로 안다"며 "힐스테이트 달성역과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은 시행사와 일정을 조율해 2월 분양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시는 HUG 고분양가 관리 지역으로 분양가가 일부 통제되고 있지만 심사기준이 완화되면 분양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앞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5일 HUG 고분양가 기준을 개선해 인허가 절차를 쉽게 해달라는 주택업계의 요청에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HUG 고분양가 산정기준을 공개하고 인근 시세와 동떨어진 분양가를 끌어 올리라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국토부는 현재 연구용역을 마친 '주택 분양보증 제도의 발전 방향' 보고서를 받고, 개편안 발표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HUG 게시판에는 8일 청원이 올라간 이후 3주째 답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HUG 관계자는 “청원 답변은 약 30일 정도 소요된다”며 "고분양가 산정기준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